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주주 가치 증대 납득시켜야 주총 승리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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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OCI그룹과 통합에 힘 실리는 모양새
경영권 강화 목적보다 기업 발전을 위한 이사회의 경영 판단으로 해석
통합파와 반통합파 팽팽히 맞선 가운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설득 위한 주주 가치 증대에 초점 맞춰야

26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이 기각됐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이끌어온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측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앞서 22일, 개인으로는 최대 주주이자 고 임성기 회장과 동고동락한 고향 후배로 알려져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형체 측과 우호지분 합계가 40%를 넘고, 모녀 측 우호지분 합계가 35% 내외로 집계되면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결정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2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위한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사실상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결정이 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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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감원

송 회장 모녀 측에 손 들어준 법원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특히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은 앞선 가처분 심리에서 “이번 신주 발행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특정한 사람들의 사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과 주주 권리를 침해해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재판부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주주총회 결과를 예상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해석이다. 현재 양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제외하면 국민연금(7.66%)과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상식적인 답변 이외에는 다른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의사 결정을 좌우할 5개 자문기관 중 3곳은 송 회장 모녀가 추천한 6명의 이사진에 전원 혹은 대부분 찬성,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에서 제시한 5명의 이사진 후보에 대해서는 대체로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그러나 1개 기관에서는 임씨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고, 나머지 한 개 기관은 판단을 유보한 상황인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의결권 행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들어오다 지난 2023년부터는 의결권 행사 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미-OCI 통합안에 대한 의결권에 대해서도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게 되거나 의결권 찬성 및 반대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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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행정처분 /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주주 가치 증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쪽에 승산 있을 것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송 회장 모녀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 임 사장 형제 측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데 남은 시간을 쓸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전직 IB업계 한 관계자는 송 회장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 시가총액만으로도 4조원이 넘는 회사를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유로 7,700억원에 OCI그룹에 넘기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사장 형제 측은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배후에 사모펀드가 지원 해 주고 있다는 논란을 해명하고, 1조 투자금 마련, 10조원 대 기업으로 성장과 같은 비전에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 역량에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을 관리해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송 회장 모녀 측 입장에서는 지난 19일 식약처로부터 8개 약품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점이 뼈아프다. 이외에도 지난해 11월, 12월에도 각 한 차례씩 행정처분, 광고업무정지 3개월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비만 치료제 HM11260C 개발을 위한 식약처 3상 임상 승인 신청 사실을 지연공시한 탓에 800만원의 제재금 명령을 받은 것도 송 회장 모녀의 경영 역량에 대한 질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판매업무정지 처분 및 공정공시 지연 등이 제약업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기는 하지만,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자칫 경영 역량에 대한 논란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사장 형제 측은 현재 운영 중인 DXVX(디엑스브이엑스)가 지난 1월에 전환사채(CB) 발행에 실패하고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점을 해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DXVX는 영업적자 121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26억원의 측자를 제외하면 2020년 60억원 적자, 2021년 37억원 적자 등 지난 4년간 연이어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도 영업에서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금융비용 등의 이유로 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에는 금융비용이 100억원대로 불어나 당기순손실이 278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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