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플레이션 심각하다” 과실 물가 상승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격차 ‘역대 최대’

pabii research
2월 과실 물가 상승률, 전체 평균보다 37.5%P 높아
사과 물가 상승률 71.0%로 역대 세 번째 70% 상회
정부, 204억원 투입해 납품단가 인하 지원하겠다지만
apple_PK_20240312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만큼 다른 품목에 비해 과실 물가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복숭아 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사과·배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심각한 ‘과일플레이션’, 소비자물가 3.1% 오를 때 40% 넘게 폭등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실 물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지난 1985년 1월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기존 최대 격차는 지난 1991년 5월 37.2%포인트였다.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이 40.6%로 1991년 9월(43.7%)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사과의 경우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줄은 탓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체재인 다른 과일 가격도 값이 오르며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로 1999년 3월(77.6%)과 작년 10월(74.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70% 선을 웃돌았다. 사과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67.8%포인트로 역시 역대 세 번째로 컸다.

배의 물가 상승률은 61.1%를 기록했다. 1999년 9월(65.5%) 이후 24년 5개월 만의 최고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는 58.0%포인트 벌어져 1999년 9월(64.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복숭아 물가 상승률은 63.2%로 종전 최고치였던 1976년 7월(61.2%) 기록을 넘어섰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격차 역시 60.1%포인트로 역대 최고였다. 이 밖에 물가 상승률은 귤 78.1%, 감 55.9%, 수박 51.4%, 참외 37.4%, 체리 28.0%, 딸기 23.3% 등 순으로 집계됐다. 과일 가격 강세는 올해 더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마땅한 대체 상품이 없는 데다 수입이 어려워 한동안 ‘금(金)사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비상대책반 가동하겠다

과일 가격이 3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비상대책반은 식량정책실장이 주재하는 점검·대책 회의를 매일 열고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까지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의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4월 중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 204억원에 할인지원 230억원까지 모두 434억원을 투입한다. 유통업체 판매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할인지원 사업 예산도 대폭 늘려 전·평년 대비 30% 이상 가격이 상승한 모든 품목에 대해 최대 40% 할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반 가동은 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라는 평가다. 통계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룰은 3.1%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대 물가’(2.8%)를 기록한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농식품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행사와 수입과일 확대 등 각종 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허가 절차 복잡해 수입도 힘들어

다만 정부의 특단 대책에도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과일 수입은 검역협상(수입위험분석)에 따라 절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1개 나라 76개 품목의 과일이 이를 통과해 수입이 허용됐는데, 평균 8.1년이 걸렸다. 가장 짧았던 중국산 체리도 3.7년이 필요했다. 수입위험분석은 수출국 요청 접수를 시작으로 수입허용 기준고시 및 발효까지 8단계로 진행되며 품목은 양국 간 협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해 순차적으로 절차를 정하고 있다.

현재 사과의 경우 일본을 비롯해 뉴질랜드, 독일, 미국, 호주, 남아공, 브라질,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11개 나라와 수입위험분석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호주는 1989년 수출 협상을 요청했고 일본은 1992년, 미국은 1993년 협상이 시작돼 현재까지 30년이 더 걸리고 있다. 협상 평균 소요기간인 8.1년의 4배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있음에도 협상은 현재 1, 2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상대국이 사과에서 다른 품목으로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등 교역구조가 바뀐 데 따른 것으로 사과에 특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사과의 우선순위가 후순위여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농민 보호를 위해 과일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역 논의 진전이 더딘 것도 의지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검역 절차의 문제는 수입국의 절차뿐만 아니라 수출국의 검역 시스템도 함께 봐야 한다. 제대로 검증이 안 돼 수출길에 올랐다가 통관이 안 되면 수출업체나 당사국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우리의 의지뿐만 아니라 상대방 측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최근 국내 사과 가격과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일본에서 ‘사과 수출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긴 하다”며 “일본의 생산 역량과 수출 의지에 따라 일본 검역 당국의 정책이나 수출 품목 우선순위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