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삼중수소 배출량 비교, 조작 없다”는 정부, 오염수 영향권 놓인 미국은?

‘기준시점 조작’ 의혹에 정부 “시점 통일해도 한국 삼중수소 배출량이 더 많아” 쿠로시마 해류 영향, 오염수 영향권은 미국과 캐나다 서해와 맞닿은 곳에 밀집한 중국 원전 사고 발생 시 더 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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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에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위치와 해류의 흐름상 더 큰 영향권에 놓이게 된 미국과 캐나다가 같은 사안에 대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 내에서도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착시 의도하거나 조작 사실 전혀 없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최근 일부 언론이 제기한 ‘한일 간 수치 비교 시 기준연도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하며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2일 발간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에서 “모든 원전에서는 삼중수소가 발생하는데, 이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은 214테라베크렐(TBq)로 일본의 175TBq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국내 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준 연도가 다르게 설정돼 우리나라가 삼중수소 배출량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언론은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들을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총 33개 원전을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으로 올수록 일본 내 가동 원전 숫자가 늘어 삼중수소 배출량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발표한 삼중수소 배출량 통계 기준연도가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는 2022년으로 설정된 만큼 정확한 비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국가별로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자료 중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국민들께 공개한 것이며, 통계상의 착시를 의도하거나 조작을 가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 내 가동 중인 원전은 33기가 아닌 10기이며, 우리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추가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1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연도를 동일하게 하기 위해 한국의 2019년 통계를 살피더라도 우리나라 삼중수소 배출량이 205TBq로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1년 대지진 이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사진=도쿄전력

주기적인 배출량 비교, 2021년 조사에서도 한국 > 일본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은 2년 전에도 한 차례 보도된 바 있다. 2021년 4월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훨씬 많다”는 한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된 해당 조사에서 도쿄전력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오염수 저장 탱크 내 저장된 오염수는 총 125만 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삼중수소는 약 1,000TBq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분산 배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같은 내용이 지켜질 경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배출량은 연간 33.3TBq가량이다.

같은 시기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월성, 한울, 한빛, 새울, 고리 등 국내 5개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총 210.81TBq(기체 상태로 배출되는 삼중수소 제외) 수준이었다. 이는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량인 1,000TBq보다는 적지만, 연간 배출량으로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당시 조사에서도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량 집계 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집계 방식의 허점을 지적한 이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화 설비를 거치지 않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 오염수가 존재하는 데다가, 녹아내린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만큼 향후 원전 폐로 때까지 해마다 일정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삼중주소 외에 세슘과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 장비인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활용한 2차 처리까지 마친 오염수를 배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 ALPS에 의한 2차례의 처리 과정을 거친 오염수 내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리터당 각 0.185㏃, 0.0357㏃/ℓ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의 음용수 기준을 리터당 10㏃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일본 아닌 중국 원전 영향권에 있어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보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전력보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중국 내 원전 가동으로 배출된 삼중수소는 425TBq에 달했다. 당시 중국에서 가동된 원전은 총 46기로, 현재는 9기가 추가 가동을 시작해 총 55기가 가동 중인 만큼 배출량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원전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마주 보는 지역에 모여 있기 때문에 원전 사고 발생 시 한반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랴오닝에서 하이난까지 동쪽 해안을 따라 밀집된 원전은 2018년 기준 가동된 원전만 38기로 확인됐으며, 건설 중인 원전도 18기에 달했다.

반면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거리상 근접한 우리나라보다 미국과 캐나다가 더 큰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북태평양 서부와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북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오염수가 우리 동해나 남해보다는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선량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나 의료 과정에서 생기는 방사선 노출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베타 방사선에 해당하는데, 그 자체로는 너무 약해 피부를 통과할 수 없다”며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한편 오염수 처리 시설인 ALPS가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도쿄전력은 해수로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다른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2차 처리 후 해수 희석까지 마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Bq까지 떨어지며, 이는 자국 기준치의 40분의 1, WHO 기준치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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