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에 따른 경작 위축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金사과’

pabii research
사과 도매가격 올 들어 처음 9만원선 돌파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축소 및 농촌 고령화가 원인
농촌 인력난, '이민정책' 통해 활로 찾아야 제언도
Many ripe juicy red apples covered with water drops, close-up, selective focus, ripe fruits as a background

중도매인 상회에서 거래되는 사과 도매가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kg당 9만원선을 뚫었다. 지난해 냉해와 장마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든 사과는 1년 새 두 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농업 고령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이민정책 활성화를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과 10kg당 도매가, 10만원 훌쩍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 품종 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보다 123.3% 올랐다. 한 달 전(8만5,275원)보다도 7.5% 올랐는데 특히 서울에서는 10kg당 도매가격이 최고 10만1,000원까지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전년(2022년 56만6,041t)보다 30.3% 줄었다. 수확 가능한 성과수 재배 면적이 2만4,867ha로 4.2% 줄어들었고, 10ha당 생산량마저 27.3% 급감한 1,598kg을 기록했다.

사과뿐 아니라 배 역시 도매가도 1년 전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배(신고 품종 상품) 도매가격은 전날 15㎏당 10만3,600원으로 1년 전(4만3,945원)보다 135.7% 뛰었다. 평년(5만1,352원)의 두 배 수준이다. 역시 수확기 병해 확산으로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었다. 대체 품목인 귤 등으로 수요가 몰려 과일 가격이 연쇄적으로 뛰었다. 지난달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 올라 1991년 9월(43.9%) 후 32년여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과 성목 재배면적이 감소함에 따라 당분간 가격이 쉽사리 안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 전망 2024 보고서’는 올해 사과 성목면적은 고목 폐원, 노동력 부족 등으로 지난해보다 2% 감소하는 등 국내 사과 재배면적이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1% 감소해 올해(3만3,800㏊)보다 8.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 고령화 문제 심각

신선과일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농촌의 고령화가 꼽힌다. ‘더 이상 농사 못 짓겠다’는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최근 농촌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 농가인구는 2022년 기준 14만4,433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48.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이해 일손 자체가 없고, 도시에 있는 유휴 노동력을 농촌으로 끌어오기도 쉽지 않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천군의 경우도 농업인구는 2022년 기준 4,600여명으로 이 중 48%가 65세 이상인 가운데 매년 평균 1.3%포인트씩 가속되고 있어 2~3년 안에 과반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농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2020년 1만2,426가구에서 2021년 8,477가구, 2022년엔 7,036가구로 감소했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40세 미만 농가인구 역시 2020년 39만5,229명, 2021년 31만1,819명, 2022년 28만3,122명으로 내림세를 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손이 덜 들어가는 작목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농촌 인력난, 이민정책으로 타파

이같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소멸 위기에 시달리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업분야의 외국 인력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북연구원은 최근 ‘지역특화형 농업비자’를 제안했다. 지역특화형 농업비자는 농업분야에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지역에 장기체류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한 비자다. 농촌지역에 5년간 거주하고 농업분야에 종사할 것을 약속하면 장기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조원지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특화형 농업비자로 농업인력을 확보해 농촌지역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농촌 정주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외국인도 국내 농민 육성정책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며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에게 장기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제조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고 한국어 학습 기회가 제한된 작물재배업 종사 외국인이 점수제를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이민 경로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정책을 통해 국내로 유입한 외국인 근로자가 도시로 몰리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이민정책을 적극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친 호주·캐나다도 자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대부분이 대도시에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민자를 인구소멸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지역비자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임동진 순천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주관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호주와 캐나다는 지역비자 정책의 도입으로 인구소멸지역의 인구가 증가했고 지역비자 정책을 농촌지역과 지방대학 활성화와 연계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며 “우리나라도 지자체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지자체가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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