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택시 심야할증 조정 ‘택시 대란’ 잡힐까

서울시, 오는 1일부터 서울시 내 택시요금 할증률 올리고 할증시간 늘린다 ‘택시 대란’ 잡기 위한 조치, 그러나 버스·지하철 등 대체재 많아 미봉책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요금이 아닌 근로 환경, 실질적인 제도 개선책 마련돼야

pabii research

오는 12월 1일 오후 10시부터 서울시 내 택시요금 할증률이 최대 40%로 오른다. 서울시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심야 할증 조정을 시행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중형택시의 경우 할증 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에서 오후 10시에서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어났다. 특히 택시 잡기 가장 어려운 시간대로 꼽히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기존 할증률(20%)의 두 배인 40%가 적용된다. 이는 심야시간대 거리로 나서길 꺼리는 택시운전자들의 운행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심야 할증이 없던 모범 및 대형택시도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할증 20%, 시계 외 할증 20%가 신규로 적용된다. 한편 기본요금 조정 등은 내년 2월부터 적용된다. 중형택시는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고 기본거리는 2km에서 1.6km로 줄어든다. 모범과 대형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이 3km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된다.

서인석 서울시 택시 정책과장은 “40년 만에 조정되는 심야 할증으로 시민의 요금 부담이 늘어난 만큼 택시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Ryoji Iwata

심야 할증 확대, 효과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가 심야 할증 확대 조정을 시행한 까닭은 최근 ‘택시 대란’ 사태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승객 수가 감소하며 수입이 줄자 상당수 기사가 택시 업계를 떠나버린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며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급증하면서 택시 공급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이에 택시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택시 대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월 기준 26만1,634명이었던 전국 택시 기사 수는 2022년 2월 23만9,434명으로 7.5% 감소했다.

정부가 고안한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승객의 수가 늘어난 만큼, 택시 기사의 수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할증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을 늘리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심야 운행에 참여하는 기사들이 늘어날 거라 예상했다. 그 대응책으로 심야 할증 확대를 논했고 조정에 따라 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서울시는 운행 1건당 평균 운임이 19.3% 상승해 심야 택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할증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택시 공급자가 늘어날 거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한다. 설령 그 수가 늘어나더라도 택시 대란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으며 심야 할증 시간 확대는 되려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만 높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택시 대란의 본질적인 문제가 낮은 요금이 아닌 근로 환경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심야 운행은 택시 기사의 심각한 정신적·체력적 스트레스를 요한다. 취객을 만나면 운행 내내 실랑이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피크타임(오후 10시~오전 2시)이 끝나면 사실상 빈 차로 밤샘 운행을 해야 한다. 택시업계는 기름값까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한두 시간 더 수입을 얻겠다고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심야 운행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택시 기사들의 야간 수입은 스트레스를 감수할 정도로 높은 편이 아니다. 택시 수요가 많은 홍대입구역~강남역(18km)을 기준으로 주간-심야 각각 10명의 승객을 태운다고 가정했을 때 총수입 차이는 3만~4만원(주간 17만7,700원, 심야 21만2,400원) 남짓이다. 택시 기사 입장에선 할증 요금이 붙는다고 해서 수입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 만큼 굳이 택시 심야 운행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심야 할증 시간대를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로 앞당기겠다는 조정도 미봉책일 뿐이다. 오후 10시부터 자정은 버스, 지하철 등 택시보다 저렴한 대체재가 정상 운행 중인 시간대다. 따라서 오후 10시에 웃돈까지 내가며 택시를 타는 승객의 수요가 늘어날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증 요금 시간을 오후 10시로 당긴다면 오히려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승객이 지금보다 늘어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택시 기사들의 심야 손님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는 셈이다.

지난 10월 ‘호출료’ 인상, 심야 할증 확대와 다를 바 없어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정책은 심야 할증 확대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택시의 ‘호출료’를 인상한 바 있다. 수도권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 사이 택시를 부를 때는 호출료가 최대 5천원으로 인상된다. 택시를 주기적으로 휴무시키는 택시부제 해제와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에만 일하는 아르바이트 택시 기사 허용도 추진했다.

승객은 무료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계속 배차를 시도할 수 있고 호출료를 조금씩 올려 제시하며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이전까지 택시 호출료는 상한이 3천원이었지만, 앞으로 중개 택시는 최대 4천원, 가맹 택시는 최대 5천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김기현 예스택시 전무는 “호출료 인상과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등으로 기사들의 수입이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출료 인상은 사실상 내달 시행되는 심야 할증 조정과 똑같은 조치다. 단순히 요금만 올리는 조정을 넘어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사진=Carl Kho

택시 대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냐

택시업계에선 택시 대란의 원인으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그동안 업계에 만연했던 불만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일 회사에 사납금(기준금)을 내고 일정 금액 이상 수입을 올려야 하는 법인 택시 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배경이기도 하다.

그간 택시업계에 존재했던 ‘정액 사납금’ 제도는 2년 전 공식적으로 사라진 바 있다. 이후 ‘전액 관리제’라는 이름으로 고정 월급제가 시행 중이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이 존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란 기사들이 운행으로 벌어오는 모든 수입금을 회사에 반납한 뒤 이후 수익 배분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각 법인 택시 회사는 기사들에게 매월 고정 월급을 주는 조건으로 기사들이 맞춰야 하는 운행 수입인 ‘운송수입기준금’을 정해두고 있었다. 즉 법인 택시업체들이 내부적으로 두고 있는 이 ‘기준금’이 사실상 사납금처럼 여겨지고 있던 것이다. 한 달 운행 수입이 기준금액에 미달할 경우 부족한 금액을 기사가 메꾸는 방식인 만큼 이는 곧 예전의 사납금과 같은 기능을 하는 셈이다.

택시 기사들은 차라리 과거 사납금제가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법인 택시기사는 “법인 택시 기사의 경우 회사에 기준금을 매달 지불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했는데도 기준금 비용은 계속 나가다 보니 기본급에서 제하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심지어 과거 사납금제는 사납금만 채우고 나면 나머지누 100% 순수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이 보장됐는데 전액관리제는 회사가 수입금을 전부 가져가는 바람에 이마저도 보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택시 대란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변화를 넘어서 열악한 노동 환경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심야 할증 확대 정책과 같은 요금 인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근로 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는 제도 확충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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