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시장으로 눈 돌린 ‘큐텐’, 11번가 새주인 찾기 또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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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시’ 인수한 큐텐 "글로벌 쇼핑플랫폼으로 도약"
한때 기업가치 40조원 찍던 위시, 2,300억원에 매수
11번가 인수 가능성은↓ “추가 인수 여력 없을 것”

위메프·인터파크·티몬 등을 품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온 큐텐이 북미 기반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다. 기존 아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유럽·미국으로 확장해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큐텐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위시를 품으면서 11번가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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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위시’ 인수로 이커머스 영토 확장

13일 큐텐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큐텐은 앞서 지난 10일 콘텍스트로직과 위시에 관한 포괄적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위시는 2021년 한때 기업가치가 40조원에 육박할 만큼 주식시장에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았으나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등 중국 쇼핑앱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감소했다.

큐텐은 대규모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인 위시의 온라인 쇼핑사업과 관련한 자산을 떼어내 인수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쿠팡이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쿠팡은 파페치에 대출 형태로 채무를 갚아주는 대신 명품 관련 사업과 자산만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위시 인수로 큐텐의 사업 영역은 기존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으로 확장됐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2000년 인터파크 재직 시절 사내벤처 형태로 지마켓을 창업한 뒤 2010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창업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와 일본, 중국, 인도 등으로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지마켓을 매각할 당시 계약서에 명시된 ‘10년간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한국에선 사업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해당 조항의 효력이 끝난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지난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쇼핑까지 잇달아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꾸준히 거래액을 늘리며 쿠팡과 네이버쇼핑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텐은 이번 인수로 아시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티몬·위메프·인터파크와 거래하는 모든 한국 판매자에게 전 세계 통합 판로를 열어준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확산하는 초저가 상품 공습에 취약한 소상공인 등 한국 생산업자에게 국외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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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사진=큐텐

11번가 인수 가능성, 사실상 ‘제로’

다만 큐텐의 이번 위시 인수는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로 해석되는 만큼 11번가 인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 아마존이 입점해 있는 11번가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큐텐이 전 세계 30개 플랫폼과 이미 제휴 연동이 돼 있는 상황에 더해 이번 위시의 인수로 인해 명분이 사라졌다. 앞서 큐텐은 지난해 12월 SK스퀘어가 11번가를 매물로 내놓을 당시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지목된 바 있다. 당시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중국 알리바바와 큐텐에 각각 11번가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현재 티몬·위메프·인터파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약 6%로, 만약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쿠팡, 네이버에 이어 국내 3위 이커머스 업체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위시 인수로 이미 대규모 자금을 사용한 입장에서 추가 자금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재매각 불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텐의 전략은 인수를 통해 점유율을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11번가에도 관심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11번가 매각 절차가 늦어지며 몸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긴 하지만 큐텐이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인수했기 때문에 국내 플랫폼을 추가로 사들일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큐텐이 사들인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11번가 추가 인수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2018년 이후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자본 잠식에 빠졌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적자 기업을 사들여 규모를 키웠지만 기업 간 시너지가 없어 인수합병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당초 큐텐의 주요 관심사가 유통 사업이 아닌 물류 사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일단 플랫폼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큐텐 산하의 플랫폼을 늘리고 직구·역직구 사업을 강화해 큐익스프레스의 매출과 거래액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티몬·위메프·인터파크는 각각 T프라임·W프라임·I프라임이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런칭,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 지역에 제품을 판매할 때 큐익스프레스 물류망과 연계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큐텐 관계자는 “큐텐 그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위시 인수가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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