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자동화부터 원격 고용까지, 기술 발전이 ‘인건비 절감’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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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지 직원이 미국 매장에, 뉴욕시의 '원격 고용'
키오스크·조리 기계 앞세워 인건비 감축 나선 요식업계
인간 대체하는 'AI 상담사'도, 기술이 낳은 고용 시장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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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직원이 줌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모습/사진=X(구 트위터) 캡처

미국에 위치한 한 식당이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줌(Zoom)을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필리핀 등지에서 카운터 직원을 고용하고, 줌 화상 통화를 통해 미국 현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계, AI(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전략이 글로벌 시장 내에서 보편화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모니터 속 직원이 고객 응대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한 치킨 가게 매대에는 실제 점원이 없다. 대신 필리핀 직원이 줌을 통해 현지 고객과 소통한다. 통신 기술 발달을 발판 삼아 등장한 이들 ‘가상(Virtual) 계산원’은 매일 점심시간부터 손님들을 맞이하며, 고객 응대를 하지 않을 때는 음식 배달 주문을 조율하고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이들이 현지 점원들을 대체한 근본적 원인으로는 ‘인건비’가 지목된다. 뉴욕에서 점원을 고용하려면 최소 시간당 16달러(최저임금)를 지급해야 한다. 반면 필리핀 원격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의 20%도 되지 않는 3달러를 받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 뉴욕주의 최저임금법은 지리적 한계 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필리핀 노동자는 가상 비서 회사 ‘해피 캐셔(Happy Cashier)’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정식 출시된 해피 캐셔의 가상 비서 서비스는 현재 뉴욕 퀸스, 맨해튼, 저지시티 등의 레스토랑들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해피 캐셔 설립자인 장치 CEO는 “연말까지 뉴욕주 내 100여 개 식당에 가상 비서를 배치해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것을 기대한다”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요식업계의 매장 자동화 움직임

해피 캐셔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각국 기업들은 기술 발전을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인건비 절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기) 등의 도입을 통해 매장 운영을 자동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키오스크는 2010년대 후반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도입한 기술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우리나라 기준 키오스크의 월 렌탈 요금은 약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인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인력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회전율이 높은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주로 활용되던 키오스크 기기가 카페, 식당 등 요식업계 전반으로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푸드테크 시장 및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5년 2,130억원에서 평균 8.1%씩 성장해 지난해 3,96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대폭 인상됐던 2018년에는 전년 대비 2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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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매장에 비치된 키오스크/사진=한국맥도날드

키오스크의 보편화 이후 국내 요식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매장 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음식 조리에 필요한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여기에 속한다. 유가네닭갈비는 솥이 회전하는 방식으로 조리를 자동화하는 ‘오토웍’을 전체 매장 중 35%에 설치했다. 고봉민김밥 역시 김밥·야채 절단기, 김밥에 밥을 깔아주는 ‘라이스 시트기’ 등을 도입해 인력 고용 부담을 대폭 경감했다. 교촌치킨은 로봇 개발사인 뉴로메카,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력을 통해 2종류의 튀김 로봇 운영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대신 AI가 상담해 드려요”

이처럼 사람의 자리를 기술이 채우는 ‘기술적 실업’ 현상은 요식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서 관측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콜센터’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콜센터 업종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상담원과의 연결 지연 △고객 대응에 미숙한 인력 증가 △상담원들의 감정 노동 등 고질적인 한계에 부딪힌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거듭된 AI 기술의 발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AI 중심의 고객센터는 콜센터가 품고 있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다양한 AI 기술을 통해서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 기업에서는 단순 업무는 AI가 맡고, 상담사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 체계가 수립되기도 한다. AI 기술이 고도화하며 관련 업계의 빈틈을 메꾼 셈이다.

이 같은 AI컨택센터(AI Contact Center, AICC)는 공공기관부터 금융권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국내 AICC(AI 컨택 센터) 시장이 2020년 4,214만 달러(약 580억원)에서 2030년 3억5,008만 달러(약 4,815억원) 규모로 연평균 23.7%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술이 ‘보조 도구’ 역할을 넘어 인간의 자리를 공격적으로 대체해 나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동안 고용 시장의 지각변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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