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리스크 피해라”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하는 SK하이닉스·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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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 '불확실성 리스크' 부각, 산업계 자금 조달 움직임 본격화
SK하이닉스, 롯데그룹 등 줄줄이 회사채 발행으로 활로 마련
11월 미국 대선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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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4월 총선 직전 막바지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총선 이후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활로 마련에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 롯데그룹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시장마저도 ‘선거 리스크’를 피해 상반기 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대어’ SK하이닉스의 자금 조달

통상적으로 결산실적 공시가 이뤄지는 3월 이후에는 회사채 발행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한 올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총선 직전까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착수하는 기업은 13곳에 달한다. 발행 예정 규모는 1조6,650억원이다. 지난 1일에는 SK하이닉스(신용등급 AA), 교보증권(AA-), OCI(A+), 롯데글로벌로지스(A), LS엠트론(A) 등 5곳이 줄줄이 수요예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중 ‘대어급’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에 공모채 조달에 나섰다. 발행 예정 금액은 3년물 1,700억원, 5년물 1,500억원, 7년물 600억원 등 총 3,800억원 규모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500억원 규모 증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12일 5,500억원, 5월 9일 2,000억원 등 약 7,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공모 희망 금리로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요예측을 통해 모집액의 7배가 넘는 2조8,550억원이 모인 것이다. 흥행을 견인한 것은 1조3,6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3년물이었다. 5년물과 7년물에는 각각 1조750억원, 4,20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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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 릴레이

주목할 만한 부분은 SK하이닉스 외에도 수많은 국내 대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회사채 발행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1분기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조6,83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한 계열사로는 롯데쇼핑(3,350억원), 롯데지주(3,000억원) 등이 꼽혔다.

시장은 롯데그룹 측의 적극적인 자금 조달 움직임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롯데칠성음료는 3년 단일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2,5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은 바 있다. 개별 민평 금리 기준 -5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30bp의 금리를 제시해 -12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회사채 발행은 이달 4일로 예정돼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증액 발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총 500억원 모집을 통해 2,59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2년물로 300억원 모집에 2,000억원, 3년물 200억원 모집에 590억 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기준 ±3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의 금리를 제시해 2년물은 -11bp, 3년물은 -16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회사채 발행 예정일은 오는 11일이며, 최대 1,000억원의 증액 발행도 검토 중에 있다.

대선 앞둔 미국도 ‘회사채 발행’에 속도

선거 직전에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산업계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도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시장정보업체 LSEG의 데이터를 인용, 기업들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6,060억 달러(약 81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해 약 40% 급증한 규모이자, 1990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회사채 발행 급증의 배경으로는 오는 11월 시행 예정인 미국 대선이 지목된다. 미국 채권시장의 금리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올해 1월부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2022~2023년 회사채 발행이 눈에 띄게 위축되며 신규 발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누적된 영향이다. 투자 등급 회사채와 국채 간 평균 스프레드는 현재 0.93% 포인트로,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각 기업들은 불확실성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포드와 도요타를 포함한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모건스탠리, JP 모건, 스탠다드차타드 등 금융사들도 1분기 회사채 발행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후 미국 채권 시장 전반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차후 글로벌 기업들이 올해 필요 자금 대부분을 상반기에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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