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와 함께 치열해진 ‘기기 지원금’ 경쟁, 알뜰폰은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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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제도 폐지 앞두고 시장 경쟁 불붙었다? 통신3사의 지원금 경쟁
갤럭시 S24 공시지원금 줄줄이 상향, 불법지원금까지 판친다
"경쟁이 안 된다" 설 자리 잃은 알뜰폰 시장, 정부 보완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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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통신업계 곳곳에서 ‘지원금 경쟁’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 한동안 멈춰 섰던 통신3사(SKT·KT·LGU+) 중심 ‘고객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이다. 차후 통신3사가 중저가 요금제 및 대규모 지원금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별도의 단말기 지원금 혜택을 제공할 수 없는 알뜰폰 업계의 한숨은 깊어져 가고만 있다.

단통법 폐지 본격화, 공시 제도 사라진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통신사가 유통점에 차별적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 차원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소비자가 어느 유통 대리점에서든 동일한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단통법에 따라 유통점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단통법은 또 다른 시장 폐단을 낳았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통신3사가 줄줄이 보조금을 삭감한 것이다. 대부분 국민은 오히려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비싼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됐다. 곳곳에서는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명 ‘성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소비자의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되, 선택약정할인 등 단통법 내 이용자 보호·혜택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 시 단통법의 핵심 요소였던 공시 제도(제4조) 역시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껏 이동통신사는 공시 제도에 따라 일주일 단위로 단말기별 지원금을 공시하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차별 없이 공시한 내용대로만 단말기를 판매해 왔다. 하지만 차후 단통법 폐지를 통해 지원금 공시 제도가 사라질 경우, 통신사는 시장 상황과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지원금을 책정·지급할 수 있다.

“지원금 늘려라” 고객 유치 경쟁 시작됐다

정부는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통신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시장 경쟁에 돌입, 기기 지원금을 확대하고 요금을 할인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 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보조금 경쟁을 위한 본격적인 ‘예열’에 나섰다. 연휴를 앞두고 통신3사가 최신 스마트폰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대폭 인상한 가운데, 성지를 중심으로 불법보조금 지원까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통신3사는 일제히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인상했다. SKT는 최대 48만9,000원, KT는 최대 48만원, LG유플러스는 최대 5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일주일 만에 공시지원금이 2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통신3사 지원금 확대에는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3사 및 삼성전자 고위 임원과 실무진과 접촉, 통신비 부담 완화 및 공시지원금 확대를 촉구한 바 있다.

소비자 사이 알음알음 알려진 성지에서는 합법적 공시지원금에 최대 50만원 정도의 불법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출고가 115만5,000원에 달하는 갤럭시 S24 256G 모델을 수십 만원대, 저렴하게는 10만원대에 판매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 이후 성지의 불법 지원금 경쟁이 ‘합법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시장 전반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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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에는 ‘먹구름’

지금까지 통신3사는 단통법의 한계를 넘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알뜰폰(MVNO) 사업을 영위해 왔다. 현재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는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레콤의 SK텔링크 △KT의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이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되고 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질 경우, 이 같은 ‘간접적’ 가격 경쟁은 사실상 불필요해진다. 단말기 할인 혜택 등 직접적인 지원금 경쟁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의 근심은 커지고만 있다. 알뜰폰 업체의 주요 고객은 자급제 단말기(전자제품 매장,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를 구매한 뒤 알뜰폰 유심만 사용하는 소비자다. 통신3사와 달리 유심 요금제 판매에 중점을 싣고 있는 만큼, 단통법 폐지에 따른 단말기 할인 혜택을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통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본격화한 가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필두로 한 지원금 경쟁까지 본격화할 경우 알뜰폰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정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업체가 통신3사의 ‘지원금 경쟁’에 밀려 그대로 폐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정부 역시 단통법 폐지 이후 알뜰폰 사업자의 성장 저해 우려가 없도록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 경쟁력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이대로 알뜰폰 업계가 침체에 빠질 경우, 가계 통신비 절감 목표 실현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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