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떠난 현대차그룹, 인도에서 ‘제2의 전성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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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대차·기아 해외 생산량 367만 대
인도 생산량 2년 연속 100만 대 상회
투자 확대-IPO 추진, ‘인도 시장 집중’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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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의 현대차·기아 본사 사옥/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의 해외 생산량을 기록하며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를 높였다. 인도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현대차그룹은 연내 현지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인도 사업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4년 만에 해외 생산량 최대, 일등 공신은 ‘인도’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13곳의 해외 생산 거점에서 제작한 완성차는 총 367만8,831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57만4,796대)과 비교해 2.9%(10만1,035대) 증가한 수준이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388만3,325대)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최대 해외 생산량이다.

현대차는 미국, 인도, 중국, 튀르키예, 브라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등 8곳에서 224만3,069대를 생산했으며, 기아는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멕시코, 인도 등 5곳에서 143만5,762대를 생산했다. 양사의 합산 생산량은 인도(108만4,878대)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미국(72만7,000대), 중국(39만4,249대), 슬로바키아(35만224대) 등 순을 보였다. 튀르키예,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대차만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며, 멕시코는 기아 자동차만을 생산하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현대차그룹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되던 중국의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6년 182만9,922대에 달했던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 합산 생산량이 매년 감소해 4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2022년 기록한 41만2,333대보다 1만8,000대 이상 줄어든 결과다.

이는 중국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도의 사업 효율화를 추진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급성장을 의식한 현대차그룹이 중국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보다 고정 비용과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취한 이후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2002년 가동된 베이징1공장을 시작으로 한때 5곳까지 늘었던 현대차 중국 생산 거점은 이제 단 세 곳만 남았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매각한 베이징1공장과 올해 1월 새 주인을 찾은 충칭공장에 이어 창저우공장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생산량은 0대를 기록했다. 2010년 현지 공장 준공 이후 14년 만의 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속에 현지 생산을 중단한 데 따른 여파다. 이로써 2012년부터 10년간 매년 20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동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낸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문을 닫게 됐으며, 지난달 현지 업체 AGR자동차그룹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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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Kia India’s First Green Workshop’에 참석한 기아 인도 공장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인도, 생산 잠재력 ‘무한’ 평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생산량의 급감에도 현대차는 인도 생산량을 더 크게 늘리며 감소분을 만회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에서 76만5,000대를, 기아는 31만9,878대를 생산했다. 이로써 인도는 3년 연속 최다 생산량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2022년 104만8,596대에 이어 2년 연속 100만 대 이상을 만들어낸 생산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이후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온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인도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판단에서다. 1998년 첫 인도 공장 설립 후 20년 넘게 70만 대 이하로 유지되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85만 대까지 늘었으며,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이 정상 가동될 경우 100만 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외에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배터리 조립 공장 건설을 위해 향후 10년간 3조2,000억원(약 24억 달러)을 투입할 계획을 밝히며 인도 생산 거점을 활용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과 생산시설 현대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벤드라 파드나비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부총리는 “현대차가 인도에 세계적 수준의 현대식 자동차 제조 시설을 건설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환영한다”며 “그들의 원활한 사업 전개를 보장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상승세 거듭 중 인도 증시, 현대차 현지 법인 자금 조달 도울까

현지 정부의 전폭적 지원까지 등에 업은 현대차그룹은 인도 현지 법인인 HMI의 연내 상장을 추진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은 HMI가 인도 증시 입성을 위한 초기 단계 협상에 돌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HMI는 기업가치 250억 달러~300억 달러(약 33조원~40조원)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IPO에 성공하면 HMI는 최소 30억 달러(약 4조원)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지 매체들은 “HMI의 IPO가 추진될 경우 인도 증시 사상 최대의 공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HMI의 연내 인도 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을 비롯한 최소 5개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주관사 경쟁을 위해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IB가 이달 초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에게 HMI의 현지 상장 자문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인도 IPO 주관에 필요한 인가를 갖추지 못한 탓에 주관사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시장 내 30개 우량기업의 주가지수를 반영하는 센섹스(SENSEX)지수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18.74%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HMI가 증시에 입성하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 법인의 현지 상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당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법인 상장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상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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