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보조금 가시화, 대선 전 ‘경합주’ 우대 영향? 반도체법 본격 시동에 미중 갈등 격화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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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끌어들이는 미국, TSMC 시작으로 반도체법도 '시동'
보조금 협상 늦는 삼성전자,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는 뒷전?
중국 기업엔 규제 강화, 자국 펀드로 승부수 던진 중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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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5,8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의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따른 혜택이다. 반면 삼성전자 등 타 기업의 경우 아직 명확한 전망이 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계열인 미 정부가 대선 경합주인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는 TSMC를 먼저 봐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애리조나서 공장 짓는 TSMC, 미 보조금 ‘가시권’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반도체기업 TSMC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5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애리조나에 약 400억 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하며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애리조나 팹 건설은 미국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보도가 나온 이후 TSMC는 성명을 내고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생산적인 논의가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TSMC 보조금 액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TSMC가 반도체법에서 제공하는 대출 및 보증을 활용할지도 확실하지는 않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우선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 중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80억 달러(약 37조원)를 배정한 상태다. TSMC 외에도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해당 보조금을 두고 미국 상무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각각이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보이나, 금액 변동이 이어지고 있어 명확한 액수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직 협상 중, 원인은 공장지 ‘경합주’ 차이?

이처럼 TSMC가 타 기업 대비 빠른 속도로 보조금 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선거철 특수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가 경합주에 먼저 지원금을 뿌렸단 것이다. 실제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는 애리조나는 2024년 미국 대선의 핵심 경합주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반면 삼성이 신규 공장 건설을 타진한 곳은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 중 하나인 텍사스다. 민주당 정부 입장에 사실상 공화당의 승리가 예견된 지역에 시급히 보조금을 내어 줄 이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실제 시장에선 이미 지난 1월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뿌리기가 전망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경제 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게 다름아닌 반도체 공장 건설 보조금 지원이기 때문이다. 한 미국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보조금을 풀어 격전지의 표심을 잡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바이드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는 전체의 30% 선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보조금에 경합주 프리미엄이 붙는 데 개연성은 충분하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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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도는 반도체법, 미중 패권 경쟁 격화하나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반도체법이 본격 톱니바퀴 회전을 시작하면서 미중 갈등 사이 심화한 반도체 패권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해외 기업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시장 장악을 시도하겠단 취지가 반도체법 내에 내포돼 있다는 시각이다.

반도체법 외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 움직임도 활발한 모양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 D램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리스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CXMT 이외에 중국 반도체 업체 다섯 곳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이미 지금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화웨이의 반도체 생산 파트너 SMIC, 중국 국영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중국 최대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가 시행된다면 중국 업체의 고사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물론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270억 달러(약 35조원) 이상의 투자 펀드 조성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조성했던 2,000억 위안(약 36조원)의 2차 펀드를 뛰어넘는 금액을 투자해 3차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게 중국 당국의 생각이다. 모금은 지방 정부와 투자 회사, 국영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상하이 등 여러 대도시 정부와 투자 회사 청통홀딩스그룹, 국가개발투자공사(SDIC) 등이 각각 수십억 위안을 지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타 국가를 압박함으로써 중국 업체와의 거래를 규제하는 미국에 대항해 자국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반도체 독자 기술 개발을 노리겠단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연결고리를 끊고 있으니 단독으로라도 살아남겠단 의지를 거듭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국의 전략이 먹혀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14~2019년 대기금을 통해 총 450억 달러(약 59조원) 수준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지난 5년간 시간과 돈을 들임으로써 모을 수 있던 여력을 단기간 미중 갈등 패권 경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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