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전기차 충전시장,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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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대수 늘어났지만 충전 인프라 여전히 부족
공공 충전소에 공유차량까지 전기차 충전 시장 성장세
글로벌 완성차 업체,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의 '삼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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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충전기 시장은 오히려 호황기를 맞고 있다. 오는 2030년 전기차 충전 시장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영역이었던 충전 시장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것보다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해당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전기차 충전시장 성장세, 2023년 6조원 넘어설 듯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급속 충전기 운영업체 ‘EV고’의 4분기 충전 전력량은 50.2GW로 집계됐다.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충전 전력량은 리테일과 상업용 차량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충전 전력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기차 업계에서는 EV고는 내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충전 장비 제공업체 ‘블링크차징’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3월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보위에 글로벌 본사를 개소하고 생산시설을 증설해 제조 능력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블링크차징의 현재 연간 생산량은 1만5,000대로 추가 생산라인을 통해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려 연간 5만 대 이상의 충전 유닛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요 소비층이 얼리어답터에서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공공 급속 충전에 대한 수요 증가, 일반 차량 충전량의 3~4배에 달하는 공유 차량의 전동화 확대 등으로 급속 충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충전기 가동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에서 2030년 6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현대차·LG엔솔·롯데 등 국내 대기업 ‘뜨거운 경쟁’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전기차충전 시장 플레이어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전기차 충전서비스업체 ‘한국전기차충전비스’의 지분 50.1%를 인수해 통합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론칭했다. 현재 이피트충전소는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휴게소, 국립중앙과학관 등 전국 도심과 고속도로에 충전소 41개소, 충전기 214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충전기를 2,500기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충전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2년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한 롯데이노베이트는 2년여만에 매출액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최근 청주에 새로운 스마트팩토리를 개설하기로 해 전기차 충전기 생산 능력이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롯데렌터카, 롯데오토리스 등 그룹 계열사와의 공동사업을 통해 도심 인접 지역에 충전 거점과 상용 서비스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이미 유럽 통합인증(CE)을 획득했으며 이미 북미, 태국, 인도네시아 등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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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SF+배터리/사진=SK온

SK온은 지난 3월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충전 시간을 줄인 어드밴스드 SF배터리 ‘스피드온’을 선보였다. 스피드온은 2021년 선보인 기존 SF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9% 높이고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했다. 당시 SK온은 리튬이온 이동 거리를 줄여 급속충전 시간을 18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한 SF+ 배터리도 선보였다. 아울러 5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203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전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에너지 밀도를 손해 보지 않고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 방향을 잡았다. 충전 시간은 80% 기준 20∼30분, 주행거리는 500∼600㎞를 주류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기 관리 솔루션 사업에 주력해 오던 LG전자는 지난해 충전기 생산기업 ‘하이비차저’를 GS그룹과 공동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이마트와 손잡고 전국 30여 개 점포에 100kW 급속 충전기와 7kW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업계 최초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셀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배터리를 9분간 충전하면 600㎞가량, 주유 시간과 비슷한 5분간 충전하면 약 300㎞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도 전기차 충전사업 합작법인(JV) 설립하고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차 충전사업 JV 설립을 승인했다. 전국 공동주택 등 완속 충전시장을 대상으로 충전소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독일 완성차 업체 BMW도 한국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BMW는 지난해까지 국내에 누적 전기차 충전기 1,100기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공공 전기차 충전기 1,000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모두 합치면 국내에만 2,100기 규모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2025년까지 2,500기 설치를 목표로 발표한 바 있어 계획대로 라면 BMW가 조만간 단일 업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고출력 충전(HPC)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고출력 충전기를 1만 대 이상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국내에 있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 각각 100여 개를 확보한 상태다. 아우디는 국내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충전기 50기를 보유 중이다.

스타트업의 틈새시장 공략, 기술력 등 차별화 전략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기차 급속 충전 네트워크 워터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스루(DT) 전기차 급속 충전소인 ‘워터 양양 서피비치’의 운영을 시작했다. 급속 충전을 이용한 뒤 정차한 방향 그대로 충전소를 빠져나갈 수 있게 사선 정차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워터는 오는 2025년까지 양양·보령·태안 등 전국 100개소에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충전소에 직접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충전 차량 배달 서비스도 있다. 티비유와 에바 등은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고 있다. 티비유(TBU)는 충전 플랫폼 일렉베리를 통해 충전 수요가 있는 곳에 배터리팩을 탑재한 차량을 보내준다. 에바(EVAR)는 롯데오토케어, SK렌트카 등과 협력한 서비스를 마련했다. 렌터카 사용자가 급히 충전이 필요할 때 전기차 충전기가 들어 있는 벤(VMC)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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