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보이’ IPO에 1조원 몰렸다, 中 지원책에 홍콩증시 부활 신호탄

pabii research
한때 中 정부 규제에 IPO 무산, 홍콩증시 하락세
최근 몹보이, 유비테크 등 'AI 대어' 상장 이어져
올해 중국당국, IPO 지원·AI 육성 등 지원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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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위축됐던 홍콩증시가 인공지능(AI) 투자 열기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4일 상장한 중국 AI 전문기업 몹보이(Mobvoi, 出門問問)의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상장한 중국 AI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유비테크(UBTECH)는 반년도 안 돼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연말까지 호라이즌을 비롯한 IPO(기업공개) 대어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그동안 홍콩증시의 위축을 야기했던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투자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中 AI기업의 홍콩증시 상장 이어져

26일(현지시간)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몹보이 주가는 전일 대비 0.89% 오른 3.39홍콩달러(약 596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4일 홍콩증시에 입성한 몹보이는 개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21% 급락했으나 장 마감 전 대부분 낙폭을 회복하면서 상장 당일 시가총액 54억8,900만 홍콩달러(약 9,700억원)를 기록했다. IPO 이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주가가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시총은 유지하고 있다.

몹보이는 미국 알파벳 산하 구글 엔지니어 출신 리즈페이(李志飛)가 2012년 베이징에서 창업한 회사다. 리즈페이는 머신러닝의 일부인 음성 인식·자연어 처리 분야 전문가로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의 기술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몹보이는 지난 2015년 중국어 기반 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 워치 ‘틱워치(Ticwatch)’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AI 음성 인식 기술과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시퀀싱 몽키(Sequence Monkey)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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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보이의 스마트워치 ‘틱워치/사진=몹보이 유튜브 캡처

몹보이의 연 매출은 2021년 3억9,800만 위안(약 760억원), 2022년 5억 위안(약 953억원), 2023년 5억700만 위안(약 96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2022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AI 소프트웨어의 매출은 연평균 140% 성장해 2021년 6,000만 위안(약 114억원)에서 2023년 3억4,300만 위안(약 65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출에서 AI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3년 67.7%로 급증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몹보이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7차례에 걸쳐 총 2억3,000만 달러(약 3,16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2015년에는 구글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2010년 중국에서 철수했던 구글은 당시 창업 4년 차였던 몹보이에 투자하면서 중국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다. 이후 2017년에는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으로부터 1억8,000만 달러(약 2,490억원)를 투자받아 합작사를 세웠다. 해당 합작사가 개발한 차량 내부 음성 컨트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현재 몹보이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됐다.

한편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요 AI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홍콩증시에 유비테크의 주가는 지난 26일 176.1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상장 당시 공모가 89.9홍콩달러 대비 96% 오른 수치로 시가총액도 13조원에 육박했다.

세계적인 AI 안면인식 기업 센스타임의 주가는 43.10% 급등했다. 센스타임은 중국 AI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최근 선보인 자체 AI 모델 ‘센스노바 5.0’을 샤오미 전기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홍콩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된 메타버스 기업 플로잉 클라우드의 주가도 18% 뛰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AI 사진 보정 앱 메이투는 13% 올랐다. 메이투는 지난해 10월 AI 모델 ‘미라클 비전 3.0’을 발표하고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홍콩 IPO 시장 자금 조달 22년 만에 최저

홍콩은 오랜 시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자리를 지켜 왔지만 최근 미·중 갈등과 홍콩판 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금융 거래 통제가 강화되면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해 홍콩 IPO 시장은 신규 상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가 22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증시 거래량은 크게 줄었고 IPO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증시에서 신규 IPO와 2차 상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가 58억8,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에 그쳐 2001년 33억 달러(약 4조3,000억원) 이후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콩증시의 신규 상장 규모는 2010년 679억5,000만 달러(약 89조원)로 정점을 찍었고 코로나19 확산 초반이던 2020년에도 516억3,000만 달러(약 67조7,000억원)를 기록하면서 한때 뉴욕증시의 위상에 도전할 것이란 일각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홍콩증시 부진과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등으로 IPO 가뭄이 이어지면서 홍콩 항셍지수도 2018년 말 대비 35%가량 빠졌다.

IPO 기대주들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상장이 무산되자 임상시험이 필요한 바이오기업,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전기차업체, 사업을 확장하려던 기타 제조업체 등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촉망받던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마(威馬·WM)는 지난 2022년 홍콩증시에 상장을 신청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전기차 경쟁 격화와 경영난 속에 지난해 10월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 민영 병원 운영사인 루다오페이 의료그룹도 병원 건물 이전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지난해 홍콩증시에 IPO를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21년 IPO를 신청한 주하이완다 상업관리그룹 역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초기 투자자들에게 원금 42억 달러(약 5조5,000억원)와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투자자들이 막판에 자금 상환을 유예해 줬지만 기업주가 경영권의 상당 부분을 내려놔야 했다. 온라인 의료플랫폼 하오다이푸의 경우 IPO에 실패 후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지도 못해 현재 투자자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커머스업체 징둥닷컴의 자회사 2곳도 지난해 상반기 홍콩 증시 IPO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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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라이즌

홍콩 IPO 시장 침체에 중국 당국 상장 지원책 마련

홍콩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자 중국 당국은 침체된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국 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성명을 통해 “홍콩 내 주요 중국 기업의 IPO를 지원하고 홍콩과 본토 거래소 간의 주식 거래 연결에 대한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중국 선전과 홍콩증시 간 교차 거래가 가능한 ‘선강퉁’과 상하이와 홍콩증시 간 교차 거래하는 ‘후강퉁’ 등에 상장할 수 있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투자신탁(REIT)도 증시 교차거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홍콩증시에 위안화 표시 주식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 홍콩의 위상을 다시 강화하고 거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감회는 “중앙 정부는 홍콩이 장기적으로 특별한 지위와 장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홍콩이 국제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강화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양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F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승인한 바도 있다. 홍콩 당국이 가상자산 기관들의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 앞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나선 것 역시 흔들리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달 중국 정부가 ‘AI+ 행동’으로 이름 붙인 AI 산업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중심의 AI 산업에 대항해 거국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중국 정부가 7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콩증시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더욱이 2분기 IPO 최대어인 호라이즌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어 홍콩 IPO 시장 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라이즌은 자율주행용 AI 반도체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로, 지난 2022년 폭스바겐으로부터 24억 유로(약 3조3,600억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으로, 이는 올해 1분기 상장된 12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전문가들을 올해 홍콩 IPO 규모가 세계 3위권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회계감사·컨설팅 회사인 PwC는 올해 홍콩 시장에서 80개 기업이 상장에 나서면서 지난해 두 배 수준인 총 1,000억 홍콩달러(약 16조7,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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