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고로 멈춰 선 한주, 식품업계 ‘솔트플레이션’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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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소금 제조 공장에서 '작업자 사망' 중대재해 발생
국내 정제염 공급 책임지는 공장 가동 중단, 업계 '비명'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할 경우 정제염 가격 치솟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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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주

식품업계가 정제 소금(정제염)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유일 정제염 공급업체가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열흘째 멈춰 서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제염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식품업계 전반이 생산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작업 도중 잠수 노동자 사망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 남구에 위치한 한주의 소금 제조 공장에서 해수 취수시설 정비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어호스(산소 공급용 호스)가 작업 선박의 스크류(프로펠러)에 감기며 산소 공급이 차단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해수 취수 시설에서 바닷물을 끌어 올려 정제염을 생산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해 즉각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 판정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운영사인 주식회사 한주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명백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미흡으로 인해 해당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에 이를 수 있다.

한편 이로 인해 해당 정제염 제조 공장은 사고로 인해 열흘 이상 멈춰 서 있다. 문제는 한주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제염을 기업 간 거래(B2B)하는 공급 업체라는 점이다. 정제염은 과자와 빵류, 면류, 장류, 김치류 등 거의 모든 식품 제조에 쓰이는 ‘필수재’다. 천일염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고, 불순물이 적고 농도가 균일해 대량 물량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공급망 차질 불가피

실제로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 농심, 오뚜기, 롯데제과, SPC삼립, 동원F&B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은 대부분 한주의 정제염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정제염 약 17만 톤 중 12만 톤이 한주가 공급한 분량이었다. 한주의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정제염 부족으로 식품업계 생산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한주의 정제염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 정제염 등으로 원재료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경우 제품 확보까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포장재 교체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공급처를 급작스럽게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금 제품의 특성상 재고를 쌓아둔 채 이용할 수 없고 그때그때 구매를 해야 한다”며 “한주가 멈춰 서면 식품업계 전반의 생산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22일 정부에 한주 소금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업계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 했다. 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고용부 울산지청은 25일 조업가동 승인 심의위원회를 개최, 한주의 작업 중지 명령 해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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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솔트플레이션’ 올까

정제염 공급망이 불안정해지자 시장에서는 지난해 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발생한 ‘솔트플레이션(Saltflation, Salt+Inflation)’ 현상이 재차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최종 결정했던 지난해 봄, 국내에서는 ‘사재기’로 인한 소금 품귀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 해역에 흘러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소금 가격은 매서운 속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6월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10kg에 150만원이 넘는 가격에 소금을 파는 사람마저 등장했다. 같은 달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2010년산 신안 천일염 소금 30kg을 1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문제는 소금값이 뛰어오를 경우 대다수 식품업체의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소금값 인상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도 한주의 영업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솔트플레이션 현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오염류 방수가 식품업계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듯, 한주의 공장 가동 중단이 식품업계의 공급망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추후 정제염 공급망의 빈틈을 기회 삼아 ‘소금 사재기’에 나서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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