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4.0] 미래 항공 교통체계 ‘UAM’ 만든다는 정부, “결국 ‘한강 수상택시’?” ②

UAM 상용화 동상이몽, 정부 2025 vs 현대 2028 기틀 제대로 안 닦은 정부, 기술력 앞세운다고 혁신 안 일어나 반면교사 명확한 UAM, 땅 다지기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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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일류 국가 도약을 위한 ‘신성장 4.0 전략’을 내놨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경우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는 정부의 자신 있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올해 8월부터 6개 민간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실증비행 테스트를 착수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UAM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기반 시설이 아직 제대로 확충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히 상용화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동상이몽도 눈에 띈다. 정부는 ‘신성장 4.0 프로젝트’에서 UAM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계획했으나 현대자동차그룹의 UAM 개발 연대기엔 UAM 상용화 시기가 2028년으로 되어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계획과 3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빛나는 장밋빛 청사진, 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그린 장밋빛 청사진이 업계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단 평가를 받는 데엔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UAM의 이착륙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다. UAM이 미래형 에어택시라 한들 떠오르기 위한 동력이 필요하단 점은 비행기, 헬리콥터 등 기존의 항공기와 같다. 그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치다. 정부는 ‘무소음’ 또한 기술력으로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UAM이 에어택시의 개념으로 자리 잡은 이상 주택가나 역 주변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무소음’ 항공기라 할지라도 이착륙 시에 발생하는 소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불과 2년 만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정부의 발상은 너무도 어리다.

이착륙장 확보도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UAM이 에어택시의 개념이라면 역 주변은 물론, 주택가 등에서 운행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보통 에어택시 이용해 가고 싶어하는 목적지는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앞, 역 앞 등 시가지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효용성 높은 자리에 UAM의 거대한 체구를 내려놓을 만한 이착륙장을 연쇄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는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헬기만 하더라도 이착륙장은 매우 한정적이다. 도심 내에선 일부 빌딩 꼭대기 층에 이착륙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택시마냥 UAM을 역 앞 도로 등에 턱 놓아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착륙장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UAM은 만들어봤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구제불능 깡통으로 전락할 뿐이다.

풀어 나가야 할 숙제는 또 있다. UAM이 단순한 에어택시 개념으로만 사용된다면 걱정 없으나, UAM을 자가용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이가 나온다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UAM 이착륙장’을 넘어 ‘UAM 주차장’까지 필요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관제용 위성을 따로 개발해 쏘아 올려야 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요소 중 하나다. 일반적인 이동통신망은 하늘 위로 400m까지만 신호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만큼, 고도 250~700m에서 240km로 하늘을 나는 UAM은 일반적인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위성으로 관제 신호를 기체로 쏘아 보냄으로써 기체가 적절한 경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위성과 관련한 기술은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이 또한 2년 이내에 가능할지 여부에 걱정이 앞선다.

전반적으로 정부의 계획이 너무 앞서나가 있다는 게 문제다. 관련 기반 시설 확충은 차치하더라도 관련 계획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형국이다. 무작정 기술만 강조하고 나서 봤자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강 수상택시의 모습/사진=서래나루

한강 수상택시가 남긴 상흔, 반면교사로 삼아야

우리는 과거 기술력만 앞세웠다 제대로 된 성과도 못 보고 돈만 날린 경험을 한 적이 이미 있다. 바로 한강 수상택시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한강 수상택시는 당초 출퇴근 시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실상 수상택시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2011년 기준 113명에 불과했다. 특히 수상택시를 출퇴근을 위해 사용한 인원은 18명이 끝이었다. 서울시가 예측한 하루 2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제대로 된 생각 없이 기술만 앞세웠기 때문이다. 수상택시를 이용해 강을 건넌다 한들 그 뒤로는 자가용이 없어 결국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향해야 한다는 큰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용객 입장에서 수상택시의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도 한강 수상택시의 성과 저조에 큰 몫을 차지했다. 애초 한강과 시가지는 상당히 격리되어 있다. 한강 둔치가 장마철 홍수로 범람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강 근처에 있는 전철역들도 딱 붙어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제대로 된 기틀을 잡아두지 않은 결과다.

헌정체제 이후 정부는 저마다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겉보기에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성장 동력이 될 만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나. 그들의 청사진은 모두 5년간 자신들의 ‘통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합리화 도구로 쓰이다 정권교체 이후 흐지부지 부서지기만 했다. 신성장 프로젝트의 일환인 UAM에는 한강 수상택시란 명확한 반면교사가 있다. UAM이 한강 수상택시 꼴을 면하기 위해선 확실한 땅 다지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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