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Fed의 ‘기준금리 빙하기’, 바이든도 부동산 시장도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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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금리 동결 결정한 Fed, 파월 의장은 "3월 금리 인하 어렵다"
"이러면 대선에 불리한데" 미국 민주당의 금리 인하 요청 물거품
아직 기대 꺾긴 이르다? 움직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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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 인하 기대로 들뜬 시장에 ‘찬물’을 들이부었다. Fe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지난해 9월 이후 4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시장을 달군 조기 금리 인하론을 직접적으로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의 조기 금리 인하 요청, 고금리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등을 과감하게 외면하고 ‘인플레이션 강경책’을 펼친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직 못 잡았다” 3월도 동결 가능성 커

이번 1월 FOMC를 통해 Fed는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함께 발표된 정책결정문에는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세는 지난해 초부터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담겼다. 미국의 고용 시장 전반이 안정적인 추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Fed는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2%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는 적절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확실히 도달할 때까지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최근 시장에 만연한 3월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부인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강하고, 노동 시장도 견조하며 인플레이션도 완화하고 있다”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단 파월 의장은 “오늘 회의 결과, 현시점에서 3월 회의 때에 금리 인하 확신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3월에 금리 인하를 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기대가 완벽하게 꺾인 셈이다.

대선 앞둔 민주당, 고금리에 ‘전전긍긍’

시장은 Fed가 미국 민주당 측의 금리 인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 매체 더힐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존 히켄루퍼 상원의원 △셀던 화이트하루스 상원의원 등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FOMC를 앞두고 파월 의장에게 조기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높은 금리가) 국가의 주택 접근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제적 위기를 악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많은 미국인이 고금리로 인해 거주 문제를 겪고 있다며 Fed 측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한 이유는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 때문이다. 이어지는 고물가·고금리와 경기 침체 기조에 지친 일부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의 경제 상황, 즉 △낮은 인플레이션 △낮은 집값 △낮은 금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어지는 고금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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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ed 역시 쉽사리 뜻을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Fed는 현재 ‘2%’라는 명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보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Fed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무작정 금리 인하를 택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3%대를 기점으로 지지부진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싸늘하게 식은 시장, 이제는 ‘부동산’에 기대 건다

Fed의 발언으로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증발’하자, 기대감에 부풀었던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증권거래소 CME그룹은 Fed가 3월에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73.4%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을 뒤덮은 ‘조기 금리 인하론’의 영향이 분석 결과 산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월 FOMC가 종료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ME그룹의 금리 인하 가능성 전망치는 35.0%까지 미끄러졌다. 파월 의장의 직접적인 부인에 시장의 기대가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단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최악의 경우 Fed가 조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백 개에 달하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이 부채 상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출 만기가 도래해 재융자를 받아야 하지만,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로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 뛰며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의 자료를 인용, 올해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금액이 1,170억 달러(약 115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중 약 66%는 은행 보유 상품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은행권 전반의 경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음에도 불구, 시장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도사리는 ‘뇌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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