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폰 68조 vs 갤럭시 32조, 프리미엄 마케팅 실패일까 생태계의 차이일까?

2023년 1분기 아이폰 매출액,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 전체의 2배 작년보다 격차 크게 줄어, 전문가 “앞으로 더 줄어들 것”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실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성 실패가 주원인

pabii research

8일 애플의 연결 실적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아이폰에서만 68조원(513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포함한 기업 전체 매출액을 합해도 1분기 63조7,5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의 매출액은 31조8,20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MX사업부 매출에는 네트워크,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의 기기 판매 수익도 포함되어 있다. 아이폰 1개 품목에서만 68조원의 매출액을 낸 애플과 비교하면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매출액 차이는 더 커진다.

판매량은 1등, 매출액은 절반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판매량 기준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1%였다. 갤럭시S 신제품이 출시되는 매년 1분기에 삼성이 5~6%p 차이로 앞서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4가 흥행세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는 격차를 내는 데 실패했다.

판매량의 격차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은 2억5,960만 대, 애플은 2억2,470만 대였다. 3년 전인 2019년만 해도 연간 판매량의 격차가 1억 대였는데, 이제 3천만 대 안팎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갤럭시의 매출액 성장세가 더딘 가운데, 아이폰과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한 주원인은 중국 시장에 있다. 아이폰13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에서 13%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갤럭시는 중국 토종 브랜드에 밀려 0%대 점유율로 나타났다.

중국 MZ세대에 확산되는 반한(反韓) 기류 탓?

IT 업계 전문가들은 AP로 불리는 중앙처리프로세서의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판매량이 급감한 원인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더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중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는다.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에서 본격화된 반한(反韓) 감정이 갈수록 심해져, MZ세대 중국인들에게 미국과 일본을 따돌리고 한국이 가장 혐오하는 국가 1위에 자리매김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가 간 감정은 작용-반작용이다. 지난 2022년 8월에 진행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서 한국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북한, 일본을 따돌리고 중국을 고른 경우가 79%나 됐다. 혐한-혐중 감정이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 전략을 짜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무리하게 반한 감정을 뒤집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보다는 부품 판매를 통해 중국 업체들에게서 수익을 얻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인들이 자국 제품에 대한 애국 수요가 강한 데다, 중국산 안드로이드 폰 가격이 동일 성능 갤럭시 대비 절반 남짓에 불과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진국 백인들은 아이폰을 쓴다는 이미지

중국 시장과 별개로 주요 서방 국가 시장에서도 아이폰과 갤럭시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미국, 일본에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며, 영국에서도 50%가 넘는다. 반면 개발도상국에 해당하는 브라질, 나이지리아, 인도 등에서는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영어권의 질문-답변 서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쿼라(Quora)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가난하다는 선입견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이폰은 사용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점과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경우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미지를 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 갤럭시가 기능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해도 기능보다 스마트폰이 가지는 이미지를 포기할 이유가 크게 없기 때문에 굳이 갤럭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도 있었다. 지난 2021년 10월에 레딧에 등록된 사용자 불만에는 더 이상 안드로이드-아이폰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들 속에서도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용자들에 대한 경계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경우들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기능적 우위 이전에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에서 갤럭시가 밀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의 사고 속에 미국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 간의 격차가 있는 점도 지적한다. 레딧의 댓글에서도 나타나듯 아이폰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IT 전문가들과 뉴욕의 투자은행가, 변호사 등이 쓰는 상품이라는 이미지인 반면, 갤럭시 스마트폰은 유색 인종 IT 기계 조작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출시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마케팅에서 전략적인 극복을 못한 점이 매출액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PC-태블릿-스마트폰 연계 생태계의 차이

한편 스마트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PC), 태블릿 등과 연계된 하드웨어 생태계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격차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타트폰 전문 분석기관 더버지(TheVerge)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기반 스마트폰을 결국 포기하게 된 것도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프로그램 생태계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 프로그램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 개선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사용자층 부재로 프로그램 개발사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자, 직접 개발까지 시도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모든 윈도우 프로그램을 모바일로 이식시킬 수 없어 결국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을 연동하기 위해 ‘삼성 플로우(Samsung Flow)’ 등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사용자는 많지 않다. 반면 아이폰의 경우 최근 접근한 웹페이지 연동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는 데다, 사용자가 특별히 연동하기 위해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필요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는 하나의 맥 아이디로 맥북, 아이패드와 연동이 가능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 격차를 단기간에 메우기는 어려운 만큼, 시장의 아이폰 쏠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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