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조용한 퇴사’에 이은 ‘요란한 퇴사’ 바람

‘조용한 퇴사’에 이어 ‘요란한 퇴사’ 확대 추세 회사에 대한 각종 불만을 외부에 공개하는 요란한 퇴사 경영진에도 부담, 평판 조회 생각한다면 자제해야 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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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회관계망 ‘틱톡’ 등을 통해 MZ세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조용한 퇴사(최소한의 업무만 하고 열정을 다른 곳에 쏟는 것)’에 이어 최근 ‘요란한 퇴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요란한 퇴사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만두게 된 직장에 대한 악담과 불평을 공개해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행동을 말한다. 일례로 틱톡 사용자인 크리스티나 줌보(Christina Zumbo, 계정명 Christina Bloom)는 지난해 9월 28일 더 이상 조용한 퇴사를 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내 삶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눈물 섞인 해당 영상은 53,900개의 좋아요와 2,450개의 댓글을 받으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크리스티나 블룸(Christina Bloom)의 틱톡 계정

또 다른 퇴사 트렌드: ‘요란한 퇴사’

최근 갤럽이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State of Global Workplace 2023 Report)’에 따르면 업무 만족을 느끼는 직장인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60여 개 국가의 12만2,4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eh ‘조용한 퇴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한 비율은 59%, ‘요란한 퇴사’를 준비 중이거나 시행 중이라는 답변은 18%에 달했다.

갤럽은 조용한 퇴사와 요란한 퇴사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총생산(GDP) 합계의 약 9%에 달하는 8조8천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요란한 퇴사가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위험 부담으로 작동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요란한 퇴사가 확산된 가장 큰 배경으로 최근 미국 시장의 실업률 저하를 꼽는다. 금융 시장과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 비용 증가로 인해 고용을 줄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력을 요구하는 제조업 및 기타 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직에 있어 요란한 퇴사가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적은 만큼, 직장인들이 마음 편하게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이직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업무 만족도 상, 중, 하로 구분, 가장 낮은 경우가 ‘요란한 퇴사(Loud quitting)’, 중간인 경우가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출처=갤럽

우려의 목소리도 커

일부 네티즌들은 업계를 완전히 떠날 거라면 몰라도 한 번의 영상 게재로 얻게 되는 이득 대비 재취업 불가의 위험이 더욱 높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평가도 내놨다.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듯한 행동이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억지 트집을 부리며 ‘별점 1점 테러’로 업체들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요란한 퇴사로 회사가 피해를 입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퇴사도 하지 않은 채 회사에 대한 각종 비난을 SNS상에 털어놓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회사 내에서 이같은 사실이 공유될 경우 조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요란한 퇴사가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이 단순히 본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넘어 전체 임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국내 네티즌들의 경우 해외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업계가 좁은 만큼 커리어를 희생해야만 요란한 퇴사가 가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채용 시 평판 조회 등의 절차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재취업 면접 진행 시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에 대해 알아보거나 과거 같은 직장을 다닌 동료들을 수소문해 업무 태도 등을 확인하는 경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없는 면접, ‘평판 조회’ 고려하면 위험한 도박

11년 경력의 팀장급 헤드헌터는 과거 임원급 채용에서만 진행했던 평판 조회가 최근 들어서는 대리급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한다. 신입을 키우는 것보다는 일 잘 하는 대리급을 채용을 선호하는 것이 기업들의 전략이지만, 실제로는 기대와 달리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평판 조회를 의뢰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고객사도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들과 더불어 스타트업에서도 의뢰가 늘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소문이 빠른 만큼 조용한 퇴사자들도 이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보다 한술 더 뜬 요란한 퇴사는 자칫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불만 가득한 상태로 퇴사한 직원만큼이나 회사도 각종 인사 문제로 인한 손실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동에서 시리즈 D 투자를 받은 한 벤처기업 인사 관계자는 몇 차례 인사 실패 이후부터는 평판 조회를 반드시 하게 됐다면서 “특히 임원급보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주니어 급에서 더욱 평판 조회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는 평을 내놨다. 이어서 “최근 들어 ‘조용한 퇴사’와 ‘요란한 퇴사’가 MZ세대 사이에서 키워드로 대두되면서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성격대로 회사 업무를 무시하며 가볍게 대하거나, 심지어 경영진과 다툼까지 일었던 직원을 겪으며 평판 조회 비용을 반드시 지불하는 방향으로 회사 인사 방침을 변경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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