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에 ‘등록금 동결·인하’ 협조 요청, 대학 사정 외면하는 정책

교육부, 성적 기준·경제적 기준 없앤 국가장학금 제도 개편, 총예산 4조원 이상 어려워진 가계 상황,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인하 요청했으나 대학도 어려워 국가의 교육 수준과 미래를 위해 투자 필요, 지원금마저 끊긴 대학은 생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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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교육부

교육부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약 4조원 규모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지급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 및 인하 기조를 지켜달라고 공개적으로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대학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는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제도 개편, 미래 사회를 위해 지급 기준 완화된다.

교육부 장상윤 차관은 8일 오전,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의지와 능력에 따라 실질적인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한다.

올해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는 총 4조4,447억원으로 구체적으로는 국가장학금 지원사업 4조286억원, 대학생 근로 장학사업 3,677억원, 우수 학생 국가 장학사업 484억원이다.

또 독립생계를 꾸리며 학업을 이어가는 자립 준비 청년의 학업 전념 여건 조성을 위해서 국가장학금 선발 때 성적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해까지는 자립 준비 청년에게 학자금 지원 구간별 성적 기준(B학점 이상, 기초·차상위 학생 C학점 이상)을 적용했으나 올해부터는 성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초·차상위 고등학생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지원했던 ‘드림장학금’은 이번 2학기부터 성적 기준이 완화돼 기존과 다르게 고교 성적 3등급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지역인재 역시 ‘지역 고교 졸업→지역대학 진학→지역 기업 취업·정주’할 수 있도록 올해 2학기 계속 지원자부터 지역인재 장학금 지원 자격을 학자금 지원 9구간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다자녀 장학금 지원 대상은 청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청년의 성장 기회 제공을 위해 청년 중심으로 개선된다. 이에 올해 2학기부터 다자녀 장학금 지원 대상을 만 39세 입학자까지로 한정하고 만 40세 이상 입학자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으로 지원한다.

한편, 올해부터 입학금 제도가 폐지되어 실비용 분을 등록금에 산입해 학생에게 고지되지만, 교육부에서 학생의 경제적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에 산입된 입학금 실비용 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해주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등록금 의존도 높은 국내 대학, 지원금 줄이고 등록금마저 줄이면? 수준 하락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장학금 정책 기조와 등록금 동결 요구가 13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자체가 국가적 인재를 발굴하고 저소득층에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며 계층 간 이동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경제적 기준에 이어 성적 기준까지 사라져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공공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성과주의를 적용하여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정책 기조를 여러 부처를 통해 발표하고 있는 이번 정부가 이처럼 기준 없이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첨단기술 양성’, ‘대한민국의 글로벌 허브화’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국가장학금 지원계획 발표 내용과 등록금 동결에 대한 요구가 대학의 끊임없는 쇄신과 교수들의 연구 실적 상승을 이뤄내기 위한 방식으로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학들이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경우, 전체적인 교육 발전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학으로 향하는 지원금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작년 11월에는 정부가 제안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떼어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어 대학에 지원금을 늘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약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안으로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급인재 양성을 돕겠다고 나섰다. 해당 예산은 최근 세수 증가로 급증한 교부금 81조원 중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쓰지 못한 기금액 약 5조3,000억원 등을 통해 충당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반대하고 교부금 비율이나 교육세 조정안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는 교부금’조차 대학에 지원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까지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압박을 가한다면 대학 재정도 및 교육환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등록금을 경감하고 미래 세대에 장학금을 통해 금전을 지원한다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 4차산업혁명에 부합하도록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나아가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서로 상충한다. 대학교육의 발전과 국가발전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된 부분인 만큼 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정책을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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