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美 장기채 금리는 통화 긴축 정책 종료의 시그널?

美 10년물, 30년물 국채 모두 10여 년 만에 최고치 장기채 금리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신호 다만 우리 기업은 차입금 비용 증가 여파 피할 수 없을 듯

pabii research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통화 긴축을 종료해도 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긴축 정책의 효과가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충분히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우리 기업의 경우 장기채의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 데일리 연은 총재, “통화 긴축 효과는 이미 장기채 금리에서 충분히 나타났다”

5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므로 올해 미 연준이 추가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밝혔다. 이어 “만약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을 본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지난 90일간 금융 여건이 상당히 긴축됐고, 특히 채권 시장이 크게 영향받은 만큼 추후 금융 여건이 계속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최근 장기 국채 수익률의 급등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의 고금리 통화 긴축 효과가 채권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 여지는 적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2007년 8월 이후 최초로 연 4.9%에 근접한 모습이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연 5%를 돌파하면서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마감 시점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은 20.1%로 전날(23.1%)보다 소폭 하락했다. 12월 인상 가능성도 33.1%로 전날(35.5%)보다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프리야 미스라는 “국채 시장은 연준의 ‘더 높게 더 오래’ 긴축이라는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고, 연준을 위해 긴축 효과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평평해지고 있는 수익률 곡선의 의미는?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란 채권의 만기수익률과 만기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통상 수익률곡선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금리는 결국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 간의 수급으로 결정되는 돈의 값인데, 이때 돈을 단기로 빌리는 것에 비해 장기로 빌려주는 것은 불확실성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아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한다는 것은 연준이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를 비교적 완화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나아가 앞으로 경기가 더 확장하면서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반면 수익률 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것은, 경기 과열의 막바지에서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주로 보이는 현상이다. 즉 경제 인플레이션이 불편한 수준이라서 미 연준이 단기 금리를 올리면, 시장 참여자들은 미래 경기가 현재보다 침체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10월 5일 오후 기준 1개월 전(1 month ago), 1주 전(1 week ago), 최근(latest) 미국채 수익률 곡선/출처=Financial Times

위 그래프는 지난 5일 오후 기준 1개월 전(1 month ago), 1주 전(1 week ago), 그리고 최근(Latest) 미국채 수익률 곡선이 우하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고강도 긴축을 현재까지 이어온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노동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2%까지 떨어뜨린다는 의도 하에 금리 인상 카드를 여전히 붙들고 있었던 게 최근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미국 장기채의 급등세로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일리 총재가 지적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여전히 고용 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더라도, 장기채 금리가 그만큼 충분히 올랐기 때문에 경기 과열의 가능성은 상당히 사그라들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장기채이자, 모기지 대출과도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미국채 30년물은 16년 만에 금리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 총재가 최근 장기채의 급등세를 두고 “추가 단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없다”고 발언한 것은, 해당 현상으로 인해 모기지 대출 이자 상환 비용이 커지면서 민간 소비가 꽤나 억눌리게 됐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상당 부분 잡히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사진=Fed

자금 조달해야 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선 단기 금리보다는 장기 금리가 문제

한편 미국 장기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했고, 앞서 한국은행도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장기채 고금리로 인해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지난달 26일 장 중 4.083%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되고, 결국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 아울러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따라 올라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은 또한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 및 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채 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심지어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해당 채권으로의 자금 쏠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자 우량채권인 은행채로 유동성이 몰리면, 부채가 많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되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IB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단기보다는 장기로 자금을 차입하기 때문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단기금리) 조정은 사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크게 영향이 없었다”면서도 “다만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해당 타격이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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