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감, 교육을 바꾸다 ③ 작은 학교 통폐합 과연 바람직한가?

도봉고 폐교로 다시금 주목받는 작은 학교 통폐합 전북교육감, “아이 볼모로 잡는 것” 학교 통폐합 적극 주장 정쟁보다는 시장 원리에 맡겨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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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작은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내 일반고 폐교의 첫 사례인 도봉고등학교가 2024년 폐교 예정인 것처럼, ‘작은 학교’ 문제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작은 학교 가꾸기’ 등의 학교 통폐합을 최대한 저지하는 쪽과, “소수의 아이를 학교 유지의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작은 학교 통폐합 주장하는 서거석 전북교육감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지만 학생들의 기초학력평가 엄정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경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아이 한 명을 볼모로 잡는다고 해서 마을이 사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아이의 인생과 장래를 생각한다면 그런 정책은 그만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학년에 1~2명밖에 안 되는 학교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토론, 음악, 체육 수업은 불가능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회에서 적응을 못 하고 뒷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도내 10명 이하인 학교 10~20개 정도에 대해서는 교육 주체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학교 통폐합’을 원할 경우에만 실시하겠다”며 “도시에서 왕따 경험이 있거나 아토피 등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교사의 배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는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학생 중심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슬지 전북도의원은 지난달 30일 전북도의회 정례회의에서 “전교생이 7명인 한 학교는 6명이 조손가정, 결손가정, 한부모 가정”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마을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으나 언제 폐교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부안지역의 경우 1989년부터 현재까지 30개 학교가 폐교됐고 3개 초등학교의 통폐합이 예정되어 있다”며 “그러나 일정이 지연되면서 학생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의 교육감과 다르게 학교 통폐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경상북도교육청 역시 학교 통폐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경북교육청은 통폐합도 교육부 기준과 달리 전교생 수 10명 이하이면서 학부모 60% 이상이 찬성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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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통폐합 vs 작은 학교 존치 둘 다 타당성 있다

사실 한 학년에 1~2명 정도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가 서 교육감의 주장대로 반드시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학생을 다수의 교사가 가르치면서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많은 도시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학교 폭력이나 여러 비행 문화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아이의 장래에 1~2인 학교가 반드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다만 그렇다고 작은 학교를 다 내버려 두기엔 예산 상의 제약이 존재한다. 도시 지역의 큰 학교에 다닐 경우, 학생들의 경험이 다양해지고 견문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괜히 ‘맹모삼천지교’라는 사자성어가 나왔겠는가. 도시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접근성, 인맥 등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의 내용보다 때로는 더 학생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사실 사립초나 명문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치고 자신이 그 학교에 다녔다는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명문 학교가 갖는 장점은 절대 작은 학교가 구현해 줄 수 없다. 즉 학교 통폐합이나, 작은 학교 존치 둘 다 정책의 효과성 측면에서는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것이 나은지 쉽게 비교 형량하기 어렵다.

특정 방향성의 정책이 큰 우위를 갖지 못하는 이런 경우 정부나 자치단체, 혹은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인위적인 정책적 목표를 설정해 그 원칙대로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작은 학교들을 살리려 하는 것보다 그냥 자유경쟁시장 원리대로 알아서 생길 학교는 생기고 사라질 학교는 사라지게 내버려 두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작은 학교에 다니고 싶은 학생이 제법 된다면 작은 학교를 운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이 많다면 그냥 통폐합하는 식이다. 국가의 계획은 각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과물보다 반드시 비효율적이다. 작은 학교의 통폐합 문제 역시 교육 당국의 분석과 예측에 따른 인위적 설계를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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