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 시장 성장에 겁먹은 해외 명품들, 에르메스·샤넬 이어 디올도 구매에 신분증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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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도 명품 시장 '우상향', 백화점도 명품이 견인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덩달아 성장, '할인율'이 최대 강점
중고시장 아성에 명품 매장 '질겁', 고가 매장 '에티튜드' 잊은 브랜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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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출연한 발란의 TV 광고 중 한 장면/사진=발란

경기 둔화에도 백화점 업체들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 소비 양극화로 명품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시장이 재편되면서 온라인 명품 쇼핑몰, 중고 명품 거래, 명품 렌탈 시장 등 종전에 찾아보기 힘들던 모습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3고 현상에도, 명품 소비는↑

최근 불경기 속 ‘3고 현상’이 지속되는 양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명품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명품 시장이 전년 대비 8~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명품이 백화점 업계를 견인하는 가장 큰 원동력도 명품 시장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사업부 매출액은 2조4,026억원(약 18억 달러)으로 전년(2조2,896억원) 대비 4.9% 증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부문 매출액이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명품 부문의 판매 호조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압도적인 할인율을 등에 업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명품 시장 내 온라인 플랫폼 비중은 어느새 10%를 넘어섰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명품에 가성비가 웬 말인가 싶겠지만, 백화점 매장 대비 평균 10~20% 할인된 가격으로 명품을 구매해 볼 수 있다는 건 명품 소비자들에 있어 적잖은 메리트다. 실제 생로랑 공식 홈페이지에서 195만원에 판매하는 ‘금장 모노그램 체인 지갑’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서 20% 이상 저렴한 15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고, 270만원대의 발렌시아가 톱 핸들백은 30% 할인된 195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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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도 ‘가성비’, 중고 리셀도 ‘트렌드’

명품 시장에서 가성비가 중요해진 건 명품이 MZ세대의 하이엔드 패션문화로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 당초 중장년층 혹은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명품 소비는, 이젠 MZ세대의 문화로 사실상 전이됐다. 실제 지난 2018년 전 세계 명품 소비 비중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6% 정도였는데, 오는 2025년에는 5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소비도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셈이다. 명품 시장이 MZ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새로이 나타난 현상도 있다. 바로 명품의 중고 거래다.

중장년층 대비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MZ세대는 명품을 한 번 사서 오래 쓴다기보단 한정판을 산 뒤 재판매를 통해 수익실현을 노리는 경향이 짙다. 중고시장 내 명품 거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실제 중고 명품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다.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고 명품 매출액은 총 71억5,700만 달러(약 10조2,000억원)로 전년 49억700만 달러 대비 45.9%나 성장했다. 전체 명품 판매 시장에 있어 중고품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2019년 3.1%에서 2022년 3.9%로 확연히 늘었다. 2025년경엔 전체 중고 명품 매출액이 총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만 중고 시장 성장세를 바라보는 기존 명품 시장은 난감하기만 하다. 리셀 비중이 커질수록 명품의 브랜드 밸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판 명품을 상품을 넘어선 부가가치 창출 매개로 여기는 리셀러들이 늘어나면서 타개책 마련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 일환이 바로 최근 논란으로 불거진 ‘신분증 지참’이다. 최근 샤넬은 매장 입장에 신분증 지참을 강제하고 나섰다. 샤넬뿐만이 아니다. 에르메스는 물론 디올까지 일정 금액 이상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디올의 경우 50만원 이상 제품 구매 시 신분증 지참 정책을 내세웠는데, 디올은 뷰티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제품이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신분증을 검사하겠단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명품 매장의 이 같은 정책은 소비자들의 신분을 명확히 확인한 후 구매를 ‘허락’함으로써 명품 리셀을 방지하고 본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단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이는 외려 자충수가 됐단 평가가 나온다.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장이 도리어 고객 서비스를 외면하고 있단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보상소비 심리를 등에 업고 덩치를 키운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 대상으로 ‘배짱 영업’과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힐난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중고 명품 시장의 아성이 두려워 고가 매장 본연의 ‘에티튜드’마저 잊어버린 브랜드들의 뒷모습이 추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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