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온상지 배달서비스, ‘다회용기’로 친환경化 되려나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 다회용기 시범사업 확대, 지원↑ 자리 차지, 비용부담에 다회용기 참여도 저조, 정부 차원 지원 시급 일회용품 남용 심각, 친환경 위해 시민의식 고양되어야

pabii research

코로나19 이후 너무나 편리하고 당연해져 버린 배달서비스로 인해 국내 일회용품 폐기물량은 날로 급증하고 있다. 배달 음식 대부분이 일회용 용기에 담아지기에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일회용품이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는 일회용 젓가락이나 숟가락 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은 필요 없어요”라는 옵션을 기본으로 설정해두었지만, 실제 일회용품 폐기물량 감소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공공 배달앱인 ‘배달특급’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지역 소비자들은 다회용기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올해 지원을 늘려 공공이 음식 배달 문화를 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역시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하는 배달특급, 일회용품 폐기물 절감 노력에 사업 확대

배달특급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회용기 사업은 배달에 사용되는 용기를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소비자는 배달 주문 시 다회용기와 일회용품 중 원하는 용기를 선택할 수 있다. 다회용기를 선택한 소비자가 식사 후 집 앞에 다회용기를 내놓으면 전문 업체에서 수거와 세척을 담당해 가맹점에 다시 전달하는 구조를 취한다. 전문화된 세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 문제가 없다.

해당 사업은 배달 음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경기도는 ‘다회용기 사용이 1회용품 쓰레기 줄이기의 답이다’라는 문구를 모토로 도내 음식점의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배달특급은 지난해 7월 화성시 동탄에서 다회용기 지원 시범사업을 배달앱 최초로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총 230개 가맹점이 다회용기 사용에 참여했고, 소비자들은 약 14만7,000건을 주문해 소비자 선호도 역시 높다고 평가되었다.

올해는 다회용기 사업지역을 더욱 늘려 기존 용인 수지구와 화성 동탄 지역을 포함해 김포시 전역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초지동·월피동·성포동, 안성시 안성1·2·3동, 화성 병점동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약 3만kg의 일회용품 폐기물과 958kg의 미세먼지, 약 2만 5,000kg의 CO2(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다회용기 사용 확산을 위해 본예산에 국비와 도비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을 편성해 지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올해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일반 가맹점 모집과 더불어 영화관, 지역축제 등 대량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과도 연계해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는 “환경 보호와 폐기물 감소 효과에 앞장서 모범적인 ESG 경영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다회용기 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확산된다”며 “발전된 내용으로 경기도의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만족스러운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다회용기 이용, 점주 참여도 낮아 서울 전역 200여 개 불과

서울시에서도 국내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등과 협약해 다회용 배달 용기 사용을 도입했다. 현재 서울시 관악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 4개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현재 다회용기 배달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잇그린’이라는 업체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다회용기를 선택해도 배달비가 더 들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어느 음식점에서 다회용기 선택이 가능한지 알기 어려워 주문에 난항을 겪었다고 밝혔다. 시민 A씨는 다회용기 배달을 시켰을 때, 쉽게 눅눅해질 수 있는 음식 특성 탓에 일회용품과 다회용기가 혼용배달 되기도 했으며, 점주 측의 주문 실수로 다회용기가 아닌 일회용품 배달이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다회용기 배달에 대한 적은 참여도는 용기 사용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있다는 단점이 가장 크다. 서울시의 경우 한 주문단가가 높은 족발집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 이후 매출이 4배 이상 급등했다며 긍정적으로 피드백했지만, 주문단가가 낮은 햄버거 가게의 경우 배달비에 용깃값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분식 가게의 경우 협소한 공간에서 다회용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크다며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회용기는 배달 음식점들이 주로 쓰는 일회용 종이·플라스틱 용기보다 용기당 50원에서 많게는 200원가량 비싸다. 서울시 관계자도 “주문단가가 높고, 다회용기 주문율이 높은 가게일수록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해 다회용기 비용에 대한 부담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 점주는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배달비가 덜 든다고 해도 사업이 안정화될 경우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도 배달비나 서비스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자명하지 않느냐”며 향후 다회용기가 자리 잡고 난 뒤 수익 저하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회용기 배달 모습/사진=경기도청

편리하고 저렴한 일회용품 사용 제지하려면, 세심한 정책과 정부 차원 보상 필요

전문가들은 다회용기 보편화를 위해서는 점주의 참여도 제고와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다회용기 사용 업체를 늘리고, 다회용기 사용 업체가 늘어야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기 때문이다.

한 관련 업체 관계자는 “점주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에 메리트가 있다고 느끼지 않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편”이라며 “점주들에게는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사용해 편리함을 느끼면 그만큼 배달 주문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해 적극 동참을 권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미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자리 잡았던 배달업계에서 신생 사업이나 다름없는 다회용기 사업이 수익을 보장받으려면 정부의 지원책이 필수적이며,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점주들에 대한 무이자 대출이나 감세 등의 정책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달 플랫폼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에서 다회용기 배달 주문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소비자들이 쉽게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플랫폼 중 요기요와 땡겨요는 메인 화면에 별도의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너를 누르거나 사용자가 직접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해야 다회용기 식당 목록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쿠팡이츠는 상단 배너에 다회용기 배달서비스를 노출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은 메인 화면 하단 배너에만 노출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녹색연합은 배달플랫폼에 적극 동참을 권유하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가며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면 나중에는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생길 것이다. 시행 초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익숙하고 편리한 일회용품에서 낯선 다회용기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친환경에 대한 시민의식 고양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점주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책도 인프라도 전부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단순 캠페인으로 낯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없다. 정부가 나서 일회용 남용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다회용기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할인쿠폰이나 바우처를 지급, 점주들에게는 용기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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