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내실 없는 성장 끝에 순이익 30% 급감, ‘역성장’ 개연성만 더하는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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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통신업 부진에 KT 순이익 30% 하락, "5G 시장 성숙에 전망도 부정적"
신사업 기술 역량 늘리곤 있지만, 단기간 수익 내기는 어려울 듯
부실한 운영관리도 도마, 거듭된 '개인정보 유출'에 KT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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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난해 주력·신사업의 균형적인 성장에 따른 호실적에도 경영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권 손상차손과 환율변동 영향이 더해져 순이익은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국제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앱실론·HCN 등 종속회사들의 시너지 창출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올해 기존 신사업 실적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은 여전한 리스크다. 결국 시장에선 KT가 성장 폭을 한층 늘려 외부 리스크를 상쇄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경영 실패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T 매출액 2.83% 늘었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26조3,763억원의 매출과 1조6,4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도 일회성 이익의 역기저 효과로 2.38% 감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력·신사업이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내며 선방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전년(1조3,877억원) 대비 28.75% 급감한 9,987억원에 그쳤다. KT가 지난 2021년 인수한 앱실론·HCN 등 종속회사로부터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하며 무형자산손상차손 규모(2,362억원)가 전년(310억원) 대비 662% 폭등한 탓이다. 지난해 KT앱실론과 HCN의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는 각각 1,186억원, 984억원이다.

지난해 환율변동 여파로 금융수익 역시 악화했다. KT의 지난해 금융수익은 4,863억원으로 전년 6,904억원 대비 29.56% 감소한 반면 금융비용은 5,687억원으로 전년 7,499억원 대비 24.16% 늘어났다. 올해도 국제정세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기간 회복하기는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시장 관계자는 “영업외비용인 외화환산손실이 늘어날수록 기업 순이익과 현금창출력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며 “지난해 이어진 고금리, 고환율 추이가 올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국제정세 회복 시그널은 없어 앞선 시장 전망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T는 비통신 영역 사업 확장 덕에 매출 상승을 이룬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KT에 따르면 기업 인터넷과 데이터 사업의 경우 기업고객 트래픽 증가로 전년 대비 매출이 4.7% 증가했고, AICC(AI 고객센터)와 기업 IoT(사물인터넷) 사업에선 고객 확대로 전년 대비 매출이 2.4% 증가했다.

금융 분야에선 BC카드가 본업인 결제 프로세싱 매입액이 증가하고 자체 카드, 금융 사업 등 신사업 성장세로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또 KT에서 분사한 KT 클라우드 역시 기존에 주수한 공공클라우드 사업 매출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의 견조한 성장으로 지난해 6,783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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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통신사들, “성숙한 5G 시장이 위기”

문제는 역시 통신사의 본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KT 본업인 통신업의 이익 성장세는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KT 별도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이익 규모가 늘었는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은 1조6,4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2.4% 감소했다. 이는 2022년 KT가 마포솔루션센터를 750억원에 매각하며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나 2023년에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줄게 된 영향이다.

KT에 따르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통신사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현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U+의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3조5,81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KT는 당시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9% 급감했다.

그나마 통신 3사 중 SKT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4조4,026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6% 성장한 4,980억원을 보이면서 성장세를 내비쳤지만, 결국 통신 3사 중 2사가 영업이익 감소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셈이다.

통신사의 부진이 이어진 건 일시적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5G 시장이 성숙된 영향도 크다. 이에 대해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통신 3사의 실적 전망은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현재 통신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5G 보급률 포화와 핸드폰 판매 부진에 따른 5G 순증 가입자 수 둔화, 이동통신(MNO) 가입자 수 감소”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압박도 부담이다. 정부는 거듭 통신비 압박을 이어가며 통신비 인상을 막았고, 이에 따라 5G 중저가 요금제를 줄줄이 출시하게 되면서 통신업 이익은 급격히 주춤하기 시작했다. 통신사가 비통신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유다.

신사업 미는 통신사들, 업계선 “당장 두각 나타내긴 힘들 것”

현재 각 통신 3사는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각각 주력 신사업을 채택해 기술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예컨대 SKT는 △AI 인프라 △AIX △AI 서비스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유·무선 사업에 AI를 접목하는가 하면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헬스케어 영역에서 AI 사업을 추진하고, AI 기술 브랜드 ‘에이닷엑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KT는 IT 역량을 기반으로 B2B와 B2C 시장을 모두 공략할 방침이다. 캐시카우인 B2C 사업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 발굴하고, B2B 영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단 계획이다. LGU+는 IDC,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 B2B 사업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준공한 초대형 IDC ‘평촌 2센터’는 올 상반기부터 매출이 반영될 예정이고, 전기차 충전도 건설업계와 협업을 확대해 오는 2026년까지 충전기 5만 기를 설치하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막상 업계는 통신사의 비통신 사업 진출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다. 본업과 큰 관계가 없는 비통신 사업에서 통신사가 두각을 나타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통신사 특유의 운영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 KT는 지난 2022년 11월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KT 계열사 또한 지난해 4월 같은 이유로 6억8,496억원의 과징금과 2,4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도 해마다 협력사 및 계열사의 내부 유출로 직원 및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KT는 2021년 무선국 변경 검사 결과 성능 불량률 11.4%로 경쟁사에 절대적으로 통화 품질이 열세라는 사실이 지난해 7월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더군다나 최다 통신 분쟁 조정 신청 실적과 최고 거절률로 통신 고객서비스에서도 열악하다.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자가 1,854만 명에 이르는 등 KT 내부적으로 심각한 비즈니스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개연성을 키워나가야 할 KT가 자체적인 원죄 아래 추락 개연성만 더해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올해 KT가 살아남기 위해선 주요 사업군 성장 폭을 한층 늘리고 내실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KT는 통신사 전반의 리스크에 KT 자체 리스크까지 겹쳐 있는 만큼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 CNS 대표 시절 긴축 재정을 단행한 바 있는 김영섭 KT 대표의 리더십에 큰 기대가 걸리지 않는단 점도 무시하기 힘든 악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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