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끝나니 배달앱 이용률 급감, “배달료가 너무 비싸잖아요”

배달앱 이용률 급감, 배달료 불만 ‘폭발’ 배 불리는 배달앱들, 업주들 “우리는 남는 게 없다” 정작 배달앱도 적자? “출혈 경쟁이 불러온 폐해”

pabii research

코로나19 규제가 풀리고 물가 상승 등 경기가 나빠지자 소비자들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다. 날마다 치솟는 배달료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탈배달앱’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 21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수(2,922만 명)는 전년 대비 18.5%(664만 명) 줄었다.

당초 배달료는 부가세 같은 느낌이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편리하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대가 정도로 소량의 배달료를 지급하는 형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배달료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을 보면 배달료가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7,000원, 10,000원까지 책정되어 있다. 사실상 배달료 한 번 아끼면 한두 끼를 더 먹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배달앱 이용자 1,950명과 소상공인 1,005명을 대상으로 배달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앱 이용자의 50.1%가 ‘배달료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배달료가 비싸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의 비율이 75.9%로 오히려 소비자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료 폭등, 라이더 수 부족이 원인?

배달료 부담은 비단 소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주들도 배달료 문제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점주들 사이에선 배달이 매출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가져온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이 팔기 위해선 배달료를 적게 책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배달앱이 가져가는 배달료의 대부분을 업주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 시스템을 살펴보면 배달원 한 명당 하나의 주문을 담당하는 단건 배달의 경우 업주와 소비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배달료를 부담한다. 여기에다 업주는 배달중개료로 매출의 6.8%도 내야 한다. 음식 단가가 낮은 경우 포장비와 배달료를 빼고 나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업주들이 배달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배달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이어가고 있는 업주들이 많은 이유다.

사실 배달료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말이 많았던 사안이다. 그래도 이전에는 음식배달시장 규모 증가세를 배달 라이더 수가 따라가지 못해 배달료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시장이 대호황을 맞았던 때다. 음식배달시장의 규모는 4년 동안 무려 10배 이상으로 커졌으나 배달 라이더 수는 같은 기간 2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운반책이 부족하니 배달료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울철엔 특히 배달료 폭등이 심했다. 영하권 추위에 실내 배달 건수는 늘었으나 폭설로 인해 얼어붙은 도로를 달려야 할 배달 라이더 수는 오히려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엔 배달료가 기본 2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평상시 배달비보다 5~6배나 높은 수준이다. 빙판길 배달이 어려워 배달 포기 사례가 속출하면서 배달료가 더욱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규제가 서서히 해제되기 시작하며 배달기 호황도 끝을 맞이했다. 이제는 오히려 지금껏 늘어난 배달 라이더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결국 소비자들도, 식당 업주들도, 배달 기사들도 배달료를 두고 울상 짓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료는 도대체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업주들 “배달중개료, 배달대행료 내세운 건 배달앱”

결국 대부분 배를 불리는 건 배달앱이다. 음식점 업주들은 “배달료 외 배달앱 내 광고비 및 중개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업주들은 배달 주문 1건당 각종 수수료와 광고비로 평균 33%가량을 떼인다. 여기에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수수료 비율은 무려 37~38%까지 치솟는다. 치킨 한 마리를 2만 원에 팔아봤자 3,000~4,000원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한 소리는 아니다. 배달앱 수수료에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등을 모두 제하면 업주 입장에선 정말 남는 게 없는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건 배달중개료와 배달대행료다. 배달중개료란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비용으로 일종의 광고 내지 마케팅비다. 배달대행료는 배달 라이더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비용으로, 배달에 드는 실비와 배달대행업소 이용액을 합한 것이다. 과거엔 음식점이 직접 배달 라이더를 고용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배달앱이 배달대행업소에 외주를 맡기고 음식점이 이를 받는 형태로 변화한 셈이다.

음식점 업주들은 “배달앱의 등장으로 배달이 외주화되고 각종 광고·마케팅 비용이 추가되면서 전반적인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중개료와 배달대행료 등 이전에 없던 비용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은 배달앱 측에 있다는 지적이다.

마냥 배달앱만 악마화할 수 없는 이유는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배달앱, 배달대행업소, 배달 라이더, 음식점 업주가 각각 얼마를 가져가고 얼마를 부담하는지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구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조건에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도 배달앱에 따라 배달비가 차이 나는 경우가 92.1%였다. 완전히 제각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앱 내 배달료에 대한 정보제공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왜 배달료가 이렇게 책정되었는가를 알게 된다면 소비자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거쳐 배달앱 내 음식점을 소비할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음식점 업주들에 대해 “배달비 산정 및 변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마냥 배달앱만 악마화할 순 없단 소리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배달앱들도 그간 이어져 온 출혈 경쟁의 폐해를 똑똑히 맛보고 있다. 실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19~2021년 각각 364억원, 112억원, 767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쿠팡이츠도 지난해 35억원의 적자를 냈다. ‘단건 배달 서비스’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로의 살 깎아 먹기가 반복된 결과물이다.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벗어날 수 없다.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고,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가 이에 못 미치면 가격은 내려갈 따름이다. 배달앱의 출혈 경쟁으로 배달료가 높아지자 소비자들은 배달앱을 백안시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공급자는 무료 배달 등 소비자들이 눈을 돌릴 수 있을 만한 대책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실제 디지털 외식 플랫폼 먼슬리키친이 운영하는 맛집편집샵 먼키는 이미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전 지점까지 확대했다. 이제는 출혈 경쟁이 아닌 선순환 경쟁이 이뤄져야 할 때다. 춘추전국시대와 같던 기존 배달앱 시장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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