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민폐·갑질 예방법’ 발의, 거듭된 민폐 촬영 논란 잠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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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송·OTT 촬영 제작자, 안전 조치 의무 근거 마련
강압·불법 투기까지, 매해 반복되는 촬영팀 민폐 역사
거듭된 논란에도 학습효과 없어, 올해만 벌써 11번째 
이용 국민의힘 의원/사진=이용 의원실

영상물 제작자 등이 보행자와 공공시설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최근 영상 콘텐츠 촬영을 이유로 사전 통보 없이 통행로를 통제하거나 고위험 산모의 병원 출입을 막는 사건 등 ‘민폐 촬영’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이를 규율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 촬영팀에 ‘제작 관련 의무’ 부여

22일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영화·OTT 촬영 제작자에게 보행자 및 공공시설 이용자 안전조치 의무 근거를 마련한 ‘방송법’ 개정안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제작자 등이 보행자와 공공시설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제작 관련 의무를 부여하는 ‘촬영 민폐·갑질 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업자 또는 외주제작사, 그리고 영화·비디오물 제작업자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보행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과 피해를 주지 않도록 통행로 확보, 통행 안전 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공공시설의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등 영상물 제작 관련 의무 규정이 담겼다.

이 의원은 “K-콘텐츠가 세계 중심에 서며 국내 방송·영화·OTT 콘텐츠 제작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반면 제작 현장에서는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방송제작의 공적 책임·공익성 구현은 물론 안전한 영상물 촬영 환경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 방영을 앞둔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 현장/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통행로 통제는 기본, 관광객 상대로 욕설까지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주차, 스태프 갑질 등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의 민폐 촬영 사례가 올 한해만 10건이 넘는다. 과거에도 꾸준히 문제시 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잘못을 답습하는 모습에 “촬영이 벼슬이냐”는 원성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민폐 촬영의 가장 최근 사례로는 <무인도의 디바>의 자연 경관 훼손 논란이 있다. 지난 14일 <무인도의 디바> 촬영팀이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변에서 촬영 시 사용한 돌무더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또한 공유수면 점·사용을 위해선 행정시의 협조, 허가가 필수임에도 <무인도의 디바> 제작진은 허가 없이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쿨존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며 학생들의 보행을 방해해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18일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은 초등학교 등굣길에서 촬영을 진행해 초등학생들이 인도가 아닌 찻길로 등교하도록 했다. 그러나 어떠한 안전 지도도 없었다. 같은 달 11일에는 고위험 산모의 병원 출입을 통제하는 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아내가 둘째 임신 중 하혈해 응급실을 찾았으나, 드라마 제작진이 이를 막았다며 응급 상황에 미숙하게 대처한 촬영팀을 지적했다. 작성자는 드라마 제목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후 해당 드라마가 천우희, 장기용 주연의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촬영팀 차량이 남의 집 대문을 막는가 하면, 소방차 전용 구역에 버젓이 주차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라마 촬영팀 원래 이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팀 차량이 작성자의 집 대문을 가로막았으며, 주차가 금지된 소방차 진입로에 차량을 주차하는 등 민폐를 끼쳤다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뭔가가 집 앞을 막고 있더라”며 “대문 앞에 차를 대면 난 문을 3분의 1만 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 제작진이 코엑스에서 촬영 중 외국인 관광객에게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아이유-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는 고창 청보리 축제에서 촬영을 이유로 관광객들의 길을 막고 소리를 치는 등의 행위로 분노를 샀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는 인천공항에서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줘 논란이 됐고, <솔로지옥3>는 해양보호구역에서 무허가 세트를 설치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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