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개최된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북핵위협과 심상찮은 동북아 전선

제12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뚜렷한 결과 없지만 한미일 가치 외교 연대 핵심축으로 부상 외교부·국방부 국장급 모인 2+2 대화, 북핵위협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다뤄 갈수록 긴장도 올라가는 동북아 전선, 국제 정세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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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자가 참석하는 2+2 제12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약 5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17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된 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결과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한국에서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우경석 국방부 국제정책차장 등 외교부 및 국방부 관계자가, 일본에서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안도 아츠시 방위성 방위정책차장 등 외무성 및 방위성 관계자가 참석했다.

북한 대응방식 논의한 양국, 한미일 3국 미사일 훈련도 실시했다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협의회를 통해 양국 외교·안보와 당국 간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동시에 상대국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상호 이해를 높여나갈 것을 합의했으며, 양국 간 안보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회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협의회 개최 전 외교부는 “이번 협의회에서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 환경, △양국 국방⸱안보 정책 및 협력 현황, △향후 양국 국방·안보협력 추진 방향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고, 이에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공조 방안이나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북한 문제 포함해서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며 “보도자료에 담기는 어려워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미일 3국은 협의회 개최 당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탄도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3일 북한에서 동해 방향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일에 대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한국 측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DDG) 율곡이이함, 미국 측 6,900톤급 이지스 구축함 벤 폴드폰함, 일본 측 해상자위대 7,700톤급 이지스 구축함 아타고함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도 16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이 17일 탄도미사일 방어 연습행(Trilateral Ballistic Missile Defense Exercise)을 시행했다고 확인했다.

한미일이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탄도미사일 방어훈련을 시행하고 있다/사진=해군사령부

한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제13차 한미일 안보 회의(DTT)’가 개최되었다. 한국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미국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차관보, 일본 마스다 카즈오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가하였으며, 3국 대표들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 등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들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 의무를 완전히 준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국방부는 북한에 불안정을 일으키는 행위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만일 이후에도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전 훈련을 정례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의 효과적인 유지를 위해 해양 차단훈련, 대해적작전훈련을 포함한 3자 훈련의 재개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3국 대표들은 북한과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해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3국의 공동 의지와 맥을 같이하는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 목표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관계자는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를 기반으로 국방 당국 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재개된 2+2 국장급 안보 대화,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 변해

한편 이번에 열린 제12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는 5년 만에 재개된 ‘2+2′ 형태의 외교·국방 국장급 외교·안보 대화다.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는 1997년 한일 외무장관회담 합의에 따라 시작돼 양국 간 안보 문제를 논의해 온 협의체다. 1998년 서울에서 제1차 회의가 열렸으며, 이후 양국 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11차례 열렸다. 그러나 2018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제11차 회의를 진행한 이후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간 다양한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자고 합의한 데 따라 재개된 것이다.

이번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서 공유된 주요 내용 중 북한에 대한 규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결 구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북한에 대한 옹호 기류를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과 갈등 양상을 보이는 대만은 미국과 협약을 맺었으며, 일본 역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관계 악화에 더해 에너지 수입선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게 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공조의 장애 요소를 주도적으로 제거하고 미국의 가치 외교 연대의 핵심축으로 섰지만, 향후 한국과 상당한 협력관계에 있는 중러와 외교·안보적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일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또 중러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노골적인 반미(反美) 연대 의지가 담겼으며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합리적 우려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관계 진전을 축하하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최근 한일 관계의 진전을 축하하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중 패권 경쟁, 한일 관계 개선으로 피아식별 확실해진 국제사회 양상

비단 이러한 국제 정세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양안의 바시 해협과 관련한 국제적 긴장 관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은 대만이 미국 케빈 메카시 하원의장과 미국에서 회담을 진행한 일에 대한 보복으로 바시 해협에서 무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8월에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일에 대해서도 바시 해협에서의 무력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바시 해협은 대만, 필리핀, 오키나와 사이를 가르는 해협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해상 운송의 99.9%가 지나는 구간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바시 해협이 중국에 의해 봉쇄될 경우 원유 수입을 비롯한 주요 자원 수송이 완전히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바시 해협 훈련은 대만 고립이 목적으로 보였으나, 이번 훈련은 대만 봉쇄를 넘어 대만 공격을 상정한 훈련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실제로 양안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항공모함의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바시 해협은 사실상 항행 불능 지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일 관계 개선은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로 연결된다는 함의를 갖는데, 이는 결국 북중러 밀착을 유발해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가 커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원칙인 포용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대외 전략을 꾸리고, 하부 구조로써 한미일 공조 및 북핵 등 특정 이슈에 대해 유연하게 행동해 미·중 경쟁 속 균형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다르게 긴장도가 올라가는 국제 정세에 한국이 취해야 할 필승 전략은 무엇일까.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간 우리나라의 선택에 대해 당분간 이목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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