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손실 우려, 3개월 새 7.5억 달러 급증 “잠재 리스크는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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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023년 9월 금융권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 발표
투자 잔액 56.4조원, 북미 61% 차지, 올해 22.5% 만기 도래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에 국내 CDS 프리미엄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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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2조원대의 잠재적 부실이 예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자산에서 해외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그치는 만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투자 해외 부동산 ‘급락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 총자산인 6,800조9,000억원의 0.8%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31조9,000억원으로 전체 투자 잔액의 56.6%를 차지했고,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전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으로 많았다.

투자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아시아 4조4,000억원(7.9%), 기타 6조6,000억원(11.8%) 등을 기록했다. 만기별로는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12조7,000억원(22.5%)에 달했다. 2030년까지의 만기 도래 규모는 43조7,000억원(77.5%)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8,000억원 중 2조3,100억원(6.46%)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한이익상실은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원금 미지급,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건 미달 등의 사유로 인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공개했던 자료에서는 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가 1조3,300억원(전체 사업장의 3.7%)으로 3개월 만에 1조원(7억5,000만 달러)가량이 급증했다.

자산 유형별 기한이익상실 발생 규모는 오피스가 9,3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텔 1,100억원, 상가 1,2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이후 3건의 EOD가 추가로 확인해 이달 현재 기준 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는 2조4,600억원(사업장 총 28곳)이 됐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투자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앞으로 투자자 간 대출 조건 조정, 만기 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기한이익 상실 해소가 가능하며, 자산매각 시에도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 대형은행도 직격타, 대손충담금 축소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에 국내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16일 기준 34.18로, 지난해 12월 19일 26.86까지 낮아져 2022년 2월 10일 26.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이후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작년 12월 15일 31.01 이후 상승하며 16일 37.03으로 올랐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작년 말 각각 31.85, 30.62에서 37.60, 36.03까지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금융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해당 발행사의 부도 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막대한 예상 손실을 책정하고 있는 만큼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에 미 대형은행들도 피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6대 은행의 부동산 대출 중 원리금 상환이 30일 이상 연체된 부실 대출액은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93억 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사무실, 상점 등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인해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1달러당 평균 대손충당금을 기존 1.6달러에서 90센트로 줄였다. 대손충당금이 1달러를 밑돈다는 것은 충당금만으론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은 대출 연체로 발생한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또는 지급준비금 규모를 높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수익이 감소해 시중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우려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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