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3~4분기까지 할 일 많다” 내각 합류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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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민정수석·법률수석 후보로 거론됐던 이 원장
"처리해야 할 현안 산적, 동요하지 말라" 당부
법률수석 역할 불투명에 여론 타깃 우려 작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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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최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현안을 계속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대통령실 합류설’로 인해 금감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원장, 금감원 잔류 의지 밝혀

24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오전 가진 임원 회의에서 “올해 3~4분기까지 할 일이 많다”면서 “동요하지 말고 각자 업무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은 또 지금껏 밝혔던 것처럼 사정기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금융 시장에서는 4·10 총선 이후 이복현 원장의 거취와 관해 ‘내각 합류설’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데다,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최근 신설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법률수석비서관 자리가 이 원장의 다음 행선지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계속 말을 아껴 왔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마친 후 대통령실 합류 여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서도 “오늘은 자본 시장과 관련한 좋은 말씀을 듣는 자리”라며 “이해해 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총선 직후 진행된 금감원 임원 회의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오찬, 금융위원회 정례 회의 등 중요한 자리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의 대통령실 이동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 원장은 불참 배경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보름이 지난 23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금감원에 계속 남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의 잔류, 이미 예견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금감원 잔류가 이미 예견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이 원장이 민생금융 조직을 강화하고 가상자산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조직개편에서 부서장 보직자 81명 중 68명(84%)을 변경하는 대규모 부서장 인사를 감행했다. 구체적으로 본부 전 실무 부서장을 70년대생으로 배치하고 부서장 신규 승진자(15명)를 1971~1975년생으로 구성해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또한 불법사금융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을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체계를 손봤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피해예방, 권익보호 체계에서 소비자보호, 민생금융 체계로 개편 후, 민생금융 부문에 금융범죄 대응부서를 일괄배치하고 책임자를 부서장에서 부원장보로 격상시켰다.

은행과 피해예방으로 나누어져 있던 서민 금융지원 업무는 금융안정지원국으로 일원화해 유기적인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등 신종상품 시장의 성장,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비해 가상자산감독국을 신설해 총괄부서로서 감독 역할을 맡겼다. 나아가 금융사 리스크 관리와 시장질서 훼손행위 대응 차원에서 상호금융국의 검사팀을 분리해 검사국으로 격상했으며 중소금융부문 검사부서를 중소금융검사1·2·3국 체계로 개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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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등 과제 산적, 각종 현안 직접 마무리할 듯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 원장의 잔류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 원장의 행선지로 거론되던 법률 수석 자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지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했다는 견해다. 해당 자리가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된 민정수석을 대신해 국민 여론을 청취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다는 의견과 대통령이 검찰을 포함한 주요 사정기관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 경우 법률 수석은 악화한 여론과 야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급증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틀어막았던 부동산 PF 위기가 올해 안에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분쟁으로 외환 시장의 흐름이 불안한 것도 문제다. 또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정착시켜야 한다.

이 원장의 합류가 대통령실에도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이 원장의 법률수석 기용은 부담이 큰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에 의하면 대통령실이 최근 법률수석 후보로 박찬호 전 검사장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장을 섣불리 교체하기 어려운 것도 고려 요소다. 금감원장을 섣불리 바꿀 경우 정책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후임 원장이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생 금융 활성화, 공매도 금지 등의 정책을 이행해 온 이 원장에게 계속 업무를 맡기는 게 훨씬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원장의 전날 발언이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어 그의 향후 거취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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