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에 사지 몰린 네이버, “사업 전략 기반해 결정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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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에 행정지도 내린 일본 총무성, "네이버 자본 지배력 줄여라"
불씨 타오르는데 정부는 '생색 내기'만, "네이버 측 입장 존중한다"
해외 진출 동력 '비상' 걸린 네이버, 지분 매각 피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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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를 대상으로 내린 행정지도에 “굉장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언급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라인야후 지분을 보유한 네이버 측에 “지분을 일본 회사로 넘기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한 A홀딩스가 64.5%를 가지고 있다.

지분 매각 압박하는 일본, 네이버 “이례적 상황”

최 대표는 3일 네이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본 정부가 라인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자본 지배력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이걸 따를지 말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추후 정확하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섰다. 행정지도엔 라인야후 지배구조 개편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네이버에 공동 출자한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당국자는 “지난달 중순께 일본 개인정보보호 당국으로부터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를 조사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외교 문서에 준하는 이메일은 아니었고, 회신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분 정리 요구와 함께 한국에 조사를 요청한 일본 정부의 행위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상 외국 기업이 낸 사고라도 해당 국가에서 조사를 하게 되는데, 일본 당국이 한국당국에 비공식적 방식으로 조사를 요청한 건 무례한 요구이며 월권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총무성의 나카무라 도모히로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은 “행정지도의 목적은 적절한 위탁 관리를 위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행정지도 내용 가운데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재검토’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지분을 매각하라거나 정리하라거나 하는 그런 표현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어떤 방책을 취할지는 근본적으로 민간이 생각해 내야 할 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겠단 취지는 아니었단 설명이다.

소극적이기만 한 정부, “비난 두려워 숨은 것 아니냐”

다만 총무성 측의 해명에도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위탁처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으나, 사실상 네이버를 거론하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라고까지 규정한 이상, 네이버가 경영 주도권을 넘기는 방향성의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네이버의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지만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이용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면 향후 네이버와 라인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매각 압박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달 27일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며 원론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이번 건과 관련해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겠다. 필요시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한 게 전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들도 “네이버 측 입장을 존중해 일본과 소통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만 내놨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성과로 강조해 온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했더니 기업 빼앗긴다’는 비난 여론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응만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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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출 원동력 달린 네이버, “치밀한 출구전략 필요해”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네이버가 라인에 대한 주도권을 잃으면 향후 글로벌 진출 원동력까지 상당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건 실상 라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라인을 제외한 네이버의 2022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8.1%(외국 국적 고객 기준)로,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라인을 포기할 경우 부수적인 사업마저 맥이 끊길 수 있단 점도 문제다. 우선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의 운영 주체는 아이피엑스인데, 아이피엑스 주주는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 Corporation) 52.16% △캐시스홀딩스(Kaisis Holdings) 25.48% △네이버 22.36%로 구성돼 있다.

이 중 Z중간글로벌주식회사는 라인야후의 자회사로,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만큼 아이피엑스 경영권은 사실상 네이버에 있다. 그런데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에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라인야후, Z중간글로벌주식회사, 아이피엑스, 세 회사의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 한순간에 라인프렌즈 사업을 잃을 수 있단 의미다.

라인야후가 라인파이낸셜 지분 100%를 갖고 있단 점도 지분 매각을 피해야 할 이유다. 라인파이낸셜의 핀테크 역량 상당수는 라인이 네이버 자회사였던 시절 개발된 것으로, 라인파이낸셜은 현재도 네이버의 IT 기술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라인파이낸셜 경영권을 획득하면 네이버가 공들여 개발한 핀테크 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분 매각은 네이버 입장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인 만큼, 앞으로 출구전략을 어떻게 짜느냐가 미래 성장 동력을 유지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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