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 야간 대학원이 커리어에 도움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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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어느 대학원생들 위주의 커뮤니티 한 곳에 올라온 질문이라면서 공유가 됐던 이야기를 한번 풀어내본다. 아마 내 성격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내 답은 ‘전혀 도움 안 된다’라는 4단어 답변이라는 걸 알겠지만, 이렇게만 쓰면 국내 대학원 운영하시는 관계자 분들 입장에서 불편하실테니,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짚어보자.

우선, 대학원을 다녀서라도 커리어 전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것은 응원할만한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하루하루 시간만 때울 생각, 대통령/기업 오너 같은 상급자들이 뭔가 하자고 갖고 오면 보고서 만들어 올리는 팀장 급들만 힘들어하고 그 밑에 직원들은 ‘팀장 바뀔 때까지만 버텨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직장인들 뇌 구조라는걸 감안하면, 의지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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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ettyImage

어떤 대학원을 가야 커리어 전환이 가능할까?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게, 저 대학원이 당신의 커리어를 전환시켜 줄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는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간 쌓아놓은 커리어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용주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는 표현들을 들을텐데, 내 생각은 사뭇 다르다.

야간 대학원들이 효과가 없을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국내 대학원들이 가르치는 수준이 너무 심각하게 낮기 때문이다. 그 분들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 대학원을 운영하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 고급 지식은 필요없고,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적당한 응용 지식만 배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반박들을 하시는데, 이런 분야는 지식의 가치가 0/1로 바뀌지 0~1로 바뀌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써먹고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수준의 눈높이를 갖추기 전에는 그냥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지식이 된다. 믿을 수 없다면 아래의 예시를 보자.

위의 글 5개는 우리 SIAI 학생들 중 ‘좀 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MBA in AI/BigData (Business track)을 택한 학생들한테 첫 학기 기말 레포트 예시라고 써 준 글이다. 몇몇 학생들은 과제를 포기하고 잠적하기도 했고, 일부 학생들은 용기있게 과제를 내고 꾸중을 들었는데, 그래도 꾸중 들은 학생들을 보면 위의 글들에서 지적하고 있는 국내 일반 기업들의 ‘데이터 전문가’라는 분들보다 훨씬 더 깊은 이해도를 갖고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소한 ‘도구변수 (Instrumental variable)’를 쓰지 않으면 자신의 ‘데이터 작업’이 아무런 의미없는 결과물, 즉 0인 결과물만 생산해내고, 기껏해야 코드 몇 줄 붙여서 돌려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첫 학기 첫 수업부터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보면 회사 내에서 무작정 ‘딥러닝’, ‘머신러닝’, ‘인공지능’만 돌리면 다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로운 감정도 담겨있고, 내재성(Endogeneity)이 담긴 부분을 꼭 집어낸 다음에 해결하고 싶어도 적절한 도구변수를 찾을 수 없는 회사의 꽉 막힌 데이터 관리 사정을 지적한 글이 문득 떠오른다.

0~0.99 사이인 대학원 상황, 현장 기업들 상황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들에서 ‘데이터로 돈 벌었다’고 주장하는 곳들 중에 해외 주요 대학의 Data Science 석사 교육과정의 첫 학기 수준에 불과한 ‘도구변수’ 같은 기초 개념조차도 적용하는 곳들이 전무한 상태고, 때문에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회사들 자체가 희귀한 상황이다.

해외 주요 대학들의 기초 교육 상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강의 페이지에서 기출문제들을 훑어보시면 된다. MIT, University of Chicago, Harvard, Stanford 같은 해외 명문대들, 기타 유럽의 국가별 최상위권 대학들 일부에서 학부 2~3학년 기준으로 주변 지인들이 봤던 문제, 교수 or 강사하고 있는 지인들이 가르친다고 알려줬던 문제들을 기초로 우리 SIAI 학풍에 맞춰 재설계했을 뿐, 내용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국내 모든 기업이 0~0.99 중 어딘가에 놓여 있고, 아무도 1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당신이 1이 되어서 졸업하면 회사가 충격적으로 엉망인 상황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반대로 0~0.99인 상황으로 졸업하게 되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상관없이 0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중에 국내 공과대학들에서 실험, 프로젝트들만 하다가 학위를 받은 경우, 그래서 국내 서점가에서 팔리는 교재들을 수업에 쓰는 경우들을 제외하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분들 입장에서도 학생들 대부분이 ‘커리어 전환 되겠지?’라는 믿음으로 대학원을 와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기초적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제대로 가르칠 의지가 있을까? 0~0.99 일 때는 어떤 값이건 상관없이 결과물이 0인만큼, 무리하지 않고 0.01 정도 맛보기만 한 상태로 졸업을 시켜준다.

졸업하게 되면 당신들이 내놓는 결과물이 이런 수준이 될 것이다.

제대로 교육 받기는 너무 힘들지만, 제대로 교육 받고 나면 이런 결과물을 내게 된다.

이렇게 훈련이 된 분들의 선택지는 매우 넓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훈련이 되지 않은 분들, 국내 대학원에서 0.01 정도 맛보기만 한 상태가 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

윗 글의 하단에 소개된 분은 모 명문대 사회학과 학부, S대 DS대학원 석사 출신인데, 국내 대기업들에서는 모조리 서류부터 불합격, 반면 학벌 위주로 돌아가는 공공기관들 중 한 곳에 취직했다고 들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누군가를 욕할 일이 아닌게, 저 분들도 돈을 벌기 위해서 대학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만큼, 많은 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을 해야한다. 특히 교육부가 학생 숫자대로 지원금을 주고 있는 한국 현실을 놓고 봤을 때, 제대로 수학, 통계학부터 쌓아올리는 교육 대신,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프로젝트 위주로 대학원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겉 모양이 아니라 실력이 가장 본질 아닌가요?

사실 저 질문에는 ‘야간 대학원이 좀 평판도 안 좋고 교육 수준도 나쁜 걸 알지만, 그래도 기업 담당자를 속이고 내 학벌과 역량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직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직장에서 내가 못하던 일, 연봉 많이 준다는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속내가 담겨 있을 것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남을 속이려고 들면 당신이 속게 된다.

당신의 그런 속내를 역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대학원들에 당신의 시간과 돈을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결국에는 들통이 날 수밖에 없다. 최소한 회사 밖에서 나같은 사람들이 당신네 기업이 내놓은 ‘AI/Data Science 보고서’ 그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밖에 없다는 지적들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다.

대학원을 통해 전문적인 역량을 쌓고 이직을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일반 사원(Generalist)’이 아니라 ‘전문가(Speciailist)’의 길을 걷겠다는 뜻이다. 당신이 한 결과물이 당신네 회사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공개가 되고, 당신의 역량이 담겨있다는 것이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한다.

속칭 기술직군, 나는 기능직군이라고 부르는 IT개발자, 웹디자이너들은 회사의 이름값 이상으로 그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는지 여부를 굉장히 중요하게 따진다. 그래서 이직할 때 남들이 해 보지 못했던 어떤 일을 했다고 당당하게 포트폴리오에 써서 고액 연봉자가 되는 것도 꿈꾸고, 같은 직군 커뮤니티에서 그런 도전도 해 보신 분이라는 명성도 얻게 되는 걸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일수록 자기 실력이 뛰어난 분, 아닌 분들일수록 실력 없이 명성만 챙기려는 좀 얍샵한 사람들이라는 경험치를 갖게 됐다.

그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이 야간이건 주간이건,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그 형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 당신이 바라보는 직군은 일반직이 아니라 기술직인만큼, 그 기술직군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느냐가 관건이다.

대학원으로 커리어 전환 성공하는 방법

  1. (야간) 대학원 가도 되냐고 질문한다
  2. 회사에서 겪고 있는 이상한 문제가 있는데 배우고나면 이걸 풀 수 있는지 질문한다.

위의 두 종류 질문 중 어떤 질문을 하는 분이 커리어 전환, 자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분일까? 굳이 답을 드리지 않아도 본인들이 스스로 답을 알 것이다. 어느 대학원생들 모인 곳에 질문하셨다는 분은 1번이고, 우리 SIAI의 가장 쉬운 과정인 MBA in AI/BigData (Business track)에 와서 기말 Term paper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학생은 2번이라고 해도 될까?

저 학생은 벌써 첫 학기, 첫 수업인 Math & Stat for MBA I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siai.org)의 기말고사 시험 문제(위의 링크에 공개되어 있음)가 자기 회사에서 못 풀고 있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을 잡은 상태니까 그런 Term paper를 써서 갖고 올 수 있는 것이다. 학위 과정 끝 무렵이 되면 아래의 학생과 비슷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다.

위에 대기업 사내 AI팀으로 이직했다는 SIAI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했던 대화의 일부다.

  • 이직한 학생: 저희 회사가 그간 했다는 프로젝트 목록을 봤는데, 뭐 하나 말이 되는게 없어 보이는데 그게 안 되는 줄도 모르고 그냥 해 봤다고 그러는데 듣다가 답답하더라구요
  • 옆의 학생: 다 그렇게 몇 달 있다가 또 다른데로 이직하고 그러잖아요
  • 이직한 학생: 이런 거 했던 사람들 남아있냐고 인사팀에 물어보니까 다 나갔대요. 이제 안 되는거 제가 다 떠맡아야 되는데, 첨부터 안 되는 프로젝트라는걸 설명해주는데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너무 답답한 상태에요
  • 옆의 학생: 대기업들은 항상 그렇게 눈탱을 맞더라구요

많은 대학원들이 ‘당신은 공부하고 있다,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다’는 일종의 정신과 치료를 해 주는 곳이다. 많은 대기업의 AI 프로젝트들도 ‘우리 회사가 AI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트렌드에 따라가는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주장을 하기 위해 운영된다.

위의 글에 나왔듯이, 대부분은 주가 부양 꼼수, 혹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반복적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간 국내 대기업에서 Data Scientist들의 문법과 기초 지식을 활용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Data Scientist를 만난 적이 없다. 같은 상황을 바로 위에 모 대기업 사내 AI팀으로 이직한 학생이 겪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다보니 좀 더 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때문에 모두가 떠나고 텅빈 팀의 온갖 문제 프로젝트들을 다 떠맡으시게 된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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