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시대의 특허분쟁, 휘말릴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②

특허침해 경고장 회신해도 소송 가능, 소장 수신 즉시 대응나서야 원고도 피고도 최종 판결까지 원하지 않는 특허침해소송, 시간·자금 많이 소요되는 싸움 상황 판단 후 역제소·특허무효권 등 신청해 협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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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분쟁 시 특허권자로부터 경고장을 수신받고 제대로 된 회신과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자가 특허침해자로부터 원하는 배상을 받지 못했을 경우 ▲특허침해가 계속될 경우 ▲관련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특허침해자를 압박하거나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침해가 발생한 국가의 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다수 특허권자는 소송 중 특허가 무효되거나 약점이 드러나게 될 경우 더 이상 특허권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시작하더라도 판결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소송에 휘말렸다고 하더라도 초기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허권자에게 특허소송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조기에 분쟁 해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허침해 소송전, 비용·시간 부담↑ 빠르게 승리할 방법 찾는 일이 필승법

특허침해 소송은 특허권자가 소장(complaint)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피고가 특허침해 소송으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제재는 손해배상과 침해금지(제품 생산 및 판매 금지)로 나뉜다. 이중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후자로, 해당 제품과 관련된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특허침해 소송 초기에는 대상 특허의 기술 분야를 고려하여, 소송 발생 국가(지역)의 특허소송 대응 경험이 있는 유능한 대리인을 선임해 대응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도 대리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특허소송 전담자를 지정하여 사건의 사실관계, 협상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소송에 도움이 되는 추가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출처=수출기업을위한특허분쟁대응가이드, 특허청&한국지식재산정보원, 2023.04.17, p14

먼저 특허침해 소장을 송달받은 직후 소장의 내용을 검토해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특허침해 제품(accused product), 구체적인 특허침해 사실 및 특허권자가 청구하는 구제의 종류(금전적 손해배상, 침해행위 금지)를 확인해야 한다. 피고는 소장을 송달받은 이후 일정 기간(소장부본 송달일로부터 미국 21일, 한국 30일 등) 이내에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 소장을 통해 기본적으로 특허의 권리 사항, 소장 기재요건, 대인 관할권, 특허침해 여부 및 특허 무효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후에는 원고가 특허권자·전용실시권자 등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자인지의 여부, 특허권의 존속 여부, 특허의 권리변동사항 여부, 연차료 납부 현황, 권리 만료일 등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미국특허청(USPTO)의 ‘Assignment search’에서 권리의 양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Patent center’에서 연차료, 특허 만료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도 ‘KIPRIS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만일 확인 과정에서 소 제기자가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아니거나 특허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었을 경우 또는 소장에 특허침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을 경우 소각하 신청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에서는 대인 관할권이 성립하지 않는 지역에서 소송이 제기되었을 경우 소취하 신청 또한 가능하다.

피고는 특허소송에 대해 ①특허의 진정 발명자 여부 ②(미국) 특허 등록 전 특허권자가 알고 있었던 선행자료의 제출 여부 ③특허의 비침해 ④특허의 무효 등의 방어전략을 꾀할 수 있다. 경고장에 대응했던 것과 같이 원고의 특허침해 주장이 실제로 맞는지, 자사 제품·방법이 소장에 기재된 특허의 독립항 전체와 대응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특허 청구범위 비교표(Claim chart)를 작성하여 실제로 특허를 침해한 것인지 분석해야 한다. 또한 특허권자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 신규성이나 진보성 위반 등 특허 무효 사유는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하며, 특허소송 초기에 선행기술 문헌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특허 무효 증거를 보강해야 한다.

특허침해소송 소송전략: 상황 판단 및 적절한 타이밍 잡기가 중요

본격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소송 관련 제품에 의한 자사 매출 ▲패소 시 손해배상액이나 매출 축소 등 피해 규모 ▲소송에 소요되는 법률 비용 등을 예측해 협상이나 원고의 자사 특허침해에 대한 역제소(반소)를 준비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적극적인 반박이나 특허 무효화 등 소송 대응 방향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특히 소송에 소요되는 법률 비용의 경우 로펌의 규모나 소송 진행 경과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는 만큼, 어느 정도 소송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통상 미국은 최소 5만 달러(한화 약 6,500만원)에서 150만 달러(한화 약 19억 7,600만원) 이상 소요된다.

소송 대응 방법 중 역소송이란 피고가 원고를 특허침해로 역제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고가 국내외의 경쟁 제조업체인 경우 피고가 제기된 소장 내 주장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반대로 원고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여 역으로 원고에게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있다. 지난 2011년 4월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이 애플의 특허 및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제소했고, 삼성은 곧바로 동 법원에 자사의 표준특허침해를 이유로 애플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다. 이후 애플은 2012년 2월 새로운 특허권 침해를 주장해 추가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4월 삼성 역시 애플이 자사의 또 다른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반소를 제기하며 소송전을 이어 나갔다. 결국 7년 이상 이어진 이 특허 전쟁은 2018년 6월이 되어서야 양 사 합의를 통해 종결된 바 있다.

역제소와 더불어 특허침해 여부 판단이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까지 확신할 수 없어 피고 입장에서 특허에 대한 무효화 논리를 검토해 대응하는 수단도 있다. 이는 특허심판원에 특허 무효화 전략을 도모해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법원에 재판절차의 중지를 요청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피고는 특허권자에게 압박을 가하고 합의 종결을 종용하거나 합의금을 낮출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승소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특허 무효에 대해서 행정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법원은 행정기관의 결정을 따르는 만큼 필수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절차다. 실제로 중국의 소매업체 룽바이커지(론바이 테크놀로지)는 한국에서 벨기에 유미코아가 보유한 ‘배터리 양극재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특허심판원이 해당 특허를 무효라고 결정해 배터리 양극재 제품 생산 및 국내 판매를 합법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소송이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종료되며 최종 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전체의 3~5% 수준으로 매우 드물다. 소송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라도 상대측에서 협상 제안이 올 가능성이 높고, 막심한 손해가 예상될 경우 직접 협상을 제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협상의 타이밍을 정하는 시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무효심판의 개시 결정, IPR의 최종 결정, 특허 청구항 해석(Markman Hearing) 결정, 막대한 디스커버리 비용이 소요되는 시점, 최종 판결(Trial) 전 등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에 중요한 타이밍이 될 수 있다.

한편 소송 진행 중 특허침해 가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특허침해 가처분이란 판결의 집행 또는 판결 기간 동안 특허권자 보호를 위해 특허침해자를 대상으로 잠정적 침해 물품 압류 등 임시적 조치에 대한 행위를 일컫는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허권자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할 때 특허침해 피의자의 특허침해 물품에 대한 제조 준비, 생산 재개, 판매를 위한 소지, 카탈로그 반포 등의 증거를 제출해 특허권 침해 우려가 있는 점을 소명하면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거나 기각한다. 이때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제기된 특허무효 심판에 의하여 무효 심결이 내려지거나 무효심판 청구이유와 증거관계로부터 특허가 무효화될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한 경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 따라서 피고 측에서 특허 비침해를 주장함과 동시에 무효심판 등을 통해 특허 무효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등 가처분에 대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임시적 금지명령 제도’라고 칭하며 소장 대응과 유사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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