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오르는 개인택시 면허, “‘택시 대란’ 여전한데 요금·면허값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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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인택시 시세 '천정부지', 경기 침체 중 개인택시 양수 희망 수요 늘어
택시 대란 해결하겠다며 요금 인상 감행한 정부, 업계는 "오히려 수익 낮아졌다"
정부의 완화 정책에 꾸준히 오르는 면허값, 시장선 "택시 대란 여전한데 요금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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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인택시 시세가 역대 최고치인 1억원을 돌파했다. 개인택시 양수 기준 완화 이후 처음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택시 안정화 정책 등으로 개인택시 양수를 희망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개인택시 면허 거래액 최고 1억200만원

개인택시 면허 중개 업계에 따르면 3월 서울 개인택시 면허(번호판) 거래액은 최고 1억200만원에 달했다. 3월 평균 시세도 1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개인택시 시세는 2021년 8,000만원대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다 2022년 말 9,000만원대에 진입, 이후 9,000만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1억원을 넘었다. 전국 각지 개인택시 시세도 상승세다.

수도권에서 개인택시가 두 번째로 많은 인천은 1억600만원, 전국 주요 도시 중 개인택시가 가장 적은 세종은 2억2,00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택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택시 양수를 원하는 이들이 많지만, 양도하려는 이는 거의 없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개인택시는 4만9,000여 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개인택시 시세 특성상 그동안 서울 시세는 전국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은퇴자들이 양수 기준이 완화된 개인택시에 몰리며 시세가 급상승했다. 개인택시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40·50대도 과거보다 늘었다.

지난 2019년 신도시에서 택시의 탄력적 증차를 허용하는 ‘택시사업구역별 총량제 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2022년 말 개인택시 부제(강제 휴무제) 해제, 지난해 2월 택시 기본요금 인상 등 택시 승차난 해소 및 공급 안정 대책 발표도 택시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송사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플랫폼 택시 사업이 위축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타다는 물론 마카롱택시, 우버 블랙 등이 자취를 감추며 개인택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급격한 요금 인상에, 업계 불만 ↑

지난해까지만 해도 택시 업계는 불만을 쏟아내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택시 대란 대책의 하나로 급격한 요금 인상을 단행하자 택시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서울시는 택시의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 인상했고, 심야 할증 시간은 기존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겼다. 국토교통부 또한 그해 11월부터 심야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까지) 택시 호출료를 최대 3,000원에서 중개택시 최대 4,000원, 가맹택시 최대 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국토부는 “심야시간 택시 기사 공급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막상 업계는 수요가 줄어 이익이 오히려 줄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사이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억5,622만여 건으로 전년 동기(1억6,628만여 건) 대비 6% 줄었다. 2월 한 달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 월별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외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9% 감소했고, 최근 5년간을 놓고 봐도 2021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택시 수요가 가장 적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교통 요금은 절묘하게 올릴 필요가 있는데, 심야 시간대의 경우 두 배 가까이 금액이 급증하다 보니 ‘택시를 타면 안 되겠구나’라는 인식이 강하게 생긴 것”이라며 “요금은 올랐지만 요금 인상 효과는 보지 못해 산업 전체가 어려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개인택시 부제 해소 등으로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늘기도 했지만, 결국 자의 반 타의 반 택시를 안 타게 된 소비자들도 그만큼 많았다. 이렇다 보니 택시 기사 수도 줄어드는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택시 기사 수는 2022년 말 6만9,728명에서 지난해 7월 6만9,266명으로 약 300명 줄었다. 인력 기반이 흔들린 탓에 모빌리티 플랫폼 택시 회사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4월 직영택시 회사인 진화택시, KM2의 휴업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인택시 업계의 기사 구인난과 택시 수요감소로 택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고정비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보니 손실 규모가 큰 두 곳을 일시 휴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플랫폼 가맹택시 2위였던 마카롱택시의 자회사인 마카롱T1과 마카롱T2는 지난해 7월과 4월 각각 법원에서 파산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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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류는 안정됐지만, “택시 대란은 여전”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계 내의 부정적인 기류는 다소 가라앉기 시작했다. 요금 인상 및 수요 감소의 곡선이 안정화를 이루면서 다시금 상황이 정체된 셈이다. 지난해 10월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6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기준으로 개인·법인택시의 심야시간(21~23시) 영업 대수를 분석한 결과 1년 전 대비 법인택시는 1% 감소했고 개인택시는 6%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정도지만 다시금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도내 개인택시 면허 요금도 꾸준히 치솟았다. 개인택시 면허 매매 사이트 남바원택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수원시의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1억5,000만원이다. 이외 성남시는 1억3,400만원, 안산 오산시는 1억7,000만원을 넘겼다. 경기지역에서 개인택시 면허가 가장 비싼 지자체는 광주시로, 거래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화성시와 양주시도 2억원에 개인택시 면허가 거래됐다.

요금 인상 등 수요 위축 개연성이 증가하면서도 사업용 차량에 대한 5년 무사고 운전 경력을 5년간 무사고 운전경력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육으로 변경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개인택시 면허 양수 조건 완화가 이어지며 개인택시의 벽이 낮아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폐업 자영업자 등 실업자가 증가하고 택시 업계에 전액 관리제가 도입되며 법인 택시 수요가 개인택시로 몰린 점도 원인이다.

문제는 일련의 정책들이 택시 대란 해소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막상 택시 대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각종 요금 인상에도 법인택시의 21시부터 23시 운행 대수는 2022년 9,480대에서 지난해 9,384대로 큰 변화가 없었다. 개인택시는 동기간 1만8,628대에서 1만9,775대로 불과 6% 늘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최근 서울시 택시요금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너무 비싸다고 답변할 정도”라며 “각종 요금 인상 후 당초 기대한 효과를 거뒀는지 철저하게 재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겠다며 무단휴업 택시는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요금만 올려줬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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