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뛰고 대출은 불어났다, 부동산 과열에 한은 ‘경계 태세’ 돌입

고금리 상황에도 급증하는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이 상승세 견인 수요 발맞춰 집값도 상승기류, 비쌀수록 가격 상승세 가팔라 시장 과열에 우려 드러낸 한국은행, 정부와 노선 어긋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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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가계대출 폭증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불과 보름 만에 5대 은행 가계대출이 8,000억원이나 급증하는가 하면, 신용대출도 근 2년 만에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집값까지 상승세를 타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과열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 중심으로 가계대출 폭증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6,816천216억원으로 8월 말 대비 8,096억원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9월 잔액 증가폭이 8월(1조5,912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담대다. 주담대 상품의 금리가 줄줄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출 수요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연 4.05~7.044%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올라서며 뚜렷한 상승세가 확인된 셈이다. 인터넷은행 상품의 금리 역시 점차 상승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62~7.015%,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연 4.09~5.94% 수준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수요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 주담대 잔액은 약 보름 만에 6,176억원 늘었다. 주담대 급증의 주범으로 꼽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이 걸리며 증가세가 약간 주춤했으나, 여전히 폭발적인 수요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445억원 늘어 108조7,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신용대출 증가세가 유지될 경우 5대 은행 기준 2021년 11월(3,059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신용대출이 반등을 기록하게 된다.

한편 전세 시세가 하락하며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역전세’가 급증한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 역시 잔액 증가 추세에 힘을 실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잔존 전세 계약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의 비중은 서울, 비수도권, 경기·인천 지역에서 각 48.3%, 50.9%, 56.5%에 달한다. 기존 보증금과 현재 전셋값의 차이는 평균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가일수록 오른다’ 재차 상승하는 집값

아파트 가격은 상승기류를 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최고 가격은 전고점의 88% 수준을 되찾았다. 서울의 전고점 평균은 12억6,695만원이었으며, 올해 최고가 거래 아파트값 평균은 11억1,599만원이었다. 특히 고가 부동산이 밀집돼 있는 용산구는 97%, 강남구는 96%선까지 집값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의 가격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 경기, 세종 등 아파트 가격이 비싼 지역들의 집값 상승세가 반등을 주도하고, 이로 인해 아파트 간의 상대적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4,000만원으로 전국 평균(4억8,000만원) 대비 2배 이상 비쌌다.

전국 아파트의 상대적인 가격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역시 올해 8월 말 기준 0.441p까지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2020년 10월 0.462p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2022년 12월 0.426p까지 내려앉았지만, 올 들어 아파트 가격 반등과 함께 상승세를 탔다.

사진=unsplash

한은 ‘금융불균형’ 우려, 금리 또 올릴까

한국은행은 급작스러운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채 증가를 경계하고 나섰다. 소득 등 경제 기초 여건 대비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할 경우 잠재적으로 경제·금융 위기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우리나라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불균형은 과도한 부채로 시장에 풀린 금융 자원이 자산 투자에 쏠려 ‘거품’을 유발하고, 금융 시스템과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확대, 대출 규제 완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의 예외 확대 등으로 인해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정책 변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잔액과 신청분 중 미실행액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봤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26배(중간값)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9배)을 크게 상회한다. 시장이 과열되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꺾을 만한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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