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세 인상하며 역마진 구조 벗어났지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재위기 봉착

6월 말 한전 부채액 200조원 돌파, 사상 최대치 은행 대출, 채권 발행에 이어 CP까지 발행했지만 경영난 지속 국제유가까지 상승, “전기요금 인상 없으면 적자 지속될 것”

pabii research

국내 전력 인프라를 책임지는 한국전력이 총부채액 2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를 겨우 탈피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 등 환경이 악화돼 올해에도 수조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전기세 인상을 감행하더라도 한전의 악화된 재정 상태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악화일로의 한전, 전기세 인상에도 부채는 늘어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액이 2조2,72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1일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전체 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 6조5,163억원 대비 축소됐다. 작년부터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부 수익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총부채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2일 한전이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까지 132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000억원, 2022년 말 192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국내 전기요금에는 인상 폭이 적용되지 않아 2021년 이후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한전은 회사채인 ‘한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2022년에만 운영자금 명목으로 23조원에 달하는 한전채를 발행하며 손실을 메웠다. 그러나 정부에서 금융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한전채 발행에 제재를 걸자, 지난해 11월 말 운영자금 차입을 위해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에 2조원 상당을 대출하기도 했다.

경영난 개선 위한 한전의 자구책, CP까지 발행하며 버텼지만

아울러 지난 5월에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를 포함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전부와 3직급(차장급)의 임금 인상분 50%를 반납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추가채용 중단 등 조직 효율화와 투자 축소도 약속했으며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도 10조6,500억원가량 발행했다. 정부의 한전채 발행 자제 요구에 CP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자구안을 두고 한전 CP 역시 한전채처럼 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정상 발행 한도가 없는 CP는 1~3개월 간격으로 만기가 돌아와 지속적인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방법은 은행권 대출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한전과 KB국민은행은 4.3% 안팎의 발행금리를 조건으로 추가 대출을 논의했으나 KB국민은행에서 5% 중후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해 무산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은행 대출 여신 한도는 여유가 있지만, 시장 가격 등을 통해 은행에서 금리를 높여 한전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만일 지금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정부에서 ‘무언의 압박’을 주는 식으로 조율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우 역마진 구조 해결했는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위기 내몰린 한전

한편 22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기 구매단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32.4원으로, 소비자 판매단가인 138.8원보다 6.4원 낮았다. 그간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던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 이윤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6월에도 실적 개선 흐름은 뚜렷하게 관측됐다. 6월 1kWh당 구매단가는 129.8원, 판매단가는 161.0원으로 마진액 31.2원을 남긴 바 있다.

이에 따라 3분기(7~9월)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15일 발표된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에 1조6,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간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데다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 판매단가가 올라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름철 성수기 높아진 전기요금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계통한계가격(SMP) 등을 고려하면 3분기부터 영업 실적 흑자 전환 달성 여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재상승하면서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배럴당 60~7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을 뚫으며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3주(13~17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2.7원 오른 리터당 1727.7원,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62.3원 상승한 ℓ당 1588.3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발전사의 발전 비용을 늘려 한전이 구매하는 도매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에너지 원가 오름세가 국내에 영향을 주기까지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때문에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3분기가 지나면 한전의 경영 구조가 다시 역마진 구조로 전환돼 추가 손실을 낼 수 있다. 이에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연탄 가격의 하락세가 연료비 상승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전의 손실을 불가피”하다며 “추가적 전기요금 인상이 있어야 오는 2024년에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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