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중동발 쇼크까지, 원달러 환율 1,375원 돌파 “국내 금리 인하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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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달러 환율, "1,400원 지붕 뚫리나"
Fed 금리 인하 지연에 중동 전쟁 우려까지 겹쳐
달러 강세에 국내 금리 인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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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375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에 이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렸다. 환율이 급등하면 최근 둔화하던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금리 인하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강달러에 환율 1,400원 위협, 17개월 만에 최고치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10일 기준 1,377.5원과 비교해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주간 상승폭도 지난 1월 19일 기준 25.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원화가치는 올해 들어 줄곧 1,3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 특히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1일(1,349.4원)에서 12일(1,375.4원) 9거래일 만에 26원 하락했다.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전날 대비 하락폭도 9.2원(11일), 11.3월(12일) 등을 기록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원화값이 1,380원대로 떨어진 것은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가 초강세였던 2022년 정도다.

이러한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달러의 강세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으로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11일 유럽중앙은행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의 강세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이로 인해 직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도 20%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소비 등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Fed의 금리 인하를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JP모건은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 모습을 나타낸 데 주목하며 Fed의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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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을 맞은 이스라엘의 한 도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사진=CNN 캡처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도 강달러 자극

여기에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상승의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은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드론과 미사일을 쏘며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직접 타격을 감행한 것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공격에 드론 185기, 지대지 미사일 110~120기, 순항 미사일 30~36기 등 300기 이상 공중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은 이란에서 나왔고 일부는 이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반미·반이스라엘 대리세력인 ‘저항의 축’에서 발사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불법 점유 중인 시리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방공 진지에 다수의 미사일을 쐈고, 예멘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무장 드론을 날렸다.

이번 공습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IRGC 쿠드스군(특수부대)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군인 7명이 사망한 지 12일 만에 이뤄졌다. 명분은 이슬람 경전 쿠란에 기반한 율법 샤리아에 명시돼 있는 ‘키사스 원칙’이다. 이란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요약되는 키사스 원칙에 충실하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도 키사스 원칙을 지켰을 정도다. 이란은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사망하자 5일 만에 이라크 내 미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타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상황이 악화할 경우 달러당 원화값의 1,400원 선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통상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달러 강세에 국내 금리 인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지만 환율이 안정화되지 않으면서 달성이 힘들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대로 유가가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까지 갈 것 같으면 금통위원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면서도 “반면에 2.3%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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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우려 나오지만 “이스라엘 보복 않으면 국제유가 상승세 제한적일 것”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감행하면서 글로벌 석유 시장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현재 석유 시장은 빡빡한 수급 사정으로 브렌트유가 이미 90달러를 넘은 와중에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45달러로 0.8% 상승했는데, 장중에는 92.18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란의 대응 이후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직전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MSC 아리에스(MSC Aries)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는데, 해당 선박의 실소유주는 이스라엘과 연결된 조디악 그룹의 일원이다. 6개월을 넘긴 가자전쟁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확전해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지면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이란이 주요 산유국의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동발 오일쇼크 공포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미 배럴당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국제유가가 2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기록했던 약 130달러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73~1974년의 1차 오일쇼크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CPI 상승률은 24.3%까지 치솟았고, 제2차 오일쇼크 시기인 1980년에는 물가가 30% 가까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1990~1991년의 제 1·2차 걸프전 때도 물가상승률은 6%를 훌쩍 넘겼다.

다만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보복하지 않으면 국제유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지만, 석유 시장에 대한 위험은 공격 직전인 금요일에 우려했던 것보다 약간 적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관건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매체 악시오스, CNN 등에 따르면 내각 회의 뒤에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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