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세전 이익 80% 추락, 세계 경제 뇌관 ‘중국 부동산 위기’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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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쇼크에 글로벌 은행 HSBC 이익 대폭 감소
살얼음판에 놓인 中 부동산 시장, 2위 기업 헝다도 쓰러져
중국 정부, 기준금리 올리고 부양책 쏟아냈지만 효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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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 HSBC 세전 이익이 80%가량 추락했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30억 달러(약 4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면서다. 지난달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회사인 헝다(에버그란데)마저 청산 결정을 받자 중국 정부는 연일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성장률에 켜진 적신호도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HSBC, 중국 교통은행 지분 30억 달러 상각 처리

21일(현지시간) HSB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전 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51억 달러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 감소했다. HSBC가 보유한 중국 국영은행인 교통은행(Bank of Communications) 지분이 30억 달러 상각 처리되면서 대규모 이익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외국 은행들 중 가장 큰 상각액 규모다.

HSBC는 2004년 교통은행 지분 약 20%를 17억4,2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매입하면서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관여도를 높인 바 있다. 현재 지분율은 19.03% 수준(시총 약 100억 달러)인데,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라 지분 가치가 30억 달러 정도 대폭 축소됐다. 이에 대해 HSBC는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중국 은행의 향후 현금 흐름과 대출 성장 및 이자 마진에 대한 전망을 검토한 후 통신은행 지분에 대한 상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HSBC 주가도 8.4% 폭락해 2020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HSBC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은행(BOE)의 올해 금리인하 전망 속에 이자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상업부동산 대출 손실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 부실화를 대비한 상각 규모는 10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 부동산 쇼크로 평가 손실을 입은 글로벌 은행은 HSBC뿐만이 아니다. 경쟁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도 중국 톈진의 상업은행 보하이은행에 대한투자(지분 16%)로 지난해 3분기 7억 달러(약 9,300억원)의 평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SC 주가는 런던증시에서 최대 12.8%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헝다그룹 ‘청산 결정’, 줄줄이 쓰러지는 中 부동산 기업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헝다가 청산 결정을 받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홍콩 고등법원은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승인했다. 법원은 헝다가 3,280억 달러(약 436조원) 규모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청산 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홍콩 법원이 중국 본토 기업에 청산을 명령한 최초의 사례다.

1997년 설립된 헝다는 한때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 회사로 꼽혔다. 그러나 2021년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그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로 현금 흐름이 악화하면서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2021~2022년 입은 손실만 해도 805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이후 주택건설 중단,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3,310억 달러(약 440조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으며 2년 만에 위기를 맞은 헝다는 청산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지난달에는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일부를 헝다와 홍콩에 상장한 계열사 두 곳의 지분과 교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시간 끌기’라며 이를 거부했다.

헝다의 이번 청산 결정은 살얼음판에 놓인 중국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디폴트 대열에 합류한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과 연계된 ‘그림자 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중즈그룹까지 지난달 초 파산 처리됐기 때문이다. 위안양그룹과 완다 등 중국 주택 판매의 40%를 책임지던 다른 부동산 공룡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또한 예산의 40%가량을 충당하는 토지 매매와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도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의 경우 수개월간 공무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주택 시장 위축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100대 부동산 판매회사의 분양 수익이 전년보다 16.5% 감소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소진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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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위기에 한국 성장률도 낙관 어려워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주택담보대출 완화 △생애 첫 주택 요건 완화 △주택 거래 제한 폐지 △개인소득세 환급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직접 주택 임대와 판매에 나서는 ‘사회주의 해법’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유기업 등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임대·판매 주택을 현재 주택 재고량의 5% 수준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향후 5년간 매년 2,800억 달러(약 373조원)씩 모두 1조4,000억 달러(약 1,862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지난 20일 대출우대금리(LPR)도 5년 만기를 종전 연 4.20%에서 연 3.9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속화하는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주택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당장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실제로 이는 22일 이뤄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에도 2회에 걸쳐 LPR을 인하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금리 계속 낮출 경우 무역·통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다. 중국이 부동산 위기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당초 정부와 기업이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고사하고 되레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한때 30%에 육박하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10% 후반대까지 감소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앞으로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경제가 1%대 저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외 기관들이 제시한 2%대 성장률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성장률이 1.9%에 그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도 1.8%라는 비관적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유지했지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올해 초부터 얼어붙었다. 한은이 발표한 1월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해 경기 판단의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6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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