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장기화에 EU도 결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전쟁 채비” 등 강경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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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원 있든 없든", 유럽 국가 '단결' 촉구한 유럽연합
제13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 합의,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도 논의
제재 강화에 러시아 '강력 반발', "직접 충돌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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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사진=EU 집행위원회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미국의 지원이 있든 없든,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유럽 국가 간 단결을 촉구했다. 기약 없는 미국의 지원만 기다리기보다 유럽 차원의 결집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서방국들의 제재로 동결된 3,000억 유로(약 434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전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 동결 자금 ‘만지작’, EU도 강경 대응 나서나

외신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각) 유럽의회에서 연설에 나선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횡재이익’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장비를 공동 구매하는 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It is time to start a conversation about using the windfall profits of frozen Russian assets)”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보다 그 돈을 잘 쓰는 방법은 없을 것(There could be no stronger symbol and no greater use for that money than to make Ukraine and all of Europe a safer place to live)”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할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로 다음 날 나온 발언이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어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어차피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선거 결과나 결정은 통제 밖에 있다”며 “동맹국들의 지원이 있건 없건 러시아가 승리함으로써 초래되는 ‘불안 비용’은 우리가 바로 지금 아낄 수 있는 돈보다 크며, 이것이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라고 거듭 역설했다. 그간 미국, 영국 등 서방국들은 러시아 자산의 몰수를 강조해 왔지만, EU 국가들은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해 망설여 왔다.

이런 와중에 EU가 강경 입장을 내놓은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을 국방비로 쓰는 NATO 동맹국에 대해선 집단방위에 나서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1억 달러(약 80조원)가 포함된 950억 달러(약 127조원) 규모 패키지 예산안이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단 점도 EU 입장에서 압박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U 차원에서 직접 전쟁 채비를 촉구한 점도 눈에 띈다. 이날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은 평화가 영원할 거란 환상 속에서 살아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화 배당금(군비를 축소해 경제 발전이나 복지에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악용했다”며 “그 결과 세계는 더욱 위험해졌다. 우리는 자유와 번영을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위협은 임박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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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시아 제재 강화했지만, 러시아 반발은 여전한 ‘부담’

국제사회에서는 이로써 EU와 러시아가 완전히 갈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U는 앞서도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는 언급을 내놓으며 반러시아 진영 구축을 가시화한 바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조셉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에 맞춰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지난 주말 이미 일부 회원국 당사자가 모여 제13차 대러 제재안에 어떤 항목을 포함할지 논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22일에는 제13차 대러시아 제재안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 제재로 EU는 최초로 러시아에 군사기술을 공급한 중국 본토 소재 3개 업체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EU 기업에 대해 해당 3개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종전 제재에서 제외돼 온 산업 분야별 제재를 강화한 셈이다.

다만 러시아의 동결 자산이 실제 무기 조달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동결 자금을 본격 활용하기 위해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두고 EU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만장일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지상군 파견’ 가능성을 열어놓자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하면 된다”고 맞섰다. 파병을 단행할 경우 러시아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EU의 거듭된 강경 대책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러시아는 EU의 제13차 대러시아 제재안이 최종 승인된 직후 유럽 기관·개인의 입국 금지 명단을 대폭 확대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당시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EU는 일방적인 제한 조치를 통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려는 헛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런 비우호적인 행동에 대응해 러시아 측은 우리 영토에 입국하는 것이 금지된 유럽 기관 및 EU 회원국 대표 명단을 대폭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국가에서 우크라이나 군대 파병을 검토한단 소식이 퍼지자 “러시아와 NATO 간 직접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직접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나 지상군을 파견하는 건 EU 차원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며 즉각 진화에 나서긴 했으나, 당분간 러시아의 눈총이 유럽을 향할 수밖에 없음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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