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조차 못 남긴 자율주행차, 뭍을 꿈꾸던 인어의 잔인한 ‘침몰’

pabii research
기술력부터 사회적 문제까지, '총체적 난국'에 동력 잃은 자율주행차
'서쪽'으로 향하는 육로 자율주행, 동쪽의 해는 UAM의 몫
"하늘길 활보하는 UAM, 상대적으로 기술 한계 적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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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시대 먹거리로 떠올랐던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거대한 암초 앞에 침몰하고 있다. 기술 구현의 어려움을 넘어 제도, 윤리, 일자리 문제 등 각종 난관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한 상태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산업의 곳곳엔 이미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상용화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손을 댔던 ‘큰 손’들이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뭍에 채 올라설 새도 없이 심해로 빠져든 자율주행차의 바통은 항공 교통이 이어받았다. 각종 장애물이 가득한 도로와 달리 하늘길은 상대적으로 탁 트여 있어 자율주행 상용화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평가다.

‘급브레이크’ 밟은 자율주행차, 왜?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장 기술 업체 앱티브는 현대차그룹과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1일 발표했다. 케빈 클라크 앱티브 CEO는 “모셔널이 기술과 상용화 측면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투자 범위를 핵심사업 분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드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 R&D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기술 개발 어려움을 호소하며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대한 투자를 전면 철회하고 나섰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상용화가 시장 전망보다 늦춰지며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시점에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누는데, 여기서 완전 자율주행이라 부를 만한 건 4단계부터다. 그러나 현재 4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으며,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인 3단계에 도달한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에 따르면 현재 레벨3 자율주행을 달성한 기업은 혼다와 메르세데스 벤츠 2개사뿐이다. 기술력 부족 외에도 문제는 산더미다. 당장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제도적 한계가 명확한 데다 윤리 문제, 일자리 문제 등 각종 사회 문제도 겹쳐 있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이다. 인어공주는 거품이 돼 사라졌으나, 자율주행차는 거품마저 꺼져가는 모양새다. 전면 상용화의 뭍을 꿈꾸던 자율주행차의 잔혹동화는 이미 결말부에 들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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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UAM S-A1의 모습/사진=현대차그룹

바통 넘겨받은 UAM, 자율주행의 꿈 이어질까

자율주행차가 못 이룬 꿈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이 이어받았다. 이전까지 시장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던 UAM이 자율주행차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선 것이다. UAM이란 전기 기반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기체(e-VTOL)로, 지상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미래 모빌리티 중 하나다. 시장에서 자율주행 UAM에 후한 점수는 매기는 건 각종 장애물이 도사리는 육지보단 하늘이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는 데 더욱 용이하리란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UAM 자체의 뛰어난 활용성 또한 한몫했다. UAM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낮은 300~600m 고도에서 비행하며 소음 역시 63dB 이하로 낮아 소음 공해가 심각한 헬리콥터에 비해 도심 내에서 활용도가 높다. 낮은 소음 및 높은 안전성으로 인해 UAM이 이착륙하는 버티포트(Vertiport)를 도심 속 낮은 빌딩 옥상에 설치하기도 좋다. 그만큼 사업성이 높단 의미다.

육로를 달리던 자율주행차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자율주행 전문가는 “자동차와 UAM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알고리즘이나 절차 등은 상당히 유사하다”며 “육지와 하늘이라는 서로 다른 도메인에서 운용되지만 둘 모두 고도화된 센서와 AI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음은 동일하다. 애초 같은 나무에서 자란 줄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투입되는 자원이 비슷하다면, 이미 소위 ‘단물’을 먹을대로 먹은 자율주행차보단 신세계로 나아갈 구멍이 보이는 UAM에 기대감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사실상의 세대교체는 이미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고, 육로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한물간 떡밥으로 전락했다. UAM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육로 자율주행의 길도 함께 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최소한 육로 자율주행의 완전 상용화는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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