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마주한 바이든-시진핑, 미중 관계 회복에 쏠린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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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확대회담, 4시간여 대화로 화해 무드 조성
군 소통 채널 복원 및 펜타닐 유통 차단에 뜻 모아
"평화로운 공존 추구", 글로벌 경제 활성화 기대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월 15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백악관 페이스북

미국과 중국의 관계 회복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장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정원 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양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시 주석 역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지난 50여 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전진해 왔다”며 “두 대국이 서로를 등지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화답하며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노력 필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미국에 초대하는 것은 큰 영광이자 기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서로가 오해 없이 지도자 대 지도자로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이날 회담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날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하며, 서로 이익에 부합하면 전 세계를 위해 함께 일할 책임이 있다”며 “기후 변화와 마약 퇴치,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세계 경제는 조금씩 회복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모멘텀이 부진하다”고 진단하며 “공급망 중단 위협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인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백 년 후를 내다보며 인류 발전에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 시스템, 발전 경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협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통해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의 대화가 물꼬를 트며 후속 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대화를 계속하고 소통 라인을 열어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속 이행 강조하며 날 선 반응 보인 中 관영매체

반면 중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경직된 태도로 미국을 견제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전날 ‘미·중 관계를 바른 궤도로 돌리기 위한 5가지 의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발리 합의로의 복귀 △상호존중 및 신뢰 회복 △경쟁·대치 구도 탈피 △국제적 공존 추구 △민간교류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발리 합의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일컫는 표현으로, 중국은 당시 미국이 중국 체제를 존중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을 것,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 반중국 동맹 확대 금지 등 4가지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1년 사이 악화한 양국의 관계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라는 의미다.

이에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대화 채널 복원이 핵심 의제로 가장 먼저 논의됐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양국 군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요청했다. 시 주석 역시 군사 대화 채널 제도화를 위한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남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원료 생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중국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합의하며 미국과의 협력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약 4시간의 회담 종료 후 백악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 두 정상은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이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시각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각자 회담 결과를 담은 별도의 대언론 발표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출·공급망 타격’ 글로벌 경제 회복 신호탄 될까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받았던 국제 사회는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외환시장을 비롯해 전방위로 확대되며 세계 경제를 오랜 시간 침체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품목 수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점에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연간 3억3,000만 달러(약 4,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5%p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는 유럽으로도 번졌다. 주요 무역 블록 밖에 있는 중간 규모 경제로 대규모 개입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영국은 자국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실리콘 칩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산업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백억 파운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정상회담이 빚어낼 화해 분위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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