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스타트업 메티스엑스, 시드 투자로만 85억원 ‘깜짝 데뷔’,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서 “글로벌 성공 도전”

지난해 설립한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대표는 전 SK하이닉스 최연소 임원 AI, DNA 분석에 활용하는 대규모 데이터 빠르게 처리하는 솔루션 특화 메모리와 달리 글로벌 1%에 불과한 한국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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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티스엑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메티스엑스가 85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를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토니인베스트먼트, 원익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 6곳 기관이 참여했다.

지난해 설립된 메티스엑스는 차세대 연결 기술로 언급되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의 스마트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CPU 중심 컴퓨터 구조보다 똑똑하고 빠르면서도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메티스엑스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베이스(DB) 산업이나 인공지능(AI), DNA 분석 같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메모리 기반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사들은 회사의 인력 구성을 보고 초기 단계에서 과감한 금액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메티스엑스는 SK하이닉스 최연소 엔지니어 출신 임원으로 일했던 김진영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SK하이닉스 부사장으로 일하며 미래 기술 개발을 맡는 등 15년 이상 메모리 기반 솔루션을 연구한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또 김도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주현 최고제품책임자(CPO) 등도 주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며 수준 높은 경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AI, DNA 분석에서 ‘두뇌’ 역할인 시스템반도체 개발 도전 “글로벌 노린다”

메티스엑스는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시스템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제품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은 데이터 저장공간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이 있을 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후발 주자다. 스마트폰 두뇌인 모바일 AP 1위는 미국의 퀄컴, PC 두뇌인 CPU(중앙처리장치) 1위는 미국 인텔이다. CPU 시장의 2위인 AMD 역시 미국 업체다.

메티스엑스는 데이터와 이를 저장하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혁신할 수 있는 메모리 솔루션을 주력으로 개발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각광받는 데이터베이스 분석,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DNA 분석 등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앙처리장치(CPU)로만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메티스엑스는 이러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 시간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와 솔루션을 구현할 계획이다. 데이터 처리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메모리 처리 가속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기술을 상당수 확보했다고 회사는 전했다.

메티스엑스는 이달 DNA 분석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메티스엑스 관계자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 시스템에 솔루션을 시험적으로 탑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고, 내년에 주문형 반도체 칩 개발에 착수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메모리 강자 삼성도 고전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반도체 설계·위탁 생산 투자 가속화

한국은 그간 경쟁력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해 왔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시장에서도 미국 업체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급성장 중인 중국은 아직 13% 수준이고 한국은 1%도 되지 않는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반도체·바이오·AI(인공지능)·차세대 통신 같은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을 밝혔는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기술을 개발,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GAA(Gate-All-Around,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기술) 등을 적용하는 한편,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성능·저전력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및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 신성장 팹리스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에도 훈풍이 불었다는 평가다. 김진영 메티스엑스 대표는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기술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투자를 발판 삼아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한편 추가 인력 채용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현재 파운드리에선 TSMC, 시스템반도체에서는 퀄컴 등 기존 강자에 비해 국내 업체 점유율이 크게 뒤지고 있다”며 “글로벌 최상위에 속하는 반도체 인재를 어떻게 끌어들여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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