방산벤처 ‘봄 바람’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업계 해결책은 ‘미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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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불안 가중, 달아오른 방산 벤처
엇갈리는 민간-정부, 공공선 오히려 '예산 삭감'
지정학적 갈등 확산, 업계의 출구전략은 미국 시장
주요-방산-펀드-현황

국제 정세 불안으로 방산 산업 관련 주식 주가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방산 벤처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방산 업계의 성장세가 가시화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민간 방산 업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을 출구전략으로 삼는 이유다.

날아오른 방산 업계, 벤처도 덩달아 ‘관심’

방산 관련 업종의 주가가 날아오르며 그간 소외받았던 방산벤처 역시 덩달아 관심을 얻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방산 업체가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엔 방산업체 LIG넥스원과 군인공제회가 공동으로 출자한 방산혁신 펀드가 800억원(약 6,000만 달러) 규모로 결성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원익투자파트너스도 성장금융의 출자를 받아 총 400억원 규모로 상반기 중으로 펀드 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결성된 방산펀드들도 속속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방산기업 코츠테크놀로지에 투자한 VC(벤처캐피탈) TS인베스트먼트는 투자액의 두 배수가량 차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는 RF시스템즈 역시 BNK투자증권과 현대기술투자가 공동으로 조성한 방산기술혁신펀드의 첫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방산은 뜨거운 테마다. 반도체와 저PBR주를 제외하면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는 분야는 방산이 유일하다. 국내 대표 방산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는 지난해 1월 상장 이후 15일 기준 32.47% 상승했다. 최근 1년 기준으로 해도 23.67%가 올랐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일 장 중 한때 52주 신고가인 15만5,000원(약 115달러)을 찍기도 했다. 이례적인 방산주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방산을 꼽기도 했다.

민간에선 기대치 높지만, 정부는 “글쎄”

방산 산업 급성장세에 대해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방산 분야가 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초격차 분야에 포함되면서 안정적 성장과 투자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판단도 최근 펀드 결성과 투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면서 “딥테크 분야 기업 다수가 방산 분야 적용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방산 특화 펀드가 아니더라도 향후 방산 및 우주 분야에 폭넓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방산 산업 언급으로 민간 분야 내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고조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관계자는 “방산펀드 결성이 증가하면서 유관 기업들도 상장을 서두르는 모양새”라며 “정부가 우주항공을 국가전략기술 핵심 분야로 지목하면서 정책 수혜 기대도 덩달아 커진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분야에서 방산 산업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정부는 미지근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부가 초격차 분야에 방산 산업을 포함했음에도 방산 벤처기업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단 비판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설립된 ‘인천국방벤처센터’를 폐쇄한 이후 제대로 된 육성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오히려 정부가 국방산업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힐난까지 쏟아진 바 있다. 이유는 단순히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센터 폐쇄 당시 센터가 소재한 인천시의 부채 비율이 재정위기 ‘심각’ 단체 지정 기준인 40%에 근접한 39.9%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앙정부에서도 관련 예산 책정에 소극적이란 점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2024년도 예산에서 방산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인천시 담당 부서 측에서 인천국방센터 조성 및 초기 운영 등에 필요한 8억원(약 60만 달러)을 예산부서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예산 삭감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의 기대치와 정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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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업계의 시선은 ‘미국’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눈을 바깥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모양새다. 미국 등 방산 산업 전망이 좋은 국가로 입지를 넓혀감으로써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단 주장이다. 실제 최근 들어 미국은 방산 산업 스타트업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VC는 지난해 1~5월에만 200여 개의 방산 산업 스타트업에 총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했다. 피치북은 “미국 내 방산 산업 스타트업 투자금은 2019년 약 160억 달러에서 2022년 330억 달러(약 44조원)까지 2배 이상 늘었다”며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수익성이 이자 비용을 넘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엔 1억5,000만 달러(약 2,008억원)가량의 펀드도 출시됐다. 호주파이낸셜리뷰(AFR)에 따르면 당시 미국 VC 투자 기관인 다인 마린타임(DYNE Maritime)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방산 협력과 연계된 1억5,7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출시했다. 해당 펀드와 관련해 톰 헤네시 다인 마린타임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이스라엘 전쟁으로 방산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실리콘밸리가 방산 분야에서 일하는 데 훨씬 신중했지만, 지금은 유행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전쟁 등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산재한 상태다. 방산 산업의 확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업계가 거듭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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