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산업에 Big Data Hub가 도입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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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사업하는 친구 하나가 그러더라. 보험 아줌마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필자의 반박 질문은 2가지였다.

  1. 개인 동의를 받아봐야 신용등급에 관련된 정보 밖에 긁어올 수가 없는데, 그 데이터로 맞춤형 보험 추천이 가능할까?
  2. 보험 아줌마들로 가입하는 채널이 전체 비중의 절반도 넘을텐데,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정보 제공하는것만으로 세일즈가 가능할까?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빅데이터에 대한 정의를 “대용량”으로 볼 것인가 “행동패턴”으로 볼 것인가에 달려있을 것 같고, 두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실제 업계 상황을 좀 봐야될 것 같더라.

보험 영업 뛰는 사람들이 왜 신규 가입자 1명을 유치할 때마다 초회 보험료의 900%씩의 보너스를 받는지, 왜 그렇게 고비용이 드는 구조인데도 여태까지 대체를 못했는지, 혹시 대체하려고 했던 사례가 있는지 이런저런 조사를 해 봤다.

예상대로 보험, 카드 같은 금융 서비스들의 유치 채널별 비중을 보니 모집인 채널이 50%에 육박하고, 온라인 비중은 겨우 10% 언저리에 불과했다. 보험 아줌마 영업을 온라인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로 대체하겠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지 피부로 와 닿는 수치다. 참고로 예전에 보험 아줌마 없이 상품 5개 종류만 내놓고 온라인 판매만 했던 회사가 있었는데, 다른 회사에 인수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금융데이터를 다 긁어모은 서비스 (Big Data Hub)를 금융시장에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맞춤형 보험 추천이 가능해질까?

(Source: ticbeat.com)

 

Big Data Hub란? – 개인금융데이터 통합 관리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개인 서비스 데이터를 공동으로 관리해서 사용자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지는 개인금융데이터 관리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의 핀테크 회사들 중 Mint, Yodlee 등이 대표적인 사례고, 유럽에서도 최근에 PSD II (Payment Services Directive II)를 통과시키면서 금융회사의 고객 정보 독점권을 박탈하는 추세다. 은행 A에서 거래하고 있는 내용을 은행 B가 모두 알 수 있도록 완전 공개되어야한다는 법이다.

이게 미국에서는 사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마 정부가 직접 데이터 관리 기관을 설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왠지 정부가 직접 데이터 관리 기관 하나를 만들 것 같다ㅋㅋ

저런 서비스의 초기 버젼으로 한국 스타트업 중에 볼 만한 회사들이 뱅크샐러드, 토스 같은 서비스일텐데, 토스 입장에서는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왜? 토스는 그 동안 무료 송금을 대행해주면서 은행에 수수료를 대신 냈다. 물론 일반인이 송금할 때 내는 수수료는 아니고, 급여 대량 이체같은 좀 낮은 수수료를 내긴 했을 것이다. (아마 500원 대신 100원, 200원?) 얼핏 기억나는 숫자로 작년 4분기에 송금 건수 5,400만건이라고 하던데, 그 중 회원간 포인트로 처리한 건수부터 이래저래 은행 수수료가 안 나갔을 부분을 빼서 본다고 쳐도 최소한 월 1,000만건 이상이 수수료 대납 송금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토스가 은행과 협상을 아주아주 잘해서 수수료가 100원이었다고 쳐도 10억원이나 되는 돈이다. 1년이면? 120억이고, 까탈스러운 은행이 있었으면 더 큰 금액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네이버 페이나 카카오 페이처럼 대기업들이 100원으로 협상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데, 업계 상황상 스타트업인 토스는 그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조건으로 수수료를 내고 있을 것이고 생각한다.

핀테크 서비스가 은행 계좌 정보 긁어와서 보여주는데 드는 수수료도 최소 1회 10원이상이 될 텐데, 금융 서비스로 Big Data Hub이 생기고,핀테크와 Hub간 직접 정보 연계가 가능하다면 그 동안 은행들이 핀테크 서비스들을 “착취”하던 부분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은행권에서 돌던 말이 있다. 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

 

Big Data Hub가 보유한 데이터는 “빅”데이터일까?

여러 핀테크 서비스의 성장으로 은행들의 수수료 장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눈에 보인다. 더불어 신용대출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들에 스타트업이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릴 것이다. Big Data Hub에서 정보를 받는 비용이 말도 안 될만큼 비싸지만 않다면.

그런데, 여기는 Data Science 블로그니까, IT 혁신의 Pie를 누가 나눠먹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Data Science 측면만 살펴보자.

여러 금융기관에서 모은 정보는 “빅데이터”일까? 이전에는 없었던 데이터일까? Data Scientist 입장에서 저렇게 모은 정보가 데이터 모델링, 특히 지금까지 못하던 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까?

신용 서비스 종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지금도 개인의 동의만 받으면 여러 기관에서 개인의 신용에 관련된 정보들을 받을 수 있다. 대출 결정을 했을 때 Default나는 비율이 2% 미만인 것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갖고 있는 개인 신용 정보의 Depth와 Width는 상당한 편이다. P2P나 B2P 대출로 제 1금융권 대출이 힘든 사람들을 타겟하는 서비스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은행이 대출 심사용으로 쓰는 정보로 신용등급을 10단계가 아니라 100단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출 서비스 쪽에서 데이터로 뭘 더 한다는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마 Big Data Hub라는게 만들어지면, 그런 정보 위에 개인들의 자잘한 금융 거래 기록들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데이터로 행동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느냐고 물으면, 카드 여러개를 돌려쓰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추척할 수 있으니 주력 카드 1-2개만 쓰는 사람들 정보만 갖춘 카드사 단독인 경우보다는 정보의 Width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근데 카드 여러개로 체리피킹하는 사람들 비율은 얼마나 될까? 분명히 모든 카드 결제 기록과 모든 은행 거래 기록을 다 모으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세한 개인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는 한데, 지금하고 있는 CRM 업무에 비해서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좀 더 세밀해질수는 있겠지만 서비스가 완전히 뒤바뀔 것 같은 부분은 보이질 않는다.

 

멀티채널 분석 – “빅”데이터와의 결합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30대 직장인에게 카드 가입 권유를 하는 것과, 매주 토요일 아침에 마트에서 10만원 결제 기록, 평일에 지하철을 아침저녁으로 타는 기록, 특정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기록 중 1개를 갖고 있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어차피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만 구분하면 되니까 굳이 4가지 데이터를 모두 다 갖고 있다고해서 더 완벽한 CRM 타게팅, 멀티채널 분석이 가능해질지는 잘 모르겠다.

금융거래 기록이 진짜 “구매”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저런 정보 업체가 가진 데이터의 가치는 분명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런 데이터 덩치가 있다고 해서 이전의 신용 대출 동의서로 받을 수 있는 데이터보다 더 깊이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지는 사실 회의적이다.

유저들의 온라인 활동 데이터와 저런 결제 데이터가 결합되지 않는 한, 유저에 대한 멀티 채널 분석은 고만고만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Source: pabii 강의자료)

영업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

보험 모집인들이 무려 50%에 육박하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준다는 눈 앞의 수치를 한꺼풀 더 뒤집어보자. 업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보험 모집인들이 사람들한테 뭔가 대단한 걸 설명하는 것처럼 해 줘야하기 때문에 상품을 계속해서 복잡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단다. 실제로 보험 가입하려고하면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 깨알 글씨로 적힌 겁나는 약관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입하는게 사실 어리석은 행동인게, 모집인을 통해서 가입하고 나면 여러가지 부가 혜택이 쏠쏠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현금 보상, 상품권 보상 같은 혜택을 안 받고 가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온라인으로 상품 설명 & 추천만 해주면서 가격을 확 낮추면 많이들 물밀듯이 몰려들 줄 알았는데 정작 온라인으로만 서비스했던 회사는 망해버렸다.

어느 스타트업 대표가 “밤에 식당 정리하고 돈 셀 수 있는 저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아냐?”고 그러던데, 영업을 저렇게 플랫폼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 영업의 중요성을 가볍게 보는 생각, 특히 예전에 비해서 특별히 더 나아질 구석이 안 보이는 CRM 서비스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이 말처럼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PB보다, 보험아줌마보다 My Data 앱이 더 좋은 서비스가 될려면

로보 어드바이저를 찾아가서 설문조사 100개를 답하고 내 성향을 알아낸 다음, 거기에 맞춰서 적절한 자산 배분을 해 줄 수 있다는 서비스, 혹은 보험, 예금, 적금, 카드 종류 등등의 종합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해주는 서비스로 확장되는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My Data라는 앱을 하나 만들어서 모든 신용평가 관련 기록, 금융기관 거래 기록을 싹 다 모아놓으면 저런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빅데이터 or 유저 행동 데이터를 추가한다면 정말 좀 더 세밀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은행 PB, 자산관리사, 보험 모집인들 대신에 그런 서비스를 쓰게 될까?

귀국해서 한국 번호를 몇 년만에 새로 만들고,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하는데, 페이백, 실제 납부금, 납부 원금 등등 수 많은 표현들을 인터넷 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출고가 100만원을 오르내리는 폰을 그런 채널로 구매하면 10만원대의 파격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걸 버젓이 알고 있는데, 통신사 홈페이지,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위에서말한 My Data 앱 서비스가 갖고 있을 데이터는 지금도 개인의 동의만 받으면 충분히 모을 수 있다. 안 하는 이유는 법적인 제한이 있어서거나, 기술적인 제한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 데이터들을 바탕으로한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는 수학이 아니라 산수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제약도 낮다.

그럼 왜 안 하고 있냐고? 저런 통합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 생기면 시장 상황이 바뀌는게 아니라, 판매망 구조가 바뀌어야 시장 상황이 바뀔 것이다. 뱅크 샐러드가 있다고 카드 영업하시는 분들이 줄었나?

아, 그렇다고 단통법 같은 황당한 법으로 시장을 왜곡시켜봐야 바뀌는 건 없다. 음지에서 같은 Practice가 계속 진행될 뿐이다.

(설명: 더 많은 정보를 전해주는게 더 안 좋을 수 있는 경우)

 

나가며 – Big Data에 대한 과도한 기대

통계학에서 Factor Analysis라는 계산법이 있다. 보통 회귀분석 기반의 통계 모델링을 한다고 치면 100개의 변수 중에 필요한 변수가 뭘지 찾아낸는 작업을 거쳐서 10개만 쓰겠다는 접근을 하는데, Factor Analysis는 100개의 변수 뒤에 숨어있는 변수 10개 정도만 찾아내겠다는 계산법이다. 뭐가 다르냐고? 불량품 조사를 하는데 박스 100개 중에 10개만 골라내는 작업이 아니라, 생산공장에 있는 기계 10대를 갖고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만나는 Big Data hype을 보면 Factor Analysis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뭔가 데이터가 많아지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Big Data 의 상당부분은 예전의 Small Data 박스 10개를 10번 더 뽑은 경우에 불과하다. 불량품 조사할 때 샘플 10개 박스만 뽑은 경우랑, 100개 박스 전수조사하는거랑 확률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선거 여론조사할 때 1,004명의 유권자만 골라도 꽤나 높은 정확도를 담보할 수 있는 것처럼, Big Data가 예전의 Small Data의 부피만 키운 경우라면 특별히 얻을 수 있는게 없다. Big Data의 정의를 대용량이 아니라 Multiple behavior patterns이 있는 데이터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시장에서 Big Data Hub가 생기고 나면 오히려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한 무게를 갖고 다가오지 않을까? 그 Hub가 해커들한테 털리면 나의 모든 금융정보가 완전히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되려 무섭다. 얼마전에 농협이 해킹당했다는 뉴스에 농협 통장 해지하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Big Data Hub가 해킹당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이젠 해외 은행을 써야하나? ㅋㅋ Star Network는 한 가운데의 Star가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된다. Data Science 측면에서 서비스 혁신은 물음표가 있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파이 나눠먹기 방식이 바뀔 부분만 더 눈에 보이는데, 정작 보안 이슈는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

아마 금융시장에 “혁신”이 생긴다면, 금융권 Big Data Hub에 CRM 고도화를 적용해서가 아니라, 다른 유저 행동 데이터와 결합하는 서비스가 나와서 일 것이다. 온라인에서 유저 행동 데이터를 모은 서비스를 준비하는 Pabii 입장에서도 금융 데이터를 구해오는데 토스나 뱅크샐러드처럼 고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업 확장을 위해서 괜찮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 보험 모집인들에게 초회보험료 900%를 줘서 그 모집인들이 보험 가입자에게 다시 경품 잔치를 해 주는 Rebate형 왜곡된 시장 구조가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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