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도권 당 대표론, 이제는 세부적인 전략을 공개할 때

안철수, 수도권 경쟁력 강조하며 김기현에게 맞서 수도권 유권자 특성이라는게 따로 존재한다는 게 학계의 결론 安또한 제시하지 못한 세부 방법론, 이제는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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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유력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서로 간의 양보할 수 없는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안 의원은 연일 ‘수도권 당 대표론’을 강조하며 ‘윤심 마케팅’을 통해 ‘보수 정통성’ 공세를 펴는 김 의원에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마저 수도권 당 대표론에 가세하며 점점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안철수와 윤상현, 연일 ‘수도권 당 대표론’ 강조 

안 의원은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을 당협사무실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강연자로 나서 “총선은 수도권 민심을 가장 잘 아는 사령관이 지휘해야 승리할 수 있는데 저는 3번의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수도권 유권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당 대표 적임자”라며 “지난 총선 때 수도권 121석 중 단 17석만 지켰는데 수도권을 뺀 100석 정도는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고 하고, 수도권에서 최소 절반 이상 70석을 차지한다면 170석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언급한 ‘수도권 민심’ 혹은 ‘수도권 당 대표론’은 안 의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진짜 싸움은 수도권에서 이루어진다”며 “그러면 수도권에서 이기는 전략을 짜고 그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걸 가지고 경쟁하고 얘기하는 게 전당대회”라고 주장했다.

실재하는 ‘수도권 민심’, 정확한 공략법은 여전히 존재 하지 않아 

안 의원과 윤 의원의 주장대로 실제로 ‘수도권 민심’이라는 것은 실재할까. 여러 계량연구에 따르면 답은 “yes”다. 한국정당학회보에 실린 ‘2007 대선과 수도권 투표성향’이라는 제목의 연구에 따르면 비수도권 유권자들과 대비되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정치적 지식 수준이 높고 ▲지역주의에 덜 구애 받으며 ▲이념에 따라 선호 후보를 결정한다고 한다. 또한 ▲이슈에 민감하면서 ▲정당 충성도가 약해 선호 후보를 쉽게 바꿀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한국정치학회보에 2022년 실린 “자산과 투표 선택 :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는 최근 세 차례의 선거에서 m²당 아파트 평균매매와 주요 정당 득표율 간의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됐다고 분석한다. 자산 수준이 높을수록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수정당에 투표할 확률도 높다고도 언급했다. 또한 “수도권 지역의 선거적 책임성과 당파성의 사회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설문조사 분석”이라는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유권자들이 비수도권에 비해 선거를 책임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유권자들과 비수도권 유권자들 간의 투표 성향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지식 수준이 높아 이슈에 민감하고 정당 충성도가 약해 선호 후보를 쉽게 바꾸고 비수도권 유권자들에 비해 선거를 책임성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수도권의 선거가 비수도권 지역 선거보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의 엄청난 전략성과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보수정당 소속 4선 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총선은 전쟁터다. 필사즉생으로 임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는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친이재명계 중진 의원인 정성호 의원은 “총선은 선거를 앞둔 한 두달 사이에 결정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수도권 선거의 특징을 고려한 발언이라 보인다.

그렇기에, 안 의원 이외에도 이준석 전 대표마저 나서서 강조하는 ‘수도권 경쟁력’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존하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안 의원의 경우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크게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득표 역사나 경쟁력 등을 주로 언급했다. 또한 수도권 선거의 특징이나 전략에 대한 학술연구는 아직 정치학계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진 사안이 아니고, 보수정당 입장에서의 수도권 득표력에 대해서는 크게 입증된 이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정치적 상상력이 중요한 부분이기에, 당권주자들이 수도권 선거전략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언급에 나서고 당원들의 솔직한 평가를 기다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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