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휩쓸고 간 우리나라, 적응 기술 개발 위한 ‘협력 거버넌스’ 필요하다

피해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 기후변화 ‘적응 기술’ 필요성 가시화 미국·중국 기술 확보 위해 질주, 우리나라 최근 10년 최우선 특허는 고작 0.6% 행정 절차 줄이고 R&D 효율 높여라, 적응 기술 ‘협력 거버넌스’ 필요성 제기

pabii research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을 위해 적합한 협력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Futures Brief」 제23-11호(표제: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전략과 추진체계)에서 이같이 밝혔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 ‘기술’로 대응해라

지금까지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책은 지자체의 재난 및 폭염 대응 등 피해 저감을 위한 ‘조치’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적응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적응 기술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이 적응 기술 확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국가 기후변화 적응전략 2035’에서 예보·조기 경보, 모니터링, 영향·위험 평가, 재해 예방·완화 역량 등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재난 대응력을 높이는 물관리 인프라 등의 기술개발 필요성을 인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에 기후변화 적응 이슈를 포함했다.

우리나라는 제3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8대 국민 체감형 과제로 △홍수 △가뭄 △생물 대발생 △산림재해 △식량 안보 △감염병·질환 △취약계층 △거버넌스를 내세우며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8대 과제는 국내에서 조속한 해결이 요구되는 과제이며, 이외에도 △기상재난에 따른 공업용수 및 전력 공급 중단 리스크 등 산업시설 적응 기술 △투자 기관 대상 하는 기후·적응 정보 서비스 관련 기술 등의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진=pexels

뒤처진 적응 기술 개발,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하지만 우리나라의 적응 기술 개발 수준은 여타 선진 국가 대비 뒤처지는 편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중국,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주요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적응 부문에 출원된 특허들 가운데 잠재적인 시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특허 권리가 이전된 9,566건 중 한국이 최우선(최초) 출원한 특허는 0.6%에 그친다. 특히 최근 3년(2020~2022년) 중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차지한 것은 중국으로, 해당 기간 중국이 최우선 출원한 특허의 비중은 전체 중 87%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적응 기술 개발은 차후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할까.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은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문제 해결형’ R&D에 속한다. 관련 부처, 지자체, 연구기관, 시민사회, 기업 등 관련 주체가 협력해 핵심이 되는 기술을 식별하고, 기업과 지역이 성과를 확산시키는 방식의 기술개발 전략 및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 수립의 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정돼 있으나, 적응 기술 유관 법률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행안부) △물관리 기본법(환경부) △국토기본법(국토부) 등 복수의 부처에 걸쳐 있다. 다양한 정부 기관이 엮이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목적 달성에 적합한 적응 기술 ‘협력 거버넌스’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술 개발 과정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나갈 새로운 조직 체계를 수립한다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적응 기술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컨트롤타워’ 필요성, OTT 시장서 이미 입증됐다

이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콘텐츠 업계에서 이미 한 차례 부각된 바 있다. 국내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 넷플릭스·디즈니+ 등 해외 플랫폼과의 대등한 경쟁을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분산된 규제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명확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별도의 지휘반이 필요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업계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국무총리 훈령으로 발령했다. 훈령에 따르면 위원회는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전략 및 정책 방향, 법 제도의 정비, 산업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한 국무총리 자문을 위해 설치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부처별로 예산이 분리돼 있어 사실상 일관된 지원 및 예산 집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적자에 빠진 국내 OTT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어긋나는 각 부처의 규제 속 넷플릭스의 독주를 바라만 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가 없다면 국내 기후 적응 기술 역시 해외 기술의 영향력에 밀려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차후 기상이변 피해 경감·관련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탄탄한 협력 거버넌스 기반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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