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노인 일자리가 이끈 ‘성장 없는 고용’, 이대로 괜찮나

pabii research
2월 전국 임시근로자 2년 만에 최대폭↑
60세 이상 임시근로자 11만 명 증가
"성장 없이 고용률만 높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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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연속 취업자 수가 30만 명대로 늘어나는 고용 훈풍 속에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인 임시직이 2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등의 영향으로, 노인 일자리가 11만 명 넘게 늘어 증가세가 집중된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년 미만 임시직 20만7,000명 ‘껑충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임시근로자 취업자 규모는 46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만7,000명 증가한 수준이다. 임시근로자 증가 폭은 2022년 2월(34만2,000명) 이후로 2년 만에 가장 컸다. 지난해 2월에는 전년보다 12만8,000명 감소한 바 있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살펴보면 특히 고령층에서 임시직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월 임시직은 연령대별로 60세 이상에서 작년 같은 달보다 11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全)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노년층 가운데서도 60대보다 70세 이상이 8만4,000명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50대와 청년층(15∼29세) 임시직도 각각 전년보다 7만4,000명, 4만3,000명 늘었다. 반면 30대(-1만 명)와 40대(-1만3천명)에서는 감소했다.

‘성장 없는 고용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이같은 현상을 두고 국내 경제 전문가들 대다수는 한국 경제가 ‘성장 없는 고용’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고령층 일자리 증가가 지속될 경우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기간별 연평균 성장률은 2001~2008년 4.9%에서 2011~2019년 2.9%, 2020~2023년 1.9%로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2028년 연평균 성장률을 2.2%로 전망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저성장 기조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지칭되는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우리 사회에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저성장-저실업 현상은 기존의 경제학 이론과 정반대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간 경제학에서는 성장률이 낮으면 실업률이 올라간다고 봤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국내총생산(GDP)이 2% 증가하면 실업률은 1%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실업률은 계속 치솟는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과 국제기구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저성장·고실업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이처럼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취업률이 높아지는 ‘불안한 고용실적’은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단순노무직·노인일자리만 창출 가능한 시대

더 큰 문제는 사실상 단순노무직이나 노인 일자리 이외에는 고용 창출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1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청년층(15~29세) 취업자 389만9,000명 가운데 단순노무직은 3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단순노무직의 비중은 9%로 2018년 8.4%와 견줘 0.6%포인트 증가했다. 2022∼2023년 청년층 취업자 10명 중 1명은 단순노무직 종사자인 셈이다. 단순노무직은 운반을 비롯해 포장, 청소, 하역 등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업무를 의미한다.

60대 이상 노인일자리도 전년 대비 26만9,000개(8.3%)로 크게 늘었다. 증가한 일자리의 약 78%가 노인 일자리인 셈이다. 특히 보건·사회복지(7만4,000개), 제조업(4만2,000개)에서 60대 이상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시점 정부가 늘릴 수 있는 일자리는 ‘고령 단기 알바’란 뼈아픈 분석도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지 못한 채 안정적인 고용지표에만 안주할 경우 경제 성장도 발목이 잡힐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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