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류 국가, 2류 인재] ②인적 자원, 지적 자원, 물적 자원, 3박자가 골고루 후진적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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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한국은 인적, 지적, 물적 자원 중 인적, 지적 자원에 심각하게 결핍된 나라
실패의 원인은 교육의 붕괴, 결과는 경제 성장 침체
역량 부족에 비해 인적 자원의 지나친 복지 요구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

간밤에 엑스포를 개최하겠다고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갔다가 고배를 마신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부터 안 될 일이었는데 보고가 잘못 올라가는 바람에 대통령이 힘을 썼다는 핑계에 불과한 논평도 봤고, 프리젠테이션 준비, 대통령의 등장, 유치 준비 등등 모든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봤다.

내 결론은 ‘무능한 나라가 또 무능한 짓을 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는지, 도대체 한국의 문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를 체계화하기 위해서 간단한 모델을 한번 세워봤다.

Tier 123
Tier 123

콥-더글라스(Cobb-Douglas)로 본 2류 국가 대한민국의 문제

응용통계학, 공학, 경제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여러 변수의 입력 값이 복합적으로, 비선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잡아내기 위해 흔히 쓰는 기본 모델 중에 콥-더글라스(Cobb-Douglas)의 기본 함수가 있다. 경제학에서는 자본($K$)과 노동($L$) 공급이 산출물($Y$)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기본형 프레임으로 흔히 활용하고, 공학에서는 입력 요소와 출력 요소간의 연관성이 얼마나 강한 상승구조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쓰인다.

지난 글([2류 국가, 2류 인재] ①영어권 코딩 부트캠프 인재가 한국 SKY보다 개발을 잘하는 이유)에서 정리한대로, 결국 문제의 원인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들이

  • 인적 자원의 논리적 사고력이 평균 이하, 암기식/계산 위주 교육에만 물들어 있는 문제
  • 지적 자원이 영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해 한국어권에서만 소비되는 축소된 지식 울타리의 문제
  •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간, 자본 등이 발전적인 생산형이 아니라 1회성의 축소 투자인 문제

였으니, 거기에 맞춰 각각 인적 자원을 $H$ (Human Capital), 지적 자원을 $K$ (Knowledge Base), 물적 자원을 $M$ (Money)라고 달아보자. 그럼 Cobb-Douglas 함수를 아래와 같이 변형해서 쓸 수 있다.

  • $Y$ = $v \cdot H^{\alpha} \cdot K^{\beta} \cdot M^{\gamma}$

수식을 일상어로 풀어내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데 인적 자원, 지적 자원, 물적 자원이 각각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H$, $K$, $M$, $Y$로 정의한 변수들에 적절한 데이터를 잡아서 비교 계산을 해 보면 내가 속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얼마나 거 많이 노동력에 의존적인지, 반대로 지적이 역량을 얼마나 못 쓰고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인적 자본, 지적 자본, 물적 자본을 쓰는 비율 알아보기

위의 식의 양쪽에 로그 함수를 적용하면,

  • $\log{Y}=\log{v} + \alpha \cdot \log{H} + \beta \cdot \log{K} + \gamma \cdot \log{M}$

으로 정리할 수 있고, 로그 함수가 들어가 눈으로 보기에 복잡하니까 식을 간략화하면

  • $y = v + \alpha \cdot h + \beta \cdot k + \gamma \cdot m$

으로 눈으로 보기에 편한 식을 만들어 냈다.

수식이 오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데 노동력, 교육의 효과, 그리고 자본력이 얼마나 크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인데, 아래의 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순한 사칙연산으로만 정리되어 있다. 즉, 노동력을 얼마나 투입하면, 교육을 얼마나 잘 시켜놓으면, 자본을 얼마나 많이 공급하면 산출물이 얼마가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단순화된 식이다.

실제로 적절한 노동력 지표, 교육 및 지적 역량 지표, 자본력에 대한 지표를 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위의 프레임이 있고, IMF, World Bank 등의 국제 기구들이 정한 값을 활용하면 손쉽게 각 국가별 노동, 교육, 자본의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위의 식이 가장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아래의 2가지 점이다.

  • 각 국가별로 다른 $H$, $K$, $M$ 수준이 $Y$에 미치는 영향
  • 전세계 평균 $\alpha$, $\beta$, $\gamma$와 개별 국가의 차이

실제로 이미 국제 기구들이 지난 수십년 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위의 계산을 해 놨고, 한국은 $\alpha$, $\beta$, $\gamma$ 지표에서 한번도 미국·서유럽의 인프라를 따라잡은 적이 없다. 동유럽에서 수많은 수학 천재, 노벨상을 배출해 낸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국은 저 지표들에서 현저하게 밀리는 나라다. 굳이 따지자면 반도체, 자동차 혁신이 대성공을 거둔 탓에 $M$값을 축적한 나라고, 거기에는 고도 성장기인 1970년대, 1980년대에 부모님 세대가 $H$라는 영어 문자 하나로 압축 표현된 장시간 노동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숨어 있다.

한국은 노동 시간만 길게 쏟아붓고 생산성이 낮다는 표현을 언론 같은 곳에서 흔히 들었던 표현일 것이다. 그게 바로 $H$값은 크고 $\alpha$값은 작은 상황으로 나타난다. 같은 사정은 서유럽이 충격먹을만큼 고속 성장을 이뤄낸 주요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이고, 동아시아 국가 중 일본만 $K$와 $\beta$에서 서유럽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한국 사정과 영어권의 후진국 사정 비교

자, 이제 기본 모델을 세웠으니, 각각의 상황에 맞춰 모델을 조금씩 변경해보자. 우선 영어권 후진국은 한국보다 인적 자원의 역량, 지적 자원의 역량은 훨씬 더 뛰어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영어에 대한 거리감이 한국 인력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동유럽의 저(低)자본 국가들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H$, $K$는 한국보다 더 IT개발을 위한 기초 토대가 갖춰져 있는 반면, 한국이 지난 50년 동안 쓴 ‘한강의 기적’에 기반한 $M$은 사회주의 시스템 탓에 여전히 경제 시스템이 낙후된 국가들인만큼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한국을 $ROK$, 동유럽 국가들을 $EE$ (Eastern Europe)이라고 달아보자

  • $Y_{ROK}$ = $v_{ROK} \cdot H^{\alpha}_{ROK} \cdot K^{\beta}_{ROK} \cdot M^{\gamma}_{ROK}$
  • $Y_{EE}$ = $v_{EE} \cdot H^{\alpha}_{EE} \cdot K^{\beta}_{EE} \cdot M^{\gamma}_{EE}$

라고 식을 정리할 수 있다. 각각 한국과 동유럽의 생산 현황을 추상화 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기에 $M_{ROK} > M_{EE}$인 만큼, 노동력을 지급한 노동자들, 교육 시스템을 제고한 국가가 가져가는 비중이 동일하다면, 자본가들이 갖고 가는 비중도 당연히 나라 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M$의 절대값이 큰 한국에서 $\gamma$ 값이 작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한국은 자본을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생산성, 즉 투자 수익률이 동유럽에 비해 낮은 나라인 것이다.

같은 방식을 다른 변수에 적용해봐도 마찬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동일 생산물을 뽑아내기 위해 한국은 $H$를 더 많이 투입해야 낮은 $\alpha$를 상쇄할 수 있다. $K$의 경우는 이미 영어권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beta$가 굉장히 높아야 상쇄가 가능할텐데, 한국에서 고도 기술의 지식을 잘 활용하는 사례를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beta \cdot K$ 합계 값이 동유럽에 비해 크게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지적 역량, 지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2류 국가 문제의 본질

정리하면, $M$이 동유럽보다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K$가 심각하게 문제가 있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50년 동안은 $H$를 막대한 투입량으로 쏟아서 해결했으나, 조금만 힘든 일, 어려운 일, 더러운 일(속칭 3D)은 안 한다고 도망가는 청년들, 저녁 6시 칼 퇴근 안 시켜주는 직장이라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 상황, 정부가 주52시간을 간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을 갖고오면 일 하기 싫은 2030세대가 맹렬하게 거부하는 사회가 된 만큼, 더 이상 $H$를 더 투입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H$가 부족해진 부분을 $K$로 채워넣어야 전체 $Y$값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데, 한국은 언어적 한계와 교육 시스템 붕괴, $H$에서 논리적 사고력이라고 지적했던 부분을 교육 시스템이 채워주지 못하는 한계로 결국은 $H$은 ‘사보타주(Sabotage)’를 선언하고 $K$는 없는 상태에서 그간 쌓아온 $M$만으로 나라 경제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빌려주는 것도 친절, 빌려주지 않는 것도 친절

은행가들이 쓰는 표현 중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도 친절이라는 표현이 있다. 돈만 있어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H$, $K$가 갖춰지고, $\alpha$, $\beta$값이 충분히 큰 상황이어야 $M$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한국 상황이 ‘빌려주지 않는 것도 친절’인 상황으로 보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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