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관광세 도입 급물살, ‘주민 피해 심각’ 공감대 형성에도 이중 가격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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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지사 “2025년 4월 전 도입이 목표”
저개발 국가 이중 가격 일본으로 확산 조짐
지방정부 주도 관광세 도입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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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명소로 꼽히는 오사카성의 모습/사진=오사카관광청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해외 여행지 일본 오사카의 관광세 도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사카 정부가 세금 징수로 관광객 유입을 통제하고, 지방 정부의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일본 내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해 이를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장에 만연한 이중 가격의 폐해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어 눈길을 끈다.

엑스포 개최 전까지 도입 목표, 금액 및 징수 방법은 미정

13일 아사히신문 등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지사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전문가들과 내부 회의를 통해 오사카 엑스포가 개최되는 2025년 4월 이전에 관광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오사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대중교통이나 식당 등을 이용할 때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히로후미 지사는 “관광객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현지 주민들의 불이익을 보상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징수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사카는 2017년 지역 내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에 머무는 관광객(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1박당 최대 300엔(약 2,700원)을 징수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한 현지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일본 전역에서 포착된다. 숙박세 인상안 논의가 한창인 도쿄도와 지바현 우라야스시, 주요 등산로 입장료를 2,000엔(약 1만8,000원) 인상한 후지산 등이 대표적 예다. 후지산의 경우 팬데믹 종료 이후 하루 3,000명 이상의 등산객이 몰리며 쓰레기 무단 투기와 노상 흡연 등 각종 민원이 급증하며 이같은 조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 역시 숙박세 인상분 및 관광세를 걷어 이를 거리 청소 등에 사용해 현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세계 엑스포를 앞둔 오사카는 오는 2029년 일본 최초의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형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관광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오사카관광청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오사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980만 명으로, 이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이 240만 명을 차지했다.

저개발 국가일수록 관광 의존도↑, 이중 가격 만연

외국인 관광객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는 동남아시아 및 중동 일부 국가에서 이중 가격의 형태로 시도된 바 있다. 가장 먼저 인도를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 2000년부터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유적 입장료에 차등을 두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는 외국인의 문화유적 입장료를 2배 인상하며 징수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 인도 내 주요 문화유적의 외국인 입장료는 500루피(약 8,000원) 안팎이며, 가장 대표적 유적지로 꼽히는 타지마할의 경우 1,100루피(약 1만8,000원)에 달한다. 내국인의 타지마할 입장료가 50루피(약 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에 20배 이상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태국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이중 가격이 일상화된 국가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태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카오야이 입장료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외국인 관광객의 카오야이 입장료는 400바트(약 1만5,000원)로 내국인 입장료(40바트·약 1,500원)의 정확히 10배다. 이 외에도 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세 300바트(약 1만1,000원)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지만, 강한 발발에 부딪혀 여행자 보험 가입 의무화로 노선을 변경했다.

인도와 태국 외에도 고대도시 페트라의 외국인 입장료를 내국인의 90배 수준으로 책정한 요르단, 피라미드와 룩소르 입장료에 차등을 둔 이집트 등이 이중 가격제를 시행 중이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2월 15일부터 대표적 관광지인 발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2,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중 가격이 기승을 부렸지만,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 철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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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최대 번화가 도톤보리의 모습/사진=오사카관광청

“관광객 비용 책정은 정부 아닌 시장의 몫” 비판도

일본 내부에서는 오사카의 관광세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과잉 관광’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도시 질서 파괴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이를 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치솟는 물가가 이미 이중 가격이 반영된 결과인 만큼 추가 비용 부담이 있을 경우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일본 내 만연한 이중 가격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식당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장한 일본 최대 수산시장인 도요스시장의 한 식당에서는 1인분에 6,980엔(약 6만2,000원)짜리 사시미 덮밥으로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음식점을 찾는 소비자의 약 95%는 외국인으로, 도요스시장 중심가만 벗어나면 비슷한 메뉴를 1,000엔~1,500엔(약 9,000원~1만3,5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고가 메뉴를 별도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식업 전문 컨설팅 기업 테이크미의 창업자 루동은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기대한다”며 “이는 일본 내 식음료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최대 50%까지 올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사카의 한 식당은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2만 엔(약 18만원)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코스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여행객의 부담을 키웠을 경우 따라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행객의 부담을 가중해 관광 수요가 급감하면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본의 도시재생 전문가 키노시타 히토시는 “관광지의 물가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맞춰지기 마련”이라고 짚으며 “정부까지 나서 굳이 불공평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외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만큼 오사카의 관광세 도입은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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