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묻지마’ 명품 쇼핑 시대, 최근 명품주·럭셔리펀드 수익률 지속 악화

명품 주, 지난해 20%대 매출 성장세와 달리 올해 ‘한 자릿수 성장’ 국내 백화점 3사 명품 매출, 올해 처음으로 ‘역성장’ 기록 글로벌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 수익률도 최근 크게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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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VMH 페이스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명품 산업이 정체에 빠졌다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명품 기업들이 세계 최대 명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명품 주가 올 하반기 다운사이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하며 앞으로도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중국등 세계 최대 명품 시장서 매출 급감

팬데믹 시대 명품 브랜드의 가장 큰손으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에서 명품 기업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LVMH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로 연속 하락세다. 최근 한 달간 LVMH 주가는 3.7%, 케링은 6.06%, 에스티로더는 11.73% 하락했다.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미국에서의 매출 부진이 눈에 띈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VMH는 2분기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24%에 달했던 성장세와는 대조적이다.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티파니 등 75개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도 올해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23%나 감소했다. 이 밖에도 까르띠에와 몽블랑을 보유한 리치몬트그룹과 버버리도 북미 지역 매출이 각각 4%와 8% 줄었다.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었던 중국에서도 계속되는 내수 침체로 명품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부동산 리스크로 경제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당초 전망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CNN 등 외신은 “당초 미국 시장의 부진과 별개로 중국 시장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등 경제지표가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리오프닝을 기대하고 중국 시장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주요 업체들이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픈 런사라진 국내 명품 시장

명품 시장의 부진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 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매출이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백화점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7.2% 감소하며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보였다. 지난 6월과 7월에도 각각 0.9%,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0%대 성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한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품 실적 부진에 백화점 3사 모두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이 36.9%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27.8%, 신세계백화점도 23.9%나 감소했다. 이미 백화점 개점 시간을 기다려 줄을 서는 ‘오픈 런’ 현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발길이 끊기자 샤넬 등 일부 업체에선 매장 오픈 전 입장 신청을 받는 ‘사전 접수’ 제도를 중단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명품 시장에 역기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의 추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역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존 VIP를 제외하고 대중의 명품 선호 현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펀드 수익률’도 지지부진, 다운사이클로 접어들었나

명품 산업의 부진에 따라 글로벌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도 좋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럭셔리펀드 46곳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3.4%로 저조했다.

LVMH, 에르메스, 케링, 리치몬트그룹 등 글로벌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럭셔리S&P’ ETF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3.62%였다. 공모형 펀드에서도 역시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과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가 각각 -4.56%, -3.69%씩 하락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명품 산업이 급성장한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국내 럭셔리펀드 46곳의 3년 평균 수익률은 18.19%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90%, 6개월 평균 수익률은 7.67%에 달한다.

그러나 당분간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명품 주들의 하락세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시대 늘어난 저축 및 정부 부양책에 따라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명품 산업의 열기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식어가고 있다”면서 “미중 패권 전쟁 리스크에 따라 중국의 동반 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명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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