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위기의 베트남 경제, 구조 개혁으로 도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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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 베트남, 수출이 GDP 80~90% 차지
팬데믹 이후 선진국 긴축 통화, 중국 더딘 회복세에 수출 감소
경기 부양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부채와 인플레이션 증가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2022년 하반기, 당시 베트남은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선진국의 긴축통화로 인한 수출 감소에 이어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년 대비 3% 하락한 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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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수출 부진에 이어 양적 완화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성 훼손

지난해 베트남은 GDP(국내총생산)의 80~90%를 차지하는 수출이 부진하면서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수출은 하반기에만 6% 하락하면서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산업 전반의 재화 생산량을 반영하는 산업생산지수는 연초에 마이너스로 시작해 연말이 돼서야 1% 플러스 성장으로 마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금융당국은 경제 성장과 경기 회복을 위해 연중 내내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동성이 높아지고 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은행 대출이 13.5% 증가했다. 특히 2023년의 마지막 20일 동안에만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베트남 정부가 시장에 투입한 202조7,000억동(약 11조원·약 83억 달러)과 유사한 규모다. 유동성 확대, 부채 증가와 함께 물가도 뛰어올랐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7%, 근원인플레이션은 4.2% 상승했다. 더욱이 베트남의 회사채 시장은 연말까지 정체 상태에 놓여 있어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완화 기조의 통화정책에 의존하는 전략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면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위축된 공공투자 및 외국인 자본 비율 높은 산업 구조도 문제

이에 베트남 정부는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공공투자 지출을 43% 이상 늘리는 등 사회경제적 회복·발전 프로그램(Socio-Economic Recovery and Development Program)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베트남의 공공투자 지출은 낮은 수준이었고 지난 2022년에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반부패 캠페인’의 영향으로 공공투자 지출이 목표치의 68%에 머물렀다.

공공투자의 위축은 베트남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송전용량 부족으로 전력대란이 발생했고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베트남 반도체 후공정 공장에 대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계획을 보류했다. 베트남의 최대 투자자인 삼성전자도 근로자를 해고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다만 이는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한 조치라기 보다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대응일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외국인 자본이 수출을 비롯해 전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실제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20년 전체 수출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수준이었지만 2년새 74%로 증가하면서 국내 민간 부문의 기여도가 감소하기도 했다. 더욱이 베트남은 태국이나 중국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은 저개발국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베트남 노동력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비공식 부문에 종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산업구조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수출 중심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베트남이 산업의 밸류체인을 상승시키지 못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저비용 국가로 옮겨가면서 베트남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상위소득국가 도약 위해선 부패 척결하고 시스템 개선해야

그동안 베트남은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지출하는 수수료가 2006년 70%에서 2021년 41.4%로 크게 감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부동산 거래에서 만연해 온 기업과 공무원 간의 구조적 부패 관행을 척결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국유지 매입 등에 있어 중소기업에 보다 공평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국영기업(State-Owned Enterprise, SOE) 개혁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국영기업 개혁은 국영기업과 관련된 개인이나 집단에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부문의 중소기업에 공평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올해도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과 선진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베트남의 성장률은 단기적으로 제조업 부문의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항만 시설이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지난해보다 다소 상승한 5.5%~6%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중상위소득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베트남이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팬데믹 이전의 7~8% 성장률을 회복·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베트남의 경기 침체는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국영기업과 정부의 행정·규제 프로세스에 대한 구조개혁의 필요함을 적시에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 만큼 중상위소득국가 도약이라는 경제적 목표와 최근의 경기 변화는 베트남 정부가 개혁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적 의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쉬와 딘 렁(Suiwah Dean-Leung)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ANU) 크로포드 공공정책대학 명예 부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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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와 딘 렁/사진=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영어 원문 기사는 Getting Vietnam’s economic growth back on track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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